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도 안 하면 불안, 불쾌감·금단증상 나타나
러너스 하이…30분 이상 뛸 때 나타나는 행복감
마약성 물질 투약 시 나타나는 기분 상승과 유사
전문가 “과도한 운동, 근골격계·심장질환 등 유발”
“외모에 과도한 집착·자신에 엄격한 잣대가 원인”

[뉴스엔뷰] “무릎을 꿇을 수도 없고 작은 움직임에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고통스러운데도 아픔을 참아가며 운동합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유명 배우의 고백이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운동을 안 하면 미쳐버리겠다’고 말해 시청자에게 ‘운동 중독’의 심각성을 알렸다. 

일반적으로 운동은 삶에 활력을 주고 신체와 정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운동을 건강 증진의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전문의들은 과도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운동 위주로 돌아가고, 운동을 하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낀다면 ‘운동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 중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금단증상과 내성으로 인해 자기 신체 능력을 넘어서 운동을 할 가능성이 커져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운동 중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금단증상과 내성으로 인해 자기 신체 능력을 넘어서 운동을 할 가능성이 커져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 ‘운동’이 주는 행복감, 과하면 중독으로

경기도 성남시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A씨는 일주일에 5일 이상은 운동을 한다고 한다. 그는 “운동을 통해 하루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퇴근 후엔 반드시 집 근처 피트니스 센터로 향한다”라며 “다음 달부터는 다이어트 효과를 좀 더 보기 위해 크로스핏 같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체 활동량이 부족하고 정신적으로 지친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다. 운동이 부족하면 체력이 떨어지고 신체 기관의 기능도 저하돼 성인병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적당한 운동은 에너지 충전과 더불어 자신감 부여, 스트레스 완화 등 육체적, 심리적으로 상태를 개선해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 할지라도 과하면 탈을 부르기 마련이다. 운동으로 살을 빼고, 컨디션 회복 등의 효과를 본 사람 중 일부는 운동에 대한 관심이 의무로 강화되는 현상을 겪는다. 이런 현상은 결국 운동의 욕구를 통제하지 못하는 중독 상태에 이르게 한다.

전문가들은 건강에 대한 과도한 집중이 자칫 운동 중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외모 중시 사회에서 살이 찌는 것에 대한 공포가 운동 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는 “외모에 대한 과도한 걱정, 이상적인 체형에 대한 갈망이 운동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리학적으로는 운동을 과도하게 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행복감을 느끼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경험하게 되고, 이런 행복감에 과도하게 집착하면서 술이나 약물을 사용했을 때 행복감을 느끼듯이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러너스 하이란,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으로 마약성 중독 물질을 투약했을 때와 유사하게 기분 상승이나 행복감이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즉, 이런 행복감을 계속 느끼기 위해 운동에 집착하게 되고, 급기야 운동을 거르면 불안해지고 운동을 더 하고 싶은 욕구가 생성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지닌 사람들도 운동 중독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일종의 자기 처벌과 자기에 대한 학대로 운동을 과도하게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 할지라도 과하면 탈을 부르기 마련이다. 사진/뉴시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운동’이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 할지라도 과하면 탈을 부르기 마련이다. 사진/뉴시스

◇ 인터넷·쇼핑 중독 등 ‘행위 중독’의 일종…금단·내성 ‘동반’

운동 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스스로 조절이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운동에 중독되면 운동을 중단했을 때 불쾌감과 금단증상을 겪게 되고, 운동에 대한 내성이 생겨 운동 강도와 시간을 점점 늘리게 된다. 이는 넓은 의미로 봤을 때 쇼핑중독이나 인터넷 중독 같은 행위 중독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견해다.

특히 운동 중독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런 금단증상과 내성으로 인해 자기 신체 능력을 넘어서 운동을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신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전진용 교수는 “과도한 운동은 근골격계 질환,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신체적으로 안 좋아 쉬어야 할 경우에도 지속해 운동함으로써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런 증상을 겪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학생 B씨는 “운동으로 10kg이나 감량했다”며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후부터 운동하지 못하는 날이면 너무 불안하고 뭘 해도 충족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엉덩이와 허벅지 부근에 피가 막힌 듯한 느낌이 나는데도 운동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운동에 지나치게 몰두하면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도 지장을 주기도 하고, 업무나 학업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운동에 대한 지속적인 욕구,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불안이나 죄책감(금단), 내성으로 인해 운동 시간이나 강도를 점점 늘려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다면 운동 중독을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운동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운동 중독에 빠지게 된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건강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자기를 벌주려는 심리인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진용 교수는 “우선 상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불안이나 기저에 깔린 심리 문제에 대한 정신치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더불어 운동 습관을 바꾸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료를 통해 운동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나 운동을 안 했을 때의 불안을 줄이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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