[뉴스엔뷰]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용산 시대를 여는 최대의 명분은 '국민과의 소통'이었다.

그러나 당선 1년이 다가오는 지금,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기자들과 여전히 벽을 쌓고 국민들과의 불통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려고 핑계를 삼았을 뿐 용산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독선이자 국민의 여론을 무시한 불통의 시작에 불과했다.

소통의 기본은 양방향 소통을 전제로 하며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어느 쪽이든 방해 받지 않고 민주적인 의사 표현이 보장 되어야 한다.

우리 시대의 정치 현실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언론자유보다 소통이 차지하는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언론은 소통 자체가 아니라 소통을 이어주는 미디어로서의 도구이기에 언론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은 직접소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99%가 반대해도 할일을 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소통 없이 하겠다'는 의사 표현으로 직접 소통과도 앞뒤가 안 맞는 논리이다.

대표적으로 소통의 상징으로 강조하던 도어스테핑도 MBC 기자와의 충돌을 이유로 중단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의 정제되지 못한 즉흥적이고 가벼운 말실수에 따른 논란으로 지지율까지 하락하는 부담 때문에 일방적으로 가벽까지 설치하며 차단해 버린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외교 활동까지 언론의 직접 취재를 차단하고 대통령실에서 제공하는 사진과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전하는 홍보의 도구로 삼고 있다.

기자들 앞에서 조차 나서지 못하며 자신에게 곤란한 질문과 다른 생각에 대해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이 과연 '소통'을 말할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은 취임 초 지역 행사인 보령 머드축제를 비롯해 최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대구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을 참석하며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명분으로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을 '소통하는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난 정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억울함을 들어주고 풀어주겠다는 소통창구 였는데 이마저도 막아버린 것은 전형적인 불통 행위다.

소통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정확하게 알아 양방향으로 서로 이해하고 합의를 거쳐 함께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최근 한일정상회담에서와 정부가 발표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3자 변제 방식'도 그렇다. 우리 정부가 먼저 나서서 일본에 대해 완전한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일본은 이제 '군국주의 침략자'가 아니라 '협력 파트너'라는 대통령 개인의 신념이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의견을 덮어버렸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소통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한일관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건의하는 주변 의견에 대해 윤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대승적 결단"이라며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일본은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설명한 초등학교 5·6학년 사회교과서가 문부과학성 검정을 지난달 28일 통과시켰다.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점유율 각각 1·2위인 도쿄서적과 교육출판은 새 교과서에는 일제강점기 징병의 강제성을 나타내는 '징병'이란 표현을 삭제하거나 일부 시기에만 징병이 이뤄졌다는 식으로 표현도 축소됐다.

이처럼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 정부는 사과도, 전범 기업의 배상 참여도, 어느 것 하나 거론되지 않고 한술 더떠 독도까지 '일본영토'라는 언급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이같은 한일정상회담 결과에 35주차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공동 여론조사기관 전국지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는 대단히 복잡하다. 아집과 독석의 단선적인 사고와 통치, 과거형 리더십으로는 이 복잡한 사회의 다양한 생각을 통합하고 조정해 내기 어렵다.

그런데 본인의 생각을 따라 지금까지 보여준 일방통행적 행태의 국정운영 방식대로 라면 윤 정부의 앞길은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소통에 대한 의지는 있는 것인가 집권 1년이 되어가는 이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국민과 언론의 목소리와 비판에는 귀를 닫아버리는 국정운영은 소통의 부재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도 경청할 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 자신만의 틀에 갇혀 역사적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배상익 대기자
칼럼니스트 배상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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