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자극 원해 결국 ‘중독’…범죄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 발생 전 사전 발견·조치 어려워
2회 이상 몰카 범행 53.83%…재범률 높아
정신건강의학적 ‘관음증’진단, 6개월 이상 지속

[뉴스엔뷰] 얼마 전, 모텔 투숙객을 가장해 서울, 인천, 부산, 대구 일대 숙박업소를 돌며 객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취한 30대 남성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과 성매매 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카메라 안에는 100명이 넘는 투숙객들의 신체가 촬영돼 있었다.

이처럼 몰카 범죄는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고, 그 횟수 또한 늘고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몰카 범죄를 저지른 사람 중에 사회적으로 꽤 안정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남을 엿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성적 장애를 떠나 더 큰 자극에 중독돼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촬영 범죄예방을 위한 래핑 홍보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몰카 범죄는 관음증에 포함된다. 사진/뉴시스
불법촬영 범죄예방을 위한 래핑 홍보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몰카 범죄는 관음증에 포함된다. 사진/뉴시스

◇ 인간의 ‘본능?’…단순 호기심에서 벗어난다면 ‘질병’

‘엿 보고 싶은 심리’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무의식의 감정일 수 있다. ‘몰래카메라’ 컨셉과 연인들이 데이트하거나 소개팅하는 과정을 담은 TV쇼가 인기를 끌며 오랫동안 방영될 수 있던 이유 역시 이런 인간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음증’은 이런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와는 다르다. 관음증이란, 타인의 사적인 활동을 몰래 엿보는 행위를 뜻한다. 주로 나체나 성행위 중인 사람들을 몰래 훔쳐보는 행동에서 쾌감을 얻는 동시에 자위행위 등을 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일반적인 성행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타 성적 장애인 ▲절편음란증(다른 이성의 물건을 보고 성적 쾌감을 느끼는 경우) ▲노출 장애(노출을 통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경우) ▲소아성애증 등과 같이 성적 장애의 한 형태이며, 정상적인 성행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관음을 통해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미국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의 정신장애 진단 통계편람(DSM-5)에 따르면, ▲옷을 벗는 과정에 있거나 성행위 중인 ▲옷을 벗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대상을 관찰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면서 성적 흥분을 강하게 일으키는 공상, 성적 충동, 성적 행동을 반복하며 이런 행동을 6개월 이상 지속했을 때 정신건강의학적으로 관음증으로 진단한다. 

관음증은 중독의 범주에 속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통제가 안 되고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기 때문이다. 또한, 성적충동이나 성적 공상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한다는 점이 중독 환자와 일치한다.

단, 주의할 점은 관음증의 증상을 겪거나, 이런 성적 욕구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이 18세 미만인 청소년일 때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는 “청소년기 발달과정에서 그런 행동을 보일 수 있어 아직 고착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조기 개장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공중화장실 등을 대상으로 부산경찰청이 몰카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조기 개장한 해운대·송정해수욕장 공중화장실 등을 대상으로 부산경찰청이 몰카 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관음증, 성적 장애 떠나 범죄로 이어질 수도

관음증은 성적 장애에 해당한다. 타인의 사적인 활동을 몰래 엿보며 쾌락을 느낀다는 점에서 성적 도착증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관음증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진용 교수는 “마약이나 알코올 같은 물질의 중독처럼 하지 않으려고 해도 스스로 제어가 안 되고,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독의 범위에 해당한다”며 “성적인 문제로 병원에 오는 사람은 한 번만 오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런 중독 증세는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몰카와 같은 불법 촬영을 하는 범죄가 대표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몰카 범죄로 신고된 사건은 약 2만9000건이 넘는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6465건에서 2018년 5925건으로 줄었다가 2019년 7762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5032건으로 줄어들었지만, 2021년에는 6212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특히 중독성이 강한 몰카 범죄는 재범률이 높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를 저지른 피고인이 2회 이상 범행을 저지른 비율은 53.83%다. 이는 재범률이 높은 사기 범죄(38.8%)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게다가 몰카 범죄가 사그라지지 않고 지속해서 발생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발달도 한몫한다. 영상물을 촬영할 수 있는 기기를 흔하게 구할 수 있고, 이를 유포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관음증은 현대 이전에도 존재해왔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좀 더 자극적인 영상에 노출되고, 그런 영상을 찾게 되면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촬영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몰래 촬영할 의도를 가지고 카메라를 작동했다면 미수범으로 처벌된다. 만약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인터넷상에 유포한다면 강간죄와 마찬가지로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성적 장애, 한번 노출되면 좀 더 자극적인 ‘쾌락’ 찾게 돼

전문의에 따르면 몰카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넓은 의미에서 관음증일 수 있지만, 의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성적 장애의 하나로 진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엉덩이 같은 특정 부위만 촬영한다면 훔쳐보는 측면에서는 관음증이지만, 의학적으로는 여자 스타킹과 같은 특정 물건에 쾌감을 느끼는 절편음란증에 해당한다. 만약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장면처럼 아동만 촬영한다면 아동 성애자로 봐야 한다.  

즉, 상대방의 동의 없이 성관계 장면을 촬영하는 몰카 범죄는 관음증에 포함되지만, 의학적 의미에서 들여다보면 단순히 관음증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범죄가 누군가를 몰래 보며 과도한 성적 쾌감을 느끼는 관음증에서 비롯될 수 있고, 결국은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진용 교수는 “쾌락의 특성은 한 번 노출되면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라며  “몰카 범죄도 점점 자극적인 것을 원하면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음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체로 어렸을 때 경험한 충격적인 사건이나 경험과 관계가 있다. 또한 호르몬 이상 등 생물학적 요소도 관음증의 원인 인자로 꼽히지만, 추정일 뿐 명확한 인과관계 확인 등의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관음증은 누군가에게 이상 해동을 들키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 전까지 발견하기 쉽지 않지만, 치료는 할 수 있다. 전 교수는 “항우울제가 도움이 될 수 있고, 증상에 대한 심리 치료를 실시하기도 한다”며 “성적인 욕구가 심하고 반복적인 문제 행동이 지속된다면 성적인 욕구를 줄이는 치료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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