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의원, ‘수도권 30석’ 목표 깃발
통일국민당-자민련-국민의당 교섭단체 선례
[뉴스엔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제3정당 출현에 정치권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일국민당(31석, 1992년), 자민련(50석, 1996년), 국민의당(37석, 2016년)에 이어 내년 총선에서도 제3정당 돌풍이 또 불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이다.
신당 창당에 가장 적극적인 인물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그는 ‘수도권 30석’을 목표로 한 ‘제3지대 정당’ 창당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금 전 의원은 4월 2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내실 있게 준비해 추석 밥상에 신당 이야기가 오가도록 하겠다”면서 “추석 전에 제3지대 깃발을 들어 올리겠다”고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금 전 의원은 앞서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토론회 발제에서도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창당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올해 추석 전 창당 필요성을 언급했다.
양당이 10년씩 집권했지만, 문제 시정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지 않고서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주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정당이 참신하고 소위 능력이 있다고 하는 후보자를 냈을 경우에 30석이 아니라 30석이 넘는 숫자도 당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여권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신당 출현 가능성을 언급했다. 홍 시장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에 해악을 끼친다고 자진 탈당하고 검찰수사 받겠다는 송영길, 당에 해악을 끼치든 말든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이재명, 전광훈 늪에 빠져 당이야 어찌 되던 말던 나만 살면 된다는 여당 지도부”라며 “이러다가 정말 제3지대 당이 탄생하나?”라고 적었다.
제3신당 출현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여야 거대 정당들에 대한 국민적 불만 때문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전·현직 당대표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이재명 당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관련된 대장동 사건 등으로 검찰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고,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태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도긴개긴’이기는 마찬가지다. 계파 간 갈등을 빚다가 3·8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지지율 정체 및 하락으로 시작부터 비대위 체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마다 논란을 일으키며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최근 여권에 우호적인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에 뒤처지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4주(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7%, 국민의힘은 32%였다. 정의당은 4%, 무당층은 27%였다.
국빈으로 미국을 방문 중임에도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지난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3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3%였다. 여당으로서는 뭐를 해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거대 양당이 모두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3당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총선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한 제3의 전국정당 출현은 크게 3번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1996년 치러진 15대 총선이다. 당시 김종필 총재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전국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지역구 41석, 전국구 9석 등 총 50석을 확보했다. 충청권에서는 28석 가운데 24석을 휩쓸었고, 대구에서도 13석 가운데 8석을 거머쥐었다. 이외에도 경북, 경기, 강원 등 전국 곳곳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는 친박연대가 지역구 6석, 비례 8석으로 14석을 얻으며 바람을 일으켰지만 자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데는 실패했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만 23석을 얻으며 압승했다. 비례 정당 득표율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기까지 했다.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정치에 신물이 나던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38석이라는 대승을 거두었다. 다만 대부분의 지역구 의석이 호남지역에 치우쳤다.
자민련보다 앞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제3의 전국정당은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끈 통일국민당이다. 통일국민당은 1992년 총선에서 지역구 24석, 전국구 7석 등 총 31석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특히 국민당은 서울·경기(7석), 충남·북(6석), 대구·경북(4석), 강원(4석), 경남(3석) 등에서 당선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전국정당이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정당 깃발을 들어 올린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의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제3지대에서의 정당 출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과거에 비해 ‘정치적 비중이 큰 인물’의 부재로 ‘찻잔 속 태풍’이 될지 ‘돌풍’이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