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끊고 싶어도, 어느새 연기 ‘후~’
남성 흡연율, OECD 평균보다 높아
여성 및 청소년 흡연율 증가세 지속
전자담배도 위험…폐 손상 유발 물질
‘니코틴’, 흡연 30분 후 또 흡연 욕구

[뉴스엔뷰] “점심시간만 되면 거리를 지나다닐 수가 없어요. 아야 대놓고 화단 주변에 종이컵들을 세워놨다니까요? 금연 표지판이 떡 하니 있는데도 말이에요.”

서울시 종로구의 한 회사원은 이렇게 말하며 울상을 찌푸렸다. 실제로 종각역 1번과 2번 출구 사이의 골목 일대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서대문의 오피스 타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흡연율은 10년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는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담배 연기 속의 니코틴이 도파민을 활성화해 금세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중독으로 이끈다며, 담배를 끊고 싶어도 혼자 끊기 어려운 이유 역시 니코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연 클리닉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금연 성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 조언했다.

서울 시내 오피스 타운의 점심시간은 골목 사이 사이 흡연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오피스 타운의 점심시간은 골목 사이 사이 흡연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진/뉴시스

◇ 흡연율 20년 새 66.3%→16% ‘감소’…‘담배 판매량’은 늘어

대학생 A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담배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호기심이었다”며 “친구가 권해서 하게 됐는데, 나쁜 짓인 건 알았지만, 친구들과의 교감을 원활하게 하고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우리나라에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이유는 A씨와 거의 비슷하다. 청소년기 친구들과 함께 호기심에 접하거나, 군대에 가게 되면서 선임과 동기들과의 인간관계를 폭넓게 하기 위해 시작한 경우도 많다. 즉, 친구나 동료들과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연대 의식이 강해지는 것 같은 생각에 흡연을 시작하며 서서히 니코틴 중독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한때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66.3%(1998년)를 기록했다. 그러다 금연 구역 확대, 담뱃값 인상 등 정부의 금연정책과 변화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흡연율은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는 추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OECD 보건 통계(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중 매일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비율은 15.9%다. 2010년 22.9%였던 흡연율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 흡연율 역시 감소 추세에 있다. 2012년 11.4%였던 청소년 흡연율은 2013년 9.7%, 2015년 7.8%, 2017년 6.4%, 2019년 6.7%, 2021년 4.5%를 기록했다. 

하지만, 남성의 흡연율은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높다. OECD 평균 남성 흡연율은 20.2%인데 발해, 한국의 남성 흡연율은 27.8%다. 청소년의 경우, 여학생의 흡연율은 2015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남학생은 2015년 11.9%에서 2021년 6%로 떨어졌지만, 여학생은 2015년 3.2%에서 2018년 3.7%, 2019년 3.8%로 정점을 찍다 2020년 2.7%로 떨어졌지만, 2021년에는 다시 2.9%로 올랐다. 

게다가 청소년 흡연율은 100% 신뢰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원광대 산본병원 가정의학과 서유빈 교수팀이 만 12~18세 청소년 1258명을 대상으로 요중 코티닌 검사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청소년의 실제 흡연율은 조사 때 응답한 비율보다 5%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여자 청소년의 흡연율은 본인이 밝힌 흡연율의 두 배 이상이었다. 연구팀은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느냐?’는 질문에 여자 청소년의 거짓 응답 가능성이 남자 청소년보다 4.1배 더 높다고 분석했다.

원광대 산본병원 서유빈 교수는 ‘청소년에서 자가 보고와 요중 코티닌으로 측정한 흡연율 및 거짓 보고 연관 요인’ 논문을 통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흡연율 조사에서 자가 설문 방식은 부정확한 결과를 나타낼 수 있다”며 “요중 코티닌 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를 함께 실시해야 정확한 흡연율을 파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흡연율은 줄었지만, 담배 판매량은 늘었다는 점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판매량은 전년 대비 4000만갑 늘어난 36억3000만갑으로 조사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반 담배 판매량은 전년보다 1.8% 줄었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5억4000만갑으로 전년 대비 21.3% 증가해 전체 담배 판매량의 증가에 한몫 했다.

