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초만 더…3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Z세대, 하루에 숏폼 보는 횟수만 200~300개
짧고, 자극적인 영상…쾌락 중추 문제로 중독
특정 근육과 관절만 사용으로 신체적 문제 발생
집착과 금단 증세, 중독 의심… 전문 상담 필요

[뉴스엔뷰]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손에 하나씩 쥐어져 있는 스마트폰. 현대인에게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폰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잠식한 것도 모자라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생존용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하철에서, 식당에서 심지어 친구나 동료와 걸을 때도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특히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 중인 숏폼 영상은 30초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는’ 심적인 부담감과 죄책감마저 줄였다. 사람들은 짧지만 강렬하면서도 자극적인 영상들을 보다 보면 순식간에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24.2%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이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24.2%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이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진/뉴시스

◇ 학업도, 약속도 뒷전…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빠져든 사람들

대학생 주 모 씨는 매일 아침 2시간이나 되는 무료한 등굣길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풍부해졌다고 말한다. 특히 30초 내외의 숏폼(short-form)은 길이가 짧은데도 재미있고, 웃긴 영상으로 인해 생각 없이 볼 수 있어 복잡한 전철 안에서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는 대책이 된다고 말한다. 

이 씨는 “작년만 하더라도 주로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즐겨보는 유튜브 영상을 짧게 편집한 숏폼이 알고리즘에 뜨면서 숏폼 영상에 빠지게 됐다”며 “이전에는 내가 보고 싶던 유튜브의 장면을 되돌리기 기능으로 봐야 했지만, 숏폼 영상은 그럴 필요도 없이 핵심 내용만 간결하게 나와 있어 너무 편하다”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40대 후반의 이 모 씨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보기에 아이가 게임 중독이다”라며 “하루 종일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학업은 물론이고, 학원까지 빼먹는 경우도 허다하다”라며 혼을 해고, 스마트폰 시간 제약을 걸어도 소용없는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내일20대 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숏폼 플랫폼 1위는 단연 유튜브 쇼츠였다. 이어 릴스, 틱톡 순으로 많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숏폼 플랫폼이 Z세대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대단했다. 유튜브 쇼츠의 경우 하루 평균 300억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고,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보내는 시간 중의 20%를 릴스에서 보내고 있었다. 틱톡의 경우 앱 시장 조사기관인 데이터에이아이 조사 결과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이 23.6시간으로 기록됐다.

우리나라 Z세대의 81.2%는 숏폼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평균적으로 평일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했다. 즉, 적어도 하루에 200~300개 정도의 숏폼 콘텐츠를 본다는 뜻이다.

대학생 강 모 씨는 스마트폰 숏폼 영상에 빠져 아르바이트에 늦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숏폼에 빠져 지하철 정류장을 지나쳐버렸다”며 “그때야 내가 너무 안일했고, 혹시 스마트폰 중독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강 씨는 “알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넘는데, 그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눕힌 후 또 숏폼 영상을 튼다”라며 “하루라도 숏폼을 보지 않으면 잠이 안 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Z세대의 81.2%는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다. 평균적으로 평일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했다. 즉, 적어도 하루에 200~300개 정도의 숏폼 콘텐츠를 본다는 뜻이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Z세대의 81.2%는 숏폼 플랫폼을 이용한다. 평균적으로 평일 75.8분, 주말에는 96.2분 동안 숏폼 콘텐츠를 시청했다. 즉, 적어도 하루에 200~300개 정도의 숏폼 콘텐츠를 본다는 뜻이다. 사진/뉴시스

◇ 스마트폰 이용자 중 25%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조절력 떨어지면 ‘의심’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중 24.2%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만 3세~69세의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1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24.2%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했다. 이는 전년 대비 0.9%p 증가한 수치다.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나이를 가리지 않았다. 유·아동 군에서는 지속해 가장 높은 위험군으로 나타났고, 청소년과 성인,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도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영화·TV·동영상 ▲게임 ▲메신저 ▲뉴스 ▲게임 등의 분야에서 과의존 위험군이 일반군보다 3.0%p 높게 나타났다.

중독은 쾌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람의 뇌는 쾌락에 관여하는 ‘쾌락 중추’가 있다. 중뇌에 위치한 복측 피개 영역(VTA)과 전두엽의 전전두엽, 중격측좌핵으로 이뤄진 신경망인데, 보통 특정한 자극이 있을 때 이 쾌락 중추에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등의 물질을 분비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분비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아 균형이 깨지면 본인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중독’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독포럼에 따르면, 과도한 인터넷 사용으로 일상생활에 장애가 유발되는 것은 물론 금단과 내성이 생기는 상태다. 다시 말해, 행동의 양과 횟수가 많아지는 ‘집착’, 하지 않으면 신체적,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발생하는 ‘금단’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웹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컴퓨터를 끄기 힘든 내성 ▲허전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금단 현상 ▲현실 속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힘든 사회적 고립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이런 중독 증상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우울증, 충동조절장애, 사회공포증, 특정 인격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야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적절한 범위 안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뇌의 ‘보상회로’가 고장 나 조절력을 상실하고, 더 나아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중독’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 교보생명이 함께 펴낸 ‘디지털미디어과사용 관련 건강 문제 예방을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디지털미디어 사용 가이드’를 보면,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미디어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어발달이 저하될 수 있고, 인지발달의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의 경우 좌식 생활을 증가시켜 과체중과 비만의 발생 위험이 1.23배 증가했고, 복부 비만의 발생 위험도 1.15배 높았다.

또한 특정한 근육과 관절의 사용으로 반복 긴장성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손목건초염의 위험이 1.5~2.3배 증가했고, 인터넷 검색과 게임으로 인한 손목건초염 위험은 각각 2.21배, 2.61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이 디지털미디어 중독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패턴을 살펴보면 된다. 의도했던 것보다 디지털미디어 사용 시간이 늘어나거나 조절력이 떨어지는 경우, 여타의 여가 활동에 비해 디지털미디어 활동으로만 여가의 활용이 집중되는 경우,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하느라 학업이나 다른 주어진 일에 지장을 주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다.

2~5세의 경우 1시간 초과, 학령기는 2시간 초과 시 과사용 관련 건강위험이 증가하며, 청소년에게서는 매일 1.5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게임중독 위험의 증가가 늘어났다. 또, 매일 5시간 정도 오락적 인터넷 이용 시 인터넷 중독의 위험이 올라갔다.

하지만, 단순히 디지털미디어의 사용 시간만을 가지고 중독 정도를 체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신뢰도가 타당도를 갖춘 전문가가 선별도구를 사용해 중독 여부를 선별해 적절한 상담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한 중독관리센터의 관계자는 “중독으로 발전되면 혼자 빠져나오기 힘들다”라며 “전문가의 상담과 병원 진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을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으니 무조건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왜, 어떤 것 때문에 하게 되는지 자녀와 대화를 통해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라며 “스마트폰 이외에 대안 활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사용 시간을 조정하는 앱을 통해 스스로 얼마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지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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