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하면 터지는 정치권 설화(舌禍)
이번에는 ‘여명(餘命) 비례 투표’ 발언
더불어민주당은 ‘노인 투표’ 관련 구설수
국민의힘은 주로 5.18 관련 설화로 논란

[뉴스엔뷰] 정당 구분없이 정치권이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설화(舌禍)로 홍역을 앓는다.

이번에는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남은 수명에 따른 투표인 여명(餘命) 비례 투표발언으로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 뉴시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 달 30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 참석했다.  사진 / 뉴시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최근 가진 청년 좌담회에서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게 생각이었다는 아들과의 과거 대화를 소개해 노인 폄하논란이 일고 있다.

김 혁신위원장은 “(둘째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 그러는 거예요. 자기가 생각할 때는 평균 여명을 얼마라고 보았을 때 자기 나이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거죠. (중학생이 보기엔)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 근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1표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를 제기한) 그게 참 맞는 말이에요. 아들은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냐는 거죠. (그래서 아들에게) 되게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1표 선거권이 있으니까 그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투표장에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라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나요.”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인폄하논란이 일자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1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면서 발언 전문을 봐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아이디어가 수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 해명했다.

특히 그는 우리 정치는 세대간, 지역간, 계급간 불균형을 조정하고, 과소대표되고 있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면서 이런 논의를 위해 예시로 꺼낸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의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사안을 정쟁적으로 바라보는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노인폄하발언과 관련해서는 당내 일부가 옹호하고 나서 향후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양이원영 의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의 노인폄하발언 논란에 대해 맞는 얘기라며 옹호하고 나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양이 의원은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합니다라며 미래에 더 오래 살아있을 청년과 아이들이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그러니 정치가 싫어도, 일부 언론과 일부 정치권이 끊임없이 정치혐오를 불러일으켜도 정치에 참여해야 합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자신의 글이 논란이 되자 3시간 쯤 다시 페이스북에 제가 쓴 표현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합니다라며 나이 많은 이들의 정치참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잘못 표현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삭제한 것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노인 폄하발언에 대해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조응천 국회의원은 1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어제 정말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라며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왜곡되게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나이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게 우리 헌법정신인데 여명에 따라 투표권을 달리하겠다니 굉장히 몰상식하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정성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어르신들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보지만 자녀의 말을 인용함에 있어서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런 말을 인용한 것 자체가 당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친명계 대표인사다.

이와 함께 홍정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르신들이 청년 시절을 거쳐왔기 때문에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할까"라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을 소환시키기에 충분하다.

17대 총선 당시인 20043월 경 정 의장은 인터뷰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유권자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그분들이 꼭 미래를 결정해 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발언해 노인폄하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20, 30대 유권자가 정치적 관심은 높지만 투표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투표 독려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는 해명이 있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탄핵 역풍으로 여론조사상 최대 200석으로 예측되던 열린우리당 의석은 152석에 그치고 말았다.

민주당이 노인층 투표 문제 등으로 설화를 겪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사건 관련 발언 등으로 홍역을 앓아 왔다.

특히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적시 불가능 발언 및 선거 과정에서 득표를 위한 립서비스취지 언급 등으로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김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1년은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가 금지되는 중징계이다. 김 최고위원은 제주4.3 사건에 대해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으로도 논란을 일으켰다.

20192월에는 당시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이 지만원 씨를 초청한 공청회를 주최했는데, 이 공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논란이 일면서 징계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이종명 의원은 “5·18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5·18 폭동이라고 했다. 이후 20년 후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는 또 “5·18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것을 하나하나 밝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이종명 의원은 제명,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 김진태 의원은 경고 처분이 결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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