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담배 광고, 외부에 보이지 않아야”
외부에 가려진 계산대…편의점 범죄 증가

[뉴스엔뷰] 최근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이어지면서 편의점 안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논란의 가운데에는 편의점 내 담배광고를 가리기 위해 설치한 시트지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의 한 편의점 업주는 “카운터가 안쪽에 자리잡고 있고, 바깥에서도 잘 보이지 않으니 위급 상황이 생겨도 사람들이 잘 모를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최근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이어지면서 편의점 안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편의점을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이어지면서 편의점 안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 ‘범죄의 표적’된 편의점…알바생 타깃으로 한 범죄 ‘기승’ 

얼마 전부터 편의점이 사람들에게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긴급 대피와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는 ‘여성 안심 지킴이 집’으로 편의점이 운영되면서 편의점은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직장인 A씨는 “늦은 밤 귀가할 때 편의점 불빛이 보이면 안심이 됐다”라며 “만약, 술 취한 남성이 따라오거나 위협을 느낄만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가면 되니까 편의점이 보이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킴이 집들은 112와의 핫라인 신고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필요한 경우엔 편의점 점주나 직원이 카운터에 설치된 비상벨과 무다이얼링(전화기를 내려놓으면 11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통해 경찰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편의점에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비상벨 무용론까지 제기되면서 편의점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에는 인천시 계양구의 한 편의점에 강도를 당한 편의점 업주가 편의점 창고 앞에 쓰러져 있었는데도 사건이 발생한지 50분이 지나서야 숨진 채 발견돼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천안의 한 편의점에서 한 남성이 편의점 계산대에서 현금 115만원을 훔쳐 달아난 사건도 있었다. 인근에 파출소가 있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번화가에 위치했음에도 절도범들의 표적이 됐던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편의점 범죄 건수는 매년 300~800건씩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에는 월 평균 1290건의 범죄가 편의점에서 발생했다. 그 해에만 1만 5489건의 범죄가 발생했는데 이는 2년 전보다 무려 1000건이 더 늘어난 수치다. 

범죄의 대부분은 상해, 폭행, 살해 등 중범죄부터 강력범죄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며, 주로 편의점 직원들을 상대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렸다.

편의점에 붙여진 불투명 시트지로 인해 편의점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편의점에 붙여진 불투명 시트지로 인해 편의점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담배광고 가려야 vs 안전까지 위협…‘대립’ 

편의점이 범죄의 온상이 되자 호신용 도구나 전기 충격기, 112 비상벨 버튼, CCTV가 있어도 안심이 안 된다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편의점 내부가 보이지 않도록 설계된 ‘반투명 시트지’다. 이 시트지가 편의점 내부에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완벽히 차단해 편의점 근무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편의점 시트지 규제가 나온 지는 오래됐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담배 영업소는 내부의 담배 광고 내용이 외부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청소년에게 담배 광고 노출을 줄이자는 취지의 이 규정은 1995년 생겼다. 하지만, 당시 이 규정을 지키는 영업점은 없었다. 규정은 있었더라도 실제로 단속을 벌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따라 2021년 7월부터 전국의 편의점에는 불투명 시트지가 부착되기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불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내부와 외부를 완전히 차단하는 역할을 해 범죄율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건축물 범죄 예방설계 지침(CPTED)에 따르면, 편의점 설계 기준은 범죄 발생 예방 및 신속한 신고를 위해 점포 내부가 환히 잘 보이도록 설계해야 한다. 

서울시 구로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시트지를 붙였는데 과연 흡연율 절감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라며 “담배를 구매하고자 오는 손님들은 애초부터 담배를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지, 광고를 보고 오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점주는 “차라리 담배 진열장을 서랍장이나 계산대 아래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기는 편이 백 번 낫다”라고 제안했다.

이에 전문가와 편의점 업주들은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가 각종 안전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현장에 맞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뉴스엔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