우리나라 흡연율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추세지만, 담배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 흡연율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추세지만, 담배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다. 사진/뉴시스

◇ 니코틴, 10초 이내 뇌에 도달해 도파민 활성화…금연 시 각종 ‘부작용’ 원인 

요즘에는 각 지자체에서 흡연율을 줄이기 위해 금연 구역을 지정하거나 청소년 흡연 예방 사업 등 각종 금연 홍보와 캠페인을 시행하는 곳이 많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 경우 작년 6월 기준, 금연 구역만 총 29만3618곳에 달한다. 

이외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주변의 눈치로 인해 담배를 끊으려 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흡연 부스에 들어가 있을 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언젠가부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며 “무엇보다 집에 갔을 때 7살짜리 아들에게 담배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아 금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니코틴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다. 담배 연기에는 ▲나프틸아민 ▲니켈 ▲다이옥신 ▲벤젠 ▲비닐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 등 약 40종류의 발암물질과 4000종류 이상의 인체 유해 성분이 들어있다. 특히 니코틴 성분은 급성이나 만성의 신체 증상을 발생시킨다.  

담배 연기 속 니코틴은 흡연 후 10초 이내에 뇌에 도달해 니코틴 수용기에 작용하게 되고, 도파민을 활성화해 쾌감과 긍정적 기분을 느끼게 한다. 흡연 후 시간이 지나면 혈중 니코틴 농도는 떨어지게 되고, 또다시 흡연에 대한 욕구가 올라오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통 흡연 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정맥 내의 니코틴 농도는 절반 이하로 감소하게 되고, 다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즉, 반복적인 흡연을 통해 니코틴이 뇌의 보상회로를 통해 도파민을 분비해 내성, 금단, 갈망 등의 증상을 일으켜 또다시 흡연하게 만들어 중독으로 이끄는 것이다. 

만약 강한 의지로 금연을 실행했다고 하더라도 불면증, 우울, 긴장, 피로감, 두통, 기침, 가래, 목마름, 변비, 신경과민, 정신 집중 장애 등이 뒤따라와 금연에 실패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마찬가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유통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 112개 제품을 대상으로 성분 분석한 결과,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폐 손상 유발 물질로 지적한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함유됐다. 또한, 미국과 영국에서 폐 질환 유발 가능 성분으로 경고하고 있는 다이아세틸, 아세토인, 2·3 펜탄다이온 등 가향물질 3종과 중독 물질인 니코틴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금연도 ‘개인 맞춤형’ 필요…금연 클리닉 성공률 20~60%

담배를 끊은 즉시 나타나는 금단 증상은 1주일 이내에 최고조에 달하고, 개인에 따라 한 달에서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흡연에 대한 충동을 이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패치, 껌, 사탕 등을 통해 니코틴을 외부에서 공급해 금단 증상을 없애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니코틴 패치를 붙인다고 해서 바로 금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연 클리닉을 운영하는 전문 기관을 방문해 본인의 상태를 확인하고, 니코틴 의존도에 대한 진단 및 검사를 받은 후, 본인에게 적합한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한 내과 전문의는 “환자 중, 건강검진을 하면서 금연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의사와 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가담할 때 성공률이 올라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문의는 “보통 20~30% 정도 금연에 성공하고, 최대 60%까지 성공에 도달하지만, 금연 등록만 5~6번 하는 환자들도 있다”라며 치료에 대한 환자의 적극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문의들은 담배를 끊은 후 금단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호흡을 길게 하고, 천천히 숨을 내뱉는 것을 몇 차례 반복할 것을 추천했다. 또한, 평소 물을 마시거나 운동을 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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