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뷰]  우리는 대체로 법은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법은 정의가 아니다.

법은 정의롭지 않다. 법은 '정의구현'이 아니고 '공정이며 질서유지이고 사회안정'이다. 법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선을 제시할 뿐 결코 정의를 위해 움직이지도 않는다.

정의는 법과 같지만 다른 공간에 존재한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정의를 논하는 것이 아닌 증거와 논리를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대로 하면 다 되는가. 아닌 것 같다. 이현령비현령의 법 판단이 존재하는 한 정권의 입맛을 고려하는 법적용이 있는 한, 가진 자의 권력화가 존재하는 한, 법은 정의가 아니다.

역사상 인류의 정의를 구현한다는 이름으로 정의를 추구한 사람들이 사형을 당했다. 대표적인 예로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나 예수의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법은 자신의 척도를 지니며, 비록 법이 불공평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한 비판은 엄밀하게 법 바깥의 입장이지 법의 실상과는 무관하다.

때문에 법의 강력함은 사람(국민)들의 동의에 기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에서 나오는 솔로몬의 재판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회자되는 것은 정의롭고 지혜로운 판결이지 법적인 판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송사의 요지는 같은 집에 기거하던 두 여인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만 한 여인이 자던 중에 자신의 갓난아기를 압사시키고 말았다.

아침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이 여인은 옆에서 자고 있던 다른 여인의 갓난아기를 슬그머니 바꿔치기하여 놓았다.

영문도 모르고 일어난 다른 여인은 자신의 품에서 아기가 죽은 걸 보고는 자신의 아기가 아님을 알았다.

죽은 아기의 엄마에게 내 아기를 내놓으라고 하자 바꿔치기한 여인은 자신의 품에 있는 아기가 자기 아기라고 우기며 두 여인이 솔로몬 앞에 판단을 구한 사건이다.

솔로몬은 두 여인이 모두 산 아기의 어미라고 우기고 있으니 "아기를 두 쪽으로 갈라 반반씩 나눠 주라"는 판결을 내린다.

아기의 진짜 어미는 아들의 생명을 포기할 수 없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저 여인의 아기이니 제발 죽이지 말라 호소한다.

반면 가짜 어미는 아기의 생명에는 관심이 없고 반쪽이라도 갖겠다고 한다. 이를 본 솔로몬은 자기의 아이가 아니라는 여인이 '진짜 어미이다'라고 판결하는 내용이다.

법적으로 보면 그 시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기에 살아 있는 아기를 두 쪽 내라고 하거나 내 아이가 아니라고 인정하는 여인이 있으니 상대에게 아이를 주라고 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얼마 전 나경원 전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포기하며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이번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이건 또 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참 어이가 없어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고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8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 50억 퇴직금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에 국민들은 "이게 법과 정의냐?"며 반발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20214월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한 아들 병채씨의 퇴직금과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세금 등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면서도 "50억원이 알선과 연결되거나 무엇인가의 대가로 건넨 돈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무 댓가도 바라지 않고 잠시 있던 직원에게 50억을 퇴직금으로 주는 것이 댓가성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법학적으로 법은 정의에 의해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타당성에 의해 측정된다. 그런데 이 타당성마저도 무시된 판단이라면 국민들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이날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 3당이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 책임을 묻겠다며 공동 발의한 탄핵 소추탄핵이 가결됐다.

이로서 이상민 장관은 헌정사상 첫 국무의원 탄핵소추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의결서를 9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인용, 기각, 각하 등 3가지로,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인용되고 반대가 4표 이상이면 기각된다. 탄핵소추 절차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재판관이 5명 이상일 경우는 각하된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심판한 것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2021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 등 3건이다. 이상민 장관은 역대 4번째 탄핵 심판인 셈이다.

심리 기간은 원칙적으로 180일 내 결론을 내야 하지만, 강행 규정이 아니라 심리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임성근 전 부장판사 심리는 8개월 넘게 걸렸다. 반면 노 전 대통령(64), 박 전 대통령(92)은 단기간에 결론났다.

위의 사건들은 미루어 짐작컨대 헌재로 넘어간 탄핵의 결론은 기각 또는 각하될 것으로 예견된다.

법은 결코 정의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법은 단지 표를 얻기 위한 계산적 요소이며, 권력을 이용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 되는 것 같다.

법과 정의는 다소 다른 관계로 구별 되지만, 공정하고 윤리와 양심의 관계가 조화를 이룰 때 정의가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정부의 '정의로운 대한민국 공정한 사회, 나라다운 나라'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권력의 수명 연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공감과 지지가 본질인데 이를 간과하지 못하고 방법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비록 법이 질서유지이고 사회안정 이라는 대 명제를 반영할 수도 있고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사법부는 법 윤리와 양심에 기반한 공정한 판단이 살아 있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창림
칼럼니스트 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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