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중독’, 배고프다는 착각…행위 중독의 범주
뇌 보상회로 활성화…담배 연기 10초, 설탕은 0.6초
스트레스 상태, 고지방·고열량·고염분 음식으로 ‘보상’
최근 유행하는 ‘단짠 조합’이 중독성 강한 대표 음식

[뉴스엔뷰] “배가 부른데도 감자칩이 계속 들어가요.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스트레스를 풀어주거든요. 어떨 때는 디저트를 깜빡해 몇 시간 동안 먹지 못하면 막 불안하고 손이 떨릴 때도 있어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마트에 가서 과자라도 사서 먹곤 하죠.”

취업준비생 A씨는 하루 세끼를 다 챙겨 먹고도 간식까지 꼬박꼬박 먹어야만 하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그저 자신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손 떨림 증상도 공복인 상태로 인한 ‘저혈당’의 하나로 봤다고 한다. 하지만, 디저트를 멈춘 후 손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하고, 먹는 도중에도 손 떨림이 사라지지 않는 것을 보고 심각함을 느꼈다고 한다.   

스트레스에 노출된 우리의 뇌는 낮아진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지방·고열량·고염분의 음식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달거나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된다. 사진/뉴시스
스트레스에 노출된 우리의 뇌는 낮아진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지방·고열량·고염분의 음식을 찾게 되고 이로 인해 달거나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된다. 사진/뉴시스

◇ 먹고 싶어서, 배고파서 먹는다는 ‘착각’

배가 별로 고프지 않은데도 뭔가를 먹고 싶거나, 씹을 거리를 찾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혹은 A씨처럼 손이 떨려 몸 안에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착각에 의무감으로 뭔가를 먹은 적이 있다면 ‘음식 중독’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일반적으로 공복인 상태가 오래되거나 배가 고프면 손이 떨리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저혈당으로 인해 생기는 증상이다. 참고로 저혈당이란, 포도당의 농도가 필요한 양보다 모자란 경우를 말한다. 혈중 당수치가 70mg/dl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 해당하며, 건강한 사람도 상황에 따라 경험하기도 한다.

따라서 손 떨림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탄수화물이나 초콜릿과 사탕처럼 체내 흡수가 빠른 가공 음식을 섭취한다. 하지만, 이런 저혈당 증세를 자주 경험한다면 자신의 식습관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평소 폭식과 과식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서 저혈당 증세가 좀 더 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폭식과 과식이 일상화된 사람은 위 자체가 이미 많이 늘어나 있기 때문에 포만감을 느끼기 쉽지 않아 혈당 조절의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혈당 조절의 문제가 지속되면 계속해서 음식을 찾는 음식 의존의 상황으로 번지게 되고, 급기야 특정 음식에 빠지는 중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음식에 중독되는 과정은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싸여 있는 현대인의 일상과 깊은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세로토닌(serotonin)의 농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은 흔히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로, 트립토판(tryptophan)으로부터 생합성되며 위장관, 혈소판, 중추신경계에서 주로 발견된다. 

즉, 스트레스에 노출된 우리의 뇌는 낮아진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기 위해 고지방·고열량·고염분의 음식을 찾게 되고 이에 따라 달거나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뇌에도 내성이 생겨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양의 달고, 짠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다. 

마이클 모스의 저서 ‘음식중독’에 따르면,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간편식, 인공감미료, 인공 향료가 사람들의 미각과 신진대사를 교란해 음식 중독으로 이끌게 한다고 꼬집었다. 중독은 뇌에 더 빨리 도달할수록 그 가능성이 커지는데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강력한 보상 회로를 발동시키는 요소라는 것이다. 일례로 담배 연기가 뇌의 보상 회로를 활성화하는 데 10초가 걸리지만, 설탕은 0.6초면 충분하다. 

따라서 이런 음식을 통해 느낀 쾌감은 해당 음식을 갈망하는 상태에 빠지게 하고, 포만감이 들어도 계속 그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순환이 중독으로 가는 핵심이라고 했다. 특히 요즘 유행하는 ‘단짠 조합’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짜장·비빔라면의 나트륨과 포화지방 1일 영양 성분 기준치는 평균 각각 61%, 53%에 달한다. 중독은 뇌에 더 빨리 도달할수록 그 가능성이 커지는데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강력한 보상 회로를 발동시키는 요소다. 사진/뉴시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짜장·비빔라면의 나트륨과 포화지방 1일 영양 성분 기준치는 평균 각각 61%, 53%에 달한다. 중독은 뇌에 더 빨리 도달할수록 그 가능성이 커지는데 달고, 짜고, 기름진 음식은 강력한 보상 회로를 발동시키는 요소다. 사진/뉴시스

◇ 많이 먹는다고 중독?…스스로 ‘자제’할 수 있는지 살펴야

음식중독은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해서 진단되지 않는다. 대한스트레스학회에 제출된 ‘음식중독의 진단 분류에 대한 연구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음식중독은 물질사용장애, 폭식장애와 유사점이 보고됐다. 그중에서도 섭식장애보다는 물질 혹은 행위중독의 범주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행위중독이란, 사회적 영역에서의 손상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특정 행위를 지속해 통제력을 잃는 상태를 뜻한다. 이 유형에는 도박, 인터넷, 휴대전화, 성 중독 등이 있다. 즉, 음식중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지, 내성으로 인한 금단현상이 발생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음식중독이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건강상 치명적인 문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비만은 물론 당뇨, 심장질환, 고혈압 등 여러 이상 신호를 동반함에도 음식에 대한 탐닉을 멈추지 않아 건강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대동병원 내분비내과 이광재 과장은 “특히 당뇨병의 경우 초기 자각증상이 없어 만성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 알게 되는 경우가 다수”라며 “늦게 발견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당뇨병성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말초혈관질환 등 여러 합병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음식중독은 치료해야 하는 질병이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으로 인해 체중은 늘고, 체중을 감소하기 위해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또다시 음식에 대해 집착하는 등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음식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 문제가 아닌, 질병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음식중독 역시 술이나 약물처럼 병원에 방문해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제된 설탕이나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보다는 곡물, 채소, 생선 등 양질의 단백질과 섬유소를 섭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평상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음식을 피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데, 일례로 쌀밥보다는 현미밥을 먹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더불어 유튜브나 SNS에 올라오는 ‘먹방’도 피할 것을 강조했다. 먹방에 나오는 대부분의 음식이 ‘단짠 조합’인 경우가 많고, 맛있게 먹는 유튜버를 보며 뇌의 시상하부 보상중추에서 배고프다는 착각을 일으켜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한 음식중독 진단기준이다. 3가지 이상 충족하면 음식중독이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1. 생각했던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섭취한다.
2. 배가 불러도 계속 먹는 편이다.
3. 가끔 ‘먹는 양을 줄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4. 과식으로 인해 하루 중 대부분을 처져 있거나 피로감을 느낀다.
5. 음식을 먹다가 중요한 약속이나 활동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
6. 특정 음식을 끊었을 때 불안, 짜증, 두통 등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7. 이런 증상으로 인해 일부러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
8. 특정 음식을 끊거나 줄였을 때 그 음식을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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