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음주→문제 음주→알코올 남용→알코올 의존
혼술·반주·폭음 등 음주에 관대한 문화 알코올 의존증 키워
소주 2~4잔 이상, 건강에 ‘위험’…음주 후 3일은 금주해야
알코올 의존증 치료, 첫 잔을 피하고 완벽한 단주해야

[뉴스엔뷰] “평소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한 잔씩 마시곤 해요”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편이다.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도 자신은 ‘애주가’일 뿐이지, 알코올 중독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평소 술자리를 즐기거나,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됐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번 마시면 폭주하는 유형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기 몸 상태와 현재 처한 상황을 고려해 음주량이나 횟수를 조절할 수 없는지가 중독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술은 매일 조금씩 마시는 행위도 위험하다. 특히 ‘반주’의 형태로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술의 양이 적다 하더라도 식사 때마다 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술은 매일 조금씩 마시는 행위도 위험하다. 특히 ‘반주’의 형태로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술의 양이 적다 하더라도 식사 때마다 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 ‘매일 마셔야만 중독?’…한 번 마시면 끝까지 달리는 ‘폭음형’도 위험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알코올 사용 장애 1년 유병률은 남자 3.4%, 여자 1.8%로 전체 인구의 2.6%를 차지한다. 하지만, 평생 유병률로 따져보면 통계의 수치는 훨씬 더 올라간다.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 통계를 살펴보면, 남자 17.6%, 여자 5.4%로 11.6%의 인구가 평생 알코올 사용 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길에 지나다니는 열 명당 최소 한 명은 알코올 중독 문제를 겪는다는 말이다. 

알코올 중독 평생 유병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사회적인 요인이 크다. 회식과 반주가 만연한 사회적 특성상 술을 경계하기보다는 즐기는 오락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홈술’, ‘혼술’, ‘홈바’ 등의 단어가 유행으로 번지면서 ‘나 혼자 마시는 알코올족’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마셔야 알코올 사용 장애일까. 알코올 사용 장애는 술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진단 내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몇 개월간 안 마셨다고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전문의들은 술로 인해서 자신의 건강이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절 능력을 상실해 계속 술을 먹고 있거나, 술로 인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들어서는 때를 ‘중독’의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중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는 ‘폭음형 알코올 중독’이다. 직장인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퇴근 후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기 위해 마시던 술에 중독되는 경우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이 ‘나는 매일 마시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폭음은 심각한 알코올 의존 중 하나다. 술을 한꺼번에 많이 먹는다는 것은 술에 취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술을 마신 후 가족과 갈등을 겪거나 지각, 근무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이 이 유형에 해당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에서 치료가 늦어질 경우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알코올 중독 환자의 전형인 종일 음주형으로 진행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행위도 위험하다. 특히 ‘반주’의 형태로 매일 술을 마시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은 술의 양이 적다 하더라도 식사 때마다 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 사례도 최근 늘고 있다. 주방에서 몰래 술을 마시는 주부를 가리키는 말로 남편, 자녀, 시부모와의 갈등과 갱년기 증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또는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과 이루지 못한 꿈으로 인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마시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가 위험한 이유는 정신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고, 가족 몰래 마신다는 점이다. 술을 조금씩 오랜 기간 마시고 취해도 폭력 등 행동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알코올 중독 평생 유병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사회적인 요인이 크다. 회식과 반주가 만연한 사회적 특성상 술을 경계하기보다는 즐기는 오락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알코올 중독 평생 유병률이 올라가는 이유는 사회적인 요인이 크다. 회식과 반주가 만연한 사회적 특성상 술을 경계하기보다는 즐기는 오락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 건강에도 치명적인 술, 소주 2~4잔 사이 넘지 말아야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로 ‘진정 효과’를 꼽는다. 실제로 술은 신경정신과적으로 뇌 신경의 스트레스성 긴장과 불안을 억지로 억누르면서 잠을 잘 오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 뇌에는 휴식기의 신체 이완을 담당하는 ‘GABAa 수용체’라는 부분이 있는데,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GABAa 수용체에 작용해 강한 이완과 진정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목적으로 술을 자꾸 마시면 신체는 신경안정물질이 과도하다는 판단하고, GABAa 수용체의 감수성을 둔화시켜버린다. 이렇게 되면 술이 없으면 밤잠조차 자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정신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알코올은 독성 물질이라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6년부터 알코올을 담배 속의 성분인 비소, 카드뮴과 같은 1군 발암 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이런 술을 상습적으로 과도하게 마시면 뇌신경을 조금씩 파괴해 일시적인 기억상실, 폭력 성향 등이 나타나게 된다. 더 나아가 알코올성 치매, 환각, 피해망상증까지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순수 알코올 섭취량으로 환산했을 때 하루에 남자는 약 소주 4잔인 40g 미만, 여자는 약 소주 2잔인 20g 미만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음주는 마시는 행위 그 자체로 인해 고혈압이나 암의 원인이 될 수 있고, 각종 암을 비롯해 심장질환, 뇌졸중, 간 질환, 수면장애, 우울감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간경변증의 두 번째 주요 원인이 술이며 간암의 세 번째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대동병원 가정의학과 김윤미 과장은 “술을 마셔야 한다면 빈속에 마시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나눠 중간에 물을 먹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음주 후에는 적어도 3일 정도는 금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자신이 술을 즐겨 마시거나, 조절해서 마실 수 없는 단계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알코올 의존은 주로 정신과에서 다루지만, 최근에는 신경과, 내과, 가정의학과에서도 검사받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술을 완전히 끊도록 노력해야 한다. TV에서 술 광고가 나올 경우 곧바로 채널을 돌려야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술집이 있다면 없는 골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술을 마시지 않겠다’라고 결심했다 하더라도 술 먹는 장면, 안주 냄새 등의 자극들이 뇌를 흥분시키고, 이런 사소한 자극이 쌓이면 작은 스트레스에 술에 대한 갈망이 올라와 결국 술을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알코올 사용 장애 진단기준이다. 지난 1년 사이에 다음의 항목 중 2개 이상이 나타나면 알코올 사용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1.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양, 혹은 오랜 기간 동안 섭취
2. 알코올을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한 경험들이 쌓임
3. 알코올에 대한 갈망
4. 알코올로 인해 학업·일·가정에서의 주요한 역할 수행에 실패
5. 신체적으로 해가 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섭취
6. 내성
7. 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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