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자전거 활성화 대비 사고 방지 대책 거의 없음 ‘무책임’
자전거, 자동차와 달리 신체완전 노출, 5년간 사망자 500여명
안전모 착용률 20% 미만, 공유 킥보드 이용자 대부분 ‘미착용’

[뉴스엔뷰]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쇄골에 심각한 골절 부상을 입은 사실을 SNS에 공개하며 자전거의 위험성을 알렸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빗길에 자전거를 타다가 영화처럼 쾅”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부러진 쇄골 뼈가 찍힌 엑스레이 사진과 8자 붕대를 착용한 뒷모습을 함께 올렸다.

일상 속 이동 수단을 넘어 운동과 취미활동으로 대중화되면서 국내 자전거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 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자전거 운행 시에는 정해진 법률을 따라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통행해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다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자전거 운행 시에는 정해진 법률을 따라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통행해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다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 자전거 인구 늘어나는데, 안전 의식은 ‘미흡’

오는 4월 22일은 ‘대한민국 자전거의 날’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교통과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로 2010년 6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 의해 지정됐다. 

자전거의 날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자전거 이용자는 급속도로 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전거 이용 인구를 추정한 결과 만 12~69세 이하 인구 중에서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는 1340만명이다. 빈도수별로 살펴보면 연 1회 이상 이용자가 33.5%, 주 1회 이상 이용자가 25.6%, 매일 이용하는 사람이 8.3%로 나타났다. 즉,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330만명으로 거의 10명 중 1명이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자전거 이용자는 늘고 있지만, 안전 의식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보도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거나, 도로에서 부주의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이 2017년부터 5년간 자전거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건 건수는 2만7239건이며 이로 인한 사망자는 449명, 부상자는 2만9142명 발생했다. 

자전거 교통사고의 치사율(교통사고 100건 당 사망자 수)은 1.65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1.61)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운전자가 20세 이하일 때의 치사율은 0.32, 65세 이상일 때는 3.56으로 운전자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치사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에는 자전거 대 사람의 사고 유형도 늘고 있다. 일반 자전거의 평균속력은 시속 15㎞, 전기자전거는 최고 속력이 시속 25km에 달한다. 따라서 보행자와 충돌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자전거 교통사고에서의 안전모 착용률을 살펴보면, 착용률은 20%에 불과했고, 미착용률은 50%가 넘어가는 수치를 보였다. 이는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를 이용할 땐 더욱 심각해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많이 이용하는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에 대한 안전관리 및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99.1%가 개인 소유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중 안전모를 제공한 곳도 없었다.  

통행과 소방시설 이용에 방해되는 위치에 주차한 전기자전거 사례도 빈번했다. 수도권 지하철역 인근 40곳에서 전기자전거 주차 실태를 확인한 결과, 주차 장소로 부적절한 구역에 전기자전거를 방치한 사례가 346건이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르면 자전거를 도로, 자전거 주차장 등 그 밖의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자전거 운행 시에도 정해진 법률을 따라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구분된다. 따라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통행해야 하고, 자전거 도로가 없다면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해야 한다.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보행해야 한다. 또한,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경찰관이나 경찰 보조자들이 하는 신호와 지시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거리에서 이런 안전 의무를 지키지 않는 자전거 운전자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례로 자전거 앞 장바구니에 친구를 앉히고 하교하는 학생들, 차가 나오는 주차장 앞을 살펴보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자전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시민은 “차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거리에서 인근 중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학생 두 명이 자전거에 탄 채 주변 확인도 하지 않고 쌩쌩 달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속도가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으면 앞으로 꼬꾸라질 수 있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고영우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자전거 교통사고는 외부 활동 여건이 좋을수록 많이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안전모 및 보호장비 착용, 운행 전 Air(공기압), Brake(브레이크), Chain(체인) 등 ABC 자전거 점검, 횡단보도에서 자전거 끌고 건너기, 야간 운행 시 라이트 켜기, 음주․과속운전 금지 등을 지키는 올바른 운행으로 사고 발생 및 인명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로에서 따릉이를 타고 있는 시민의 모습. 시민들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자전거 활성화 정책보다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도로에서 따릉이를 타고 있는 시민의 모습. 시민들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 자전거 활성화 정책보다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 지자체, 자전거 활성화 정책에 ‘급급’…자전거 도로 정비 등 인프라 신경 써야

이처럼 도로 위 자전거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자 자동차 운전 수준의 안전 의식을 위한 교육 등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는 자전거 활성화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지자체마다 시민들이 안심하고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자전거 보험’에 가입했다. 서울의 경우 강남, 강북, 강동 등 13곳이 가입돼 있고, 이외에도 전국의 시군구별로 자전거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뿐만 아니라 보행 중 자전거로부터 입은 사고에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자전거 보험보다도 더 시급한 것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거라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 중구의 한 시민은 영종도 자전거 길의 일부 구간의 안전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시민은 “영종도 자전거 길은 수도권 최고 라이딩 명소임이 틀림없다”라면서도 “단, 교차로를 지나 영종북로와 합류하는 구간에서 과속하는 차들로 위험해 신호 또는 횡단보도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시민은 “평소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데 간혹 바닥에 표시된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 표지가 낡아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분명히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였는데 가다 보니 인도만 남아 있어 나도 모르게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시 중구의 한 시민은 “자전거전용도로가 너무 낡아 자전거를 탈 때마다 힘들다”라며 “턱에 걸려 넘어지거나 박살 난 도로 때문에 넘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전거전용도로는 자동차 도로와 가까이 있어 넘어질 경우 위험도가 올라간다. 그런데도 안전 펜스 하나 없이 옆에 두 도로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자전거 운전자가 위협받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공유 전기자전거의 경우 체인이나 바퀴 커버, 경음기, 조명 장치 등이 파손된 경우도 있어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전거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만큼 이에 맞는 인프라가 조속히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가장 급한 건은 자전거 도로 확장이다. 자전거전용도로는 폭 자체가 좁은 경우가 많아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차를 피해 오른쪽으로 붙어 가다 보니 장애물들이 시야를 가려 안전 운행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보행자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행자 겸용 도로보다는 자전거전용도로의 확대가 필요하다.

자전거 운전자들 역시 안전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자전거전용도로라 하더라도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어 안전 운전을 해야 하며, 하이킹 시에는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도로의 경계석처럼 틈이 벌어진 도로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걷는 것이 좋고, 안전모와 무릎, 팔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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