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피하는 이유,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
지도자, 고도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한 외교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뉴스엔뷰]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과 관련,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한 가운데 전쟁을 생각하지 않는,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군이란 있을 수 없다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용상으로는 틀린 말은 아니나 군 통수권자로서 직접적으로 전쟁을 운운하는 것은 대단한 실수다. 정치와 외교를 모르는 무지에 가까운 실언이다.

대통령실이 이날 공개한 약 2900자의 모두발언에는 전쟁이라는 단어가 8차례 등장한다. 이처럼 북한 도발과 관련해 공식석상에서 전쟁을 언급한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군의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공식적인 발언을 통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마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이 아닌가 싶다.

대통령실의 관계자는 대통령이 연평도처럼 북한의 도발 땐 원점 타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확전 위험을 각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응징과 보복을 천명하는 것이 적의 도발을 억제하기 보다는 오히려 전쟁의 참화를 불러온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무리 검찰 총장의 인식에서 머무르고 있는 대통령이라 해도 결과가 휴전으로 대치하고 상황에서 전쟁을 불러올 수도 있는 군사 분야의 발언은 신중해야 한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원점 타격을 호언하였으나 막상 실제 상황에는 원점 타격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북한 도발에 강력한 대응책으로 원점 타격을 강조하고 있으나 무슨 수로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이는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지고 있지 못해서 이며 전작권을 가진 미국이 확전을 우려해 원점 타격을 승인할리 만무해서다. 또한 한국군의 대 포병 탐지능력이나 대응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현 정부에 있다. 지난 2008~2012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대외전략기획관으로 근무했던 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와 관련 누구보다 잘 알 것이란 생각이다.

이처럼 군 통수권자의 사후약방문 격인 즉흥적 강경 발언이 되레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민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참모회의에서도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북한에 핵이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고 점점 더 수위 높은 메시지를 내보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대통령실의 참모들은 아무도 직언은 고사하고 보고도 제대로 못하는 눈치다. 위기 때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아무 말을 보면 미루어 짐작이 간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관성도 없다. 당초 북한 무인기가 침범한 당일 윤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마저도 소집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날 관저에서는 만찬 행사까지 열렸다. 이에 대해 당시 대통령실은 “NSC를 열 상황이 아니었고 열 필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 통수권자로 아무런 대책회의도 지시도 없었으며 다음날에서야 전 정권 탓을 하며 군을 향한 격노그리고 확전불사 대응을 지시 했다고 한다.

또한 이와 관련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은 우리 군에 드론 부대가 있는 것도 몰랐으며 전 정권 때 훈련을 안 한 건 어찌 알았을까?

이제까지 대통령실은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의 실언에 가까운 말은 안했다고 변명에 거짓해명을 늘어놓으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말을 한 것은 대단히 큰일을 한 것처럼 포장해가며 칭송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이 내려 보낸 무인기의 항적 경로도 제대로 못 밝히면서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쪽은 굳이 안 지났다고 주장했다.

김병주 의원이 지난달 29일 북한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 가능성을 제기하자 군은 벌떼같이 일어나 육사 40기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지낸 예비역 육군 대장을 이적행위자로 규정하며 성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1주일 뒤 합참은 전비태세검열실의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북한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적행위라던 김 의원의 지적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또 열흘 만에 당시 김 의원이 주장했던 비행금지구역에는 들어왔던 게 맞는다고 번복하면서도, 용산 상공을 지나진 않았다고 거듭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당시 국방부는 비행궤적을 계속 추적한 게 아니라, 추적하다 끊기고 추적하다 끊겼기 때문에 끊긴 지점의 점을 연결했다고 김 의원에게 설명했다고 한다.

무인기가 포착된 지점들을 선의 형태로 연결한 것이기 때문에 비행궤적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인데 점이 연결되면 선이 되고, 선이 연결되면 면이 된다는 기초적인 상식도 모르는 무지하고 기상천외한 발상이고 발언이다.

하지만 합참은 전비태세검열 과정에서 점으로 된 항적들을 연결하며 상황을 재분석한 결과,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을 침범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번복했다.

군이 무인기가 비행금지구역에 들어온 적 없다고 단정하며 이적행위라고까지 공격했던 일이 무색하게 김 의원의 간단한 추정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김은혜 홍보수석은 급기야 5일 브리핑에서 야당 의원이 언론에 주장한 말은 당시 시점으로 하면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것 이었다며 군과 대통령실의 무능과 무지를 자인하며 자폭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무조건 잡아떼다 뭔가 딱 걸리면 전 정권 탓’, ‘모르쇠로 대응하며, 매번 녹음기처럼 공정과 상식, 자유 민주주의, 비상경제를 외치다 돌발사황이 생기면 그때마다 즉흥적 면피성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국정 철학과 의지는 고사하고 딱히 국가운영의 무한 책임을 지는 최고 통수권자라는 개념은 있는지 의문이 드는 형국이다.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과 관련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 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국가안보실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상대에게 핵이 있든, 어떠한 대량살상무기가 있든 도발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하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말까지 했다.

경우에 안 맞는 말은 그만 좀 갖다 붙였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윤 대통령보다 겁이 많아서 강대강’, ‘적대적일변도로 대응하지 않았던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전쟁의 참혹함은 말로 표현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은 그냥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인 것이다. 굳이 삼국지나 손자병법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 중 최 상책은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때문에 고도의 정치력을 바탕으로 한 외교력을 갖춘 지도자를 찾는 이유인 것이다.

확전을 불사할 만큼 비례성 원칙을 강조하며 북한을 대하는 국방, 내키는 대로 정치하는 것까지 최고 권력자의 자유라고 인정 한다손 치더라도 제발 전쟁만 일으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도 외교와 안보정책을 통해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와 국민의 생존 그 자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아는 사람이 지도자인 것이다.

청림 / 시사평론가
청림 /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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