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불법 유통, 대응 나섰지만…효과는 “글쎄”
막 내린 불법 유통 누누티비, 제 2의 누누티비 생겼다?
정부, 불법 유통 사법 검거 나서고 기업 자체 TF팀 만들어
“국민 인식 개선의 대 전제 있어야 콘텐츠 불법 유통 막아”

[뉴스엔뷰]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기승하는 불법 유통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불법 유통 시장에 국내 콘텐츠들이 대거 등장한 것. OTT와 방송사들의 압박, 정부 차원에서 K-콘텐츠 불법 유통을 틀어막고 있지만, 불법 유통을 근절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달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미디어·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달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미디어·콘텐츠산업발전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천 만 명 보던 대형 불법 사이트

지난 14, 불법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의 불법 서비스가 결국 종료됐다. 정식오픈 이후 2년 만이다. 누누티비는 지난 20216, 도미나키공화국, 파라과이 등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개설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다. 누누티비는 그동안 월간 활성 이용자수 1,000만명을 돌파했다. 게다가 불법 유통으로 인한 K콘텐츠 관련 업계의 피해액은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업계 안팎에서 집계한 누누티비의 총 동영상 조회수는 지난 2월까지 15억회 정도다.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국내 OTT보다 많은 숫자다.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액이 49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 했다.

서비스 종료 직전, 누누티비는 공지를 통해 "걷잡을 수 없는 트래픽 요금 문제와 사이트 전방위 압박에 의거 심사숙고 끝에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리게 됐다""마음이 무겁고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누누티비는 그동안 정부가 사이트를 매일 1회 차단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도 URL(인터넷주소)을 우회하며 서비스를 이어갔다. 지난 6일에는 정부의 대응을 비웃기라도 한 듯 전용 앱까지 배포했다.

누누티비는 전 세계 OTT 작품들을 포함해 국내 지상파,종편, 케이블방송에서 다룬 다양한 콘텐츠들을 유통하고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하지만, 결국 누누티비는 정부의 강력 대응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 328, 문화체육관광부(이하문체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콘텐츠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지시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법무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협의체를 발족했다.

OTT와 방송사들,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 가입

문체부는 최근 K-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국내외에서 K-콘텐츠의 불법 유통도 늘어나고 있다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방문자 수가 늘어나고, 웹소설 전용 불법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온라인 환경이 국제화·고도화하면서 대응 방법은 더욱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에 문체부는 범정부적인 공조 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관계부처 협의체는 저작권 침해 사범 수사·단속, 불법복제 사이트 접속차단, 해외 저작권 침해 대응 및 콘텐츠 이용자 인식개선 등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을 위한 부처 간 협력을 강화하고,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협의체 실무회의를 통해 부처별 추진계획을 종합하고, 방송·영화·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분야 업체·기관으로 구성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 등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6월 중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을 수립, 발표할 예정이다.

문체부 임성환 저작권국장은 우리나라 수출 전선의 구원투수로서 콘텐츠 산업의 수출액은 지난 5년간(’17~’21) 연평균 9.0%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라며, “이 협의체를 통해 K-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하고 콘텐츠 산업의 성장세를 지킬 수 있는 적극적이고 획기적인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정과제인 ‘K-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통한 문화주권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부부처 뿐만 아니라 OTT와 방송사들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KBSMBC, CJ ENM, JTBC 등 방송사와 영화제작사, 배급사들로 구성된 한국영화영상저작권협회를 비롯해 방송·영화콘텐츠 전문 제작스튜디오 SLL, OTT 플랫폼사인 콘텐츠웨이브와 티빙, 세계 최대 불법복제 대응조직 ACE(Alliance for Creativity and Entertainment) 등이 협의체에 참여했다. 이들은 발족 이후 첫 활동으로 누누티비를 형사 고소했다.

폐쇄형 운영 방식 선택한 누누티비2

하지만 정치권과 방송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법 유통망을 쉽게 근절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으려면 유통 경로를 일일이 확인해 차단하는 등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담 인력을 이용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등에서 누누티비 대체라는 키워드의 관련 게시글만 100건 이상이 노출되면서 많은 이들이 현재 누누티비가 대대적인 제재로 이용이 불가해질 경우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이라도 하듯 누누티비는 서비스 폐쇄를 선언한 지 사을 만에 서비스 재개를 알리는 뻔뻔한 행보를 걸었다.

