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투자 금액의 2배 유치? 뚜껑 열어보니 “예전과 비슷”
“생색내기” 비난…“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이미 열려있었다”
지식재산권(IP) 둘러싼 갈등, “국내 콘텐츠 기업은 하청업체!”
정치적 마찰…“김건희 넷플릭스 투자 과정 보고는 국정 개입”

[뉴스엔뷰]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통해 글로벌 OTT넷플릭스와 투자를 약속받은 것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방미 첫 스케줄로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테드 서랜도스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넷플릭스는 드라마, 영화 등 한국 콘텐츠에 4년간 2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3천억 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4월 24일(현지 시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해 투자액 8,000억 추산

넷플릭스가 투자를 약속한 금액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투자한 전체 금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번 투자는 대한민국 콘텐츠 사업과 창작자, 넷플릭스 모두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넷플릭스의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지난해 실질적인 투자액이 약 8,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실제 투자액은 많이 늘어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넷플릭스는 이미 이 정도 규모의 금액을 투자하고 있고, 정부와 문체부는 생색내기용 발표에 도취했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넷플릭스 코리아가 공개한 '사회 경제적 임팩트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투자한 금액은 총 7,700억 원으로 한 해 평균 1,400억 원 규모다. 해당 보고서에 적힌 2021년 투자 계획은 5,500억 원이었다.
실제로 김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부사장은 2022년 ‘한국 콘텐츠 라인업 발표’에서 “한국에서 15개 오리지널을 발표한 작년(2021년)에만 5,000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이어 “올해(2022년)는 25개를 발표하는 만큼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그동안 공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규모 등을 추정할 수 있지만, 넷플릭스는 연도별 투자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작품당 평균 제작비가 비슷한 규모였다면 넷플릭스는 지난해에 적어도 8,000억 원 이상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실제 투자액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벌어들인 매출 상당 부분을 본사에 ‘배급 수수료(Distribution fee)’로 보내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벌어들인 매출 상당 부분을 본사에 ‘배급 수수료(Distribution fee)’로 보내고 있다.  사진 / 픽사베이

일자리 창출? 매출은 미국으로!

일각에서는 서서히 늘어나던 넷플릭스의 투자를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액은 2016년 150억 원, 2017년 819억 원, 2018년 920억 원, 2019년 2,480억 원, 2020년 3,300억 원, 2021년 5,000억 원, 2022년 8,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매년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미 한국 콘텐츠에 투자를 많이 하는 넷플릭스에 숟가락 그만 올리라”는 지적이 있을 만하다. 문체부는 “이번 투자 유치로 6만 8,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 문화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엄청난 혜택을 가져오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이미 상당한 정도로 미국 산업에 수직 계열 종속화된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뿐만 아니다. ‘통 큰 투자’의 결실 대부분이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투자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벌어들인 매출 상당 부분을 본사에 ‘배급 수수료(Distribution fee)’로 보내고 있다. 실제로 난해 7,732억원의 매출을 올린 넷플릭스 한국법인은 그중 84%가 넘는 6,507억 원을 본사 수수료로 냈다. 넷플릭스 한국법인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2억 원, 107억 원에 그쳤다.
결국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꾸준히 투자해 온 건 한국 콘텐츠 산업을 부흥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미국 콘텐츠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한국 콘텐츠의 뛰어난 가성비에 주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한 보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비영어권 TV 부문 역대 시청 순위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오징어게임>의 경우, 2,140만 달러(약 294억 원)를 투자해 8억 9,110만 달러(약 1조 2,25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넷플릭스는 전액 투자하는 작품은 제작비의 약 10% 수익을 제작사에 주는 대가로 IP 전체를 가져가지만, 제작사가 제작비를 내고 제작한 작품에는 방영권 비용만 내고 방영하는 대신 IP를 가져가지 않는다.  사진 / 픽사베이
넷플릭스는 전액 투자하는 작품은 제작비의 약 10% 수익을 제작사에 주는 대가로 IP 전체를 가져가지만, 제작사가 제작비를 내고 제작한 작품에는 방영권 비용만 내고 방영하는 대신 IP를 가져가지 않는다.  사진 / 픽사베이

넷플릭스, 지식재산권 장악 예상

이처럼 이번 넷플릭스의 투자 유치는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문제는 넷플릭스와 경쟁해야 하는 토종 OTT 업체들이다. 수년간 적자만 커지면서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드는 토종 OTT에 비해 넷플릭스의 실속 없는 한국 시장 점유율만 크게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갈등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넷플릭스 한국투자, 어떻게 볼 것인가’ 세미나에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을 갖는 게 중요한데 정작 우리는 제작 단계에만 머무를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재 넷플릭스는 전액 투자하는 작품은 제작비의 약 10% 수익을 제작사에 주는 대가로 IP 전체를 가져가지만, 제작사가 제작비를 내고 제작한 작품에는 방영권 비용만 내고 방영하는 대신 IP를 가져가지 않는다. 제작비를 100% 넷플릭스가 투자한 <오징어 게임>의 경우 IP 전부를 가져가지만, 에이스토리가 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가 방영권만 가졌다.
이 규정은 넷플릭스처럼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OTT에 제작비 전액을 투자받는 조건으로 IP까지 내어주는 중소 제작자들을 늘어나게 했다. 결국 토종 콘텐츠 기업이 IP를 가져오지 못하면 넷플릭스가 아무리 투자해도 국내 기업은 제작 단계에만 머무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넷플릭스 투자는 우리나라 영상 콘텐츠 산업에 기회”라며 “일단 기회가 왔으니,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국내 콘텐츠 제작자가 지식재산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집에서 살림만 하나?” 영부인 국정 개입 논란

게다가 넷플릭스 투자 결정은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이라는 또 다른 논란까지 가져왔다. 투자유치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넷플릭스 투자 유치에 김 여사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싱턴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 서랜도스 시이오가) 중간에 편지도 주고받았고, 사전에 대통령실 내외와 넷플릭스 최고 경영진과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여사가 어떻게 개입했나’라는 취지의 질문에 “중간중간에 진행되는 과정을 윤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를 드렸고,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에게도 보고드린 적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개입’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건희 여사의 국정 개입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제 대통령실은 무엇이 잘못인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 청와대가 최순실이라는 비선 실세의 존재를 숨기려 애썼던 데에 비하면 지금의 대통령실은 뻔뻔하기까지 하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24일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기간에 알려진 김건희 전 대표의 '넷플릭스 투자 계획 논란'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의 지적에 “영부인이라고 집에서 살림만 하라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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