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마약 쇼핑…‘마약 청정국’ 옛말
나이 어려지고, 직업군도 다양…거의 일반인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1만8000명 넘어
최근 6년간 바다로 마약밀수 1300% 증가
학교·운전면허 시험 등에 마약 피해 교육 ‘절실’

[뉴스엔뷰] 과거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다. 물론 과거에도 마약 사건은 있었지만, 일부 상류층이나 연예인들만 접할 수 있던 특이 케이스였다. 그랬던 대한민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이 일반인에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대~20대 사이에서 마약류가 확산하고 있고, 특히 사춘기의 아이들이 호기심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따라서 마약은 나쁜 거라 ‘쉬쉬’하지만 말고 철저하고, 체계적으로 마약 관련 교육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이 일반인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열린 간세청 마약밀수 단속 결과 및 대책 브리핑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마약과 은닉도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마약이 일반인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강남구 서울세관에서 열린 간세청 마약밀수 단속 결과 및 대책 브리핑에서 관세청 관계자들이 마약과 은닉도구를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SNS로 의뢰부터 배송까지 쉽게…10~20대 마약사범 ‘급증’

‘대마, 엑스터시, 졸피뎀, 필로폰, 코카인 등 종류만 고르시면 원하는 장소에 즉각 배달해 드립니다.’

‘친구가 비트코인으로 대마를 구매했대요. 그런데 엑스터시와 합성마약, 필로폰이 함유된 줄은 몰랐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할리우드 영화 속의 대사가 아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마약 구매까지 쉬워지면서 우리 주변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일상 속 상황이다. 

최근 마약 관련 뉴스가 하루가 멀다고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여 소식이 그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그의 모발과 소변에서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 등 4종류의 마약류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예술가의 면모로 비쳤던 과거 그의 기이한 몸짓과 표정, 말투와 언행까지 모두 마약 중독의 증세로 의심되며 그동안 쌓아 올렸던 그의 커리어마저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의 마약 투여 사건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는 거울이 됐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검거된 마약사범만 1만8000명이 넘는다. 또, 최근 6년간 바다를 통한 마약밀수가 1300% 증가했다. 이로 인한 범죄율도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8월부터 5개월간 집중단속한 결과 검거된 인원만 5702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2% 증가한 것이다. 특히 다크웹이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은 지난 같은 기간 대비 19.0%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수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마약범죄의 경우 수사기관에 적발되지 않는 대표적인 암수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즉,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약 청정국이란, UN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불린다. 하지만, 한국은 2016년도에 이미 인구 10만명당 25.2명으로 마약류 사범이 그 기준을 넘어섰다. 

마약을 하는 연령대도 어려지고 있다. 인터넷·SNS 등에 익숙한 20·30대 젊은 층 마약류 사범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10대 마약류 사범 또한 꾸준히 검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 호기심에 의한 투약을 넘어 유통까지 가담하는 사례도 있다.

이처럼 마약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데는 통신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마약을 구입하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만날 필요 없이 SNS 등 비대면 거래로 마약을 쉽게 주문하고, 배달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창에 ‘마약’이라고 친 뒤, 관련 SNS로 들어가 판매자가 초대한 링크를 클릭해 송금만 하면 원하는 장소로 마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 여중생이 이런 수법으로 필로폰 1회분 0.05g을 받아 투약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지난 10월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열린 국제공조를 통한 마약류 밀수과정 언론브리핑에서 세관 직원이 적발된 마약 물품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0월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열린 국제공조를 통한 마약류 밀수과정 언론브리핑에서 세관 직원이 적발된 마약 물품을 보여주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단 한 번으로 뇌 손상 유발…전문가, 마약 관련 교육 시작해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따르면, 마약류는 뇌 속의 신경 전달물질로 사고력과 쾌감에 주로 관여하는 물질인 도파민을 강제로 배출시켜 순간적인 쾌감을 맛보게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파민을 파괴해 도파민 결핍을 유도하기도 한다. 도파민이 순간적으로 증가하면 쾌감을 느끼지만, 과도해지면 피해망상, 관계망상, 환청 등의 정신분열증과 같은 증상을 야기한다. 

세계보건기구는 마약류는 최고의 중독 증상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우선 약물 사용에 대한 욕구가 강제적일 정도로 강한 의존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용 약물의 양이 증가하는 내성, 사용을 중지하면 온몸에 견디기 힘든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전문의들 역시 마약은 단 한 번의 사용만으로 쾌락과 관련된 중추를 망가뜨리기 때문에 애초에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필로폰과 같은 마약은 한 번만 사용해도 환청을 경험하는 등 중증의 중독 증상을 겪게 된다. 

또한, 배우 유아인이 복용해 유명해진 펜타닐은 일명 ‘좀비 마약’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해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젊은 층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약 기운이 떨어지면 사람을 고통의 끝으로 몰아 불행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계속 행복감을 맛보기 위해 펜타닐 약을 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치사량에 이르러 사망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할리우드의 배우 오스틴 마조스가 펜타닐 중독 의심으로 27살의 나이에 사망했고, 2022년 사망한 미드 워킹데드의 배우 타일러 샌더스의 사망원인 역시 펜타닐 중독이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람이 호기심으로 마약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마약에 중독돼야지’라는 생각으로 마약을 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한두 번만 하다가 끊을 생각으로 하지만, 마약은 자신의 의지대로 끊을 수 없다. 뇌의 보상체계 자체가 망가지기 때문에 중독으로 가기 쉽기 때문이다.

마약의 또 다른 문제점은 한 사람의 정신과 신체를 망가뜨리기도 하지만, 타인에게 심각한 위해를 가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는 부산 해운대 시내에서 굉음과 함께 빠르게 내달리며 3차에 걸쳐 사고를 낸 운전자를 공개했다. 그 운전자는 음주도 아닌, 마약에 취해 있었다. 

부산의 한 주택가에서는 마약을 투약한 뒤 여성 속옷을 훔친 50대 남성이 구속되는가 하면, 제주도에서 대낮에 차량 6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20대 여성은 평소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를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고수익을 낸다는 아르바이트 모집에 현혹돼 마약류를 운반하고 투약한 10~20대가 대거 입건되는 등 마약류 관련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렸을 때부터 마약에 대한 교육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박영덕 센터장은 마약을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 정부의 안일한 처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춘기 시절에는 호기심이 증폭하는 시기이므로 이런 교육이 더욱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금연, 알코올, 컴퓨터 중독에 관한 교육은 있어도 마약에 대한 교육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마약은 나쁜 거라고 쉬쉬하지만 말고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줄 교육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센터장은 “최근에 문제가 된 중학생 필로폰 사건을 두고 중학생이 해서 큰일났다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뭘 했느냐를 돌아봐야 한다”라며 “이뿐만 아니라 운전면허 시험 과정에서도 마약 관련 교육을 넣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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