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 중 해외 순방에서 실언이나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경우는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순방으로 지난해 9월 영국 방문 때 여왕 조문을 빠뜨리고 이어진 미국 방문 당시에는 비속어 논란을 일으켰다.

정작 조문은 못한데 이어 다음 행선지에서인 미국 뉴욕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과 만나고 걸어 나오던 중 외신이 집중하는 가운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발언에 대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이 아니라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면서, 앞의 'XX'는 미국 국회가 아니라 한국 국회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국회를 겨냥한 말이라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개인적으로 오가는 듯 한 거친 표현에 국민이 느끼시는 우려를 잘 듣고 알고 있다"고 괴변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막말의 대상국인 미국의 의원들은 앞으로 한국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며 외교 일선에서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연예인들도 방송에서 막말을 하다 문제가 되면 공인이라며 그 책임을 통감 스스로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함과 동시에 활동을 접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렇게 국내외를 막론하고 아무말 대잔치에 막말로 논란을 일으키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무런 반성이나 해명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대통령의 외국순방 중 막말은 결정적 외교리스크이다. 더욱이 무슨 말을 했는지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는 것 같아 더욱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도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 자이드 밀리터리시티에 있는 '아크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연설 도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즉각 "윤 대통령이 우리 장병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에서 한 발언"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란 외교부는 현지시각 지난 16일 윤 대통령의 발언이 "간섭적이면서 외교적으로 부당하다"면서 "전적으로 무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나세르 칸아니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외교부의 설명을 기다리겠다"고 밝히자 한국 외교부는 지난 17"이란과의 지속적 관계 발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이 확고하다"고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이란 외무부가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항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란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이날 윤강현 한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러한 우호적 관계를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양국 관계를 재검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예민한 관계인 UAE와 이란을 서로 적국으로 단정해 버리는 외교적 발언이 설마 사전에 준비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고의 브레인들이 포진해 있을 대통령실이나 정부의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그 정도 수준 이하 라고는 더더욱 상상하고 싶지 않다.

정부에서도 '장병을 격려하려 했다'는 구차한 변명보다는 깔끔하게 '말실수다', '유감이다'라고 사과하는 게 국가적 신뢰와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대통령의 막말은 거짓과 변명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이제 대통령 자신의 몫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발언을 한 대통령의 책임이지 남 탓이나 하며 더더욱 이를 보도한 언론의 책임이 될 수 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말실수와 의전에 대한 결례로 해외 순방을 나설 때면 먼저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의 순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종합적인 외교의 정점으로 특히 기업인들이 치열한 경쟁으로 이룬 성과를 격려하고 챙겨야 하는데 가벼운 언행으로 오히려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까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외교 리스크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반성하고 반면교사하는 심정으로 더욱 대통령으로서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칼럼니스트 창림
칼럼니스트 창림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