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기보다 운동을 꾸준히”
쇼핑 만족감, 삶의 원동력 되기도…반복된 소비는 ‘중독’
도박·알코올 중독 등 다른 충동 조절 장애와 비슷한 장애

[뉴스엔뷰]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던 날이었어요. 지나가다 평소 사고 싶었던 옷을 구매했는데 너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날부터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쇼핑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시간 날 때마다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고 있답니다.”

초등학교 교사 10년 차로 접어든 A씨의 고백이다. 그는 자신의 쇼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쇼핑을 멈출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쇼핑만이 그의 유일한 ‘해방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쇼핑중독 환자들은 자신의 쇼핑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사는 행위를 반복하며 쇼핑 자체에 집중하는 통제 불가능한 경험을 반복한다고 한다. 심지어 빚을 지고 있으면서도 물건을 사는 행위를 멈출 수 없는 지경에 놓이기도 한다.  

서울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적당한 쇼핑은 삶에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쇼핑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중독으로 이어지게 한다. 사진/뉴시스
서울의 한 대형쇼핑몰에서 쇼핑하는 사람들. 적당한 쇼핑은 삶에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쇼핑은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해 중독으로 이어지게 한다. 사진/뉴시스

◇ 쇼핑으로 느낀 짜릿함, 또 느끼기 위해 ‘쇼핑’ 반복

‘쇼핑중독’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구매한다고 해서 진단되지는 않는다. 쇼핑중독 또한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충동이나 집착의 문제가 진단 기준이다. 이런 중독 증상은 다른 중독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나오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연관돼 있다. 

우리의 뇌는 어떤 일을 계기로 짜릿한 쾌감을 느꼈을 때 쾌락 중추가 자극되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출한다. 도파민은 적절하게 분비될 경우 삶의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적인 생활을 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쇼핑과 같은 즐거운 일상을 경험했다면 우리의 뇌는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기분이 나아져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게 된다. 다시 말해 쇼핑이 삶의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뇌는 쾌감의 극적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뇌에 남기게 되는데, 훗날 비슷한 기억이 자극되는 순간 이전과 같은 쾌락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 

따라서 쇼핑으로 인해 쾌감을 느꼈다면 같은 기쁨을 재차 느끼기 위해 강박적 구매 욕구를 갈망하게 된다. 이는 알코올이나 마약, 도박에 중독됐을 때 쾌락 중추가 반영되는 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따라서 더 큰 쾌락을 느끼기 위해 과도한 지출을 감행하는 과소비를 하게 되고, 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물건을 구입하게 돼 급기야 제어되지 않는 중독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쇼핑중독을 강박적 구매의 일종으로 본다. 쇼핑중독 환자의 강박장애 유병률은 12.5~30%로 우울증, 불안장애, 알코올 및 약물 남용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쇼핑중독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구매한다고 진단되지는 않는다. 쇼핑중독 또한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충동, 집착의 문제가 진단 기준이다. 사진/뉴시스
쇼핑중독은 단순히 물건을 많이 구매한다고 진단되지는 않는다. 쇼핑중독 또한 다른 중독 증상과 마찬가지로 충동, 집착의 문제가 진단 기준이다. 사진/뉴시스

◇ ‘필요하니까 사는 거야’…핑계 대기 시작했다면 

쇼핑으로 희열과 안도감을 느끼는 중독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불안감과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가 쇼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쇼핑몰을 둘러보다 할인가에 판매하는 제품을 발견했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보면 조급함이 느껴져 반드시 구매행위를 해야만 하는 강박에 빠지게 된다.  

직장인 B씨는 자취하면서 쇼핑중독에 빠졌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처음에는 자취하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홈쇼핑 채널을 자주 이용했지만, 나중에는 홈쇼핑 적립 쿠폰을 쓰기 위해 쇼핑을 일부러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왠지 지금 안 사면 손해를 보는 기분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마구 사들이면서 카드값이 눈덩이 불어나듯 늘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쇼핑중독이 위험한 이유는 쇼핑으로 인한 쾌락과 기쁨의 시간은 짧고, 내성은 쉽게 생긴다는 것이다. 쇼핑이 중독으로 발전했다는 주요 징후 중 하나 역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쇼핑중독 환자들은 ‘이것만 사야지’라고 마음먹지만, 결국 ‘이건 필요하니까 사야 해’라는 핑계를 찾는다. 

다시 말해, 사고 싶은 물건을 앞에 두고 심한 갈망과 사면 안 된다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결국 ‘이건 이러이러해서 필요해’라는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면서 결국 사고야 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쇼핑중독의 징후는 쇼핑을 그만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자신의 쇼핑 습관에 대해 스트레스와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쇼핑을 계속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쇼핑에만 의존할 때도 마찬가지다. 쇼핑할 때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져도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너무 즉각적인 쾌락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면서 쇼핑이 아닌 다른 행위에서는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고 경고했다. 

특히 요즘처럼 쇼핑하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시대에는 즉각적인 쾌락을 얻을 수 있는 쇼핑에 중독되기 쉽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쇼핑 욕구를 올리는 SNS를 멀리하고, 쇼핑 관련 앱을 삭제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제적인 저축을 통해 쇼핑할 금액을 제한하고, 명상이나 운동과 같은 꾸준함과 지속적인 행위를 요하는 대체 행동을 할 것을 권했다. 쇼핑 충동은 즉각적이고, 일시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결제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면 충동 욕구가 식는다. 따라서 쇼핑에 대한 자극을 주는 장소나 상황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쇼핑중독자들은 내면의 우울감이나 불안감,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한 행동의 하나로 쇼핑을 하는 것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항우울제 등을 사용한 약물치료가 효과적이다.    

다음은 쇼핑중독 자가 진단 테스트다. 네 가지 이상 해당한다면 쇼핑중독 위험 수준이다. 
1. 점점 쇼핑의 액수가 늘어난다. 
2. 쇼핑을 줄이거나 그만두려는 노력이 자꾸 실패한다.
3.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때 쇼핑한다.
4. 쇼핑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5.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6. 쇼핑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했다.
7. 쇼핑에 대한 생각을 과도하게 하고, 물건 검색에 시간을 많이 할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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