지난 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세종학당' 정식 운영 기념행사에서 한국생활 360도 VR 영상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2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 '확장가상세계(메타버스) 세종학당' 정식 운영 기념행사에서 한국생활 360도 VR 영상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누누티비 운영진인 스튜디오유니버셜은 최근 텔레그램을 통해 "오는 30일 오전 2시부터 누누티비 시즌2를 시작한다"고 공지했다. 이 같은 누누티비의 방침은 운영 비용을 줄여 수익화에 본격 나서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개형'이 아닌 '폐쇄형' 운영 방식을 택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폐쇄형은 누누티비2 공식 텔레그램으로 문의한 이용자에게만 따로 도메인을 알리는 방식이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최근 2016에서 2020년까지 서비스를 종료한 플랫폼 개수는 계속 늘었다. 같은 기간 불법 웹툰 플랫폼도 2020년 기준 272개로 증가했다. 콘텐츠 데이터베이스 전문 업체인 코니스트에 따르면 불법 복제가 확인된 해외사이트는 2685개며, 이중 한글로 서비스하는 사이트가 2019년 말 기준 244개였다.

연도별로 보면 2017106억 뷰에서 2020366억 뷰로 약 3.5배 증가했다.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해도 유사 플랫폼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접속이 완전히 차단된 밤토끼 시즌2’나 누누티비의 시즌 2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불법 콘텐츠는 상당수가 텔레그램같은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유통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검색되지 않고 은어를 통해 공유되고 있어 적발이 힘들다.

카카오엔터, TF팀 피콕으로 직접 신고

정부는 또 국제수사기관(인터폴)과도 공조수사를 진행해 해외 불법 콘텐츠 유통업자들을 잡고 있다.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는 인터폴·모로코 집행기관과 협력해 불법 웹툰 사이트(스카이망가)를 폐쇄하고 용의자를 구금했다. 사이트 운영자는 웹툰 자료를 한국어, 스페인어, 일본어로 불법 배포해왔다.

같은 시기 문체부는 토렌트·불법 스트리밍 링크 사이트 등 20개를 개설해 운영하면서 웹툰, 애니메이션, 영화, 방송 저작물 등 총 197820개를 유포한 개발자를 검거했다. 이와 함께 우리 웹툰을 번역해서 해외에서 대량 유포한 불법사이트 운영자를 인터폴 적색수배하고, 해당 국가의 수사기관과 국제공조를 통해 검거(사이트폐쇄)했다.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2 콘텐츠 IP 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2 콘텐츠 IP 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불법 콘텐츠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플랫폼 업계 최초로 자체 단속 단체를 만들었다. 태스크포스(TF)피콕(P.Cok)’이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피콕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불법 유통물 15607건을 직접 신고해 차단했다. 콘텐츠를 불법 유통해온 텔레그램 그룹 206개를 폐쇄했고 13개의 대형 불법 번역 그룹의 활동을 중단시켰다.

아이러니한 것은 외국이 평가하는 한국 지식재산권(IP) 수준은 양호한 편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미국 글로벌혁신정책센터가 작성한 ‘2022 국제지식재산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종합점수 41.97(50점 만점)을 얻어 55개 국가 가운데 12(83.94%)에 올라있다. 특허·상표권·시스템효율성 분야에서 상위 10개국 평균을 앞섰지다. 반면, 저작권은 상대적으로 뒤처져있다.

한국저작작권보호원,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웹툰 저작권 보호를 위한 유관기관 공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업무협약을 통해 최우선적으로는 웹툰 저작권 보호 공동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수의 웹툰 작가들이 참여하여 매주 1~2편의 저작권 보호 한 컷 웹툰을 누리소통망에 게시하여 확산하고, 더불어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가의 단편 웹툰을 플랫폼에 게시하여 불법 웹툰 이용 근절을 호소할 예정이다. 또한 웹툰 저작권 보호를 주제로 한 홍보 영상도 제작하여 다양한 홍보 채널을 통해 웹툰 저작권 보호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저작권 침해 및 경제적 손실 초래에도 공짜로 볼 수만 있다면 된다는 수요자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불법 유통망 근절은 먼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용자들이 불법인 것을 인식하면서도 사이트에 자꾸 접속하는 것이 문제라며 접속 자체가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구조라는 것을 알고 불법 유통 사이트의 인식 근절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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