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비음모 ‘음주운전’, 강력한 처벌과 치료 필요
음주운전 일 평균 48건 적발, 10년 내 재범률 74%
음주, 공간지각능력·반응속도 저하…추돌사고율 높아

[뉴스엔뷰] “판사님, 사람이 없는 길이고, 1km의 길지 않은 길이어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 운전을 했습니다.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부디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습니다.”

음주운전을 한 후 운전면허 취소 위기에 놓인 운전자 A씨가 판사에게 올린 호소문의 일부다. 이 운전자는 1년 전에도 음주운전으로 경찰 단속에 걸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후 이 운전자는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최근 대낮 음주운전 증가함에 따라 경찰이 대낮 음주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대낮 음주운전 증가함에 따라 경찰이 대낮 음주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피해자는 ‘울고’, 가해자는 ‘호소’하며 서로 다른 입장차이 보이는 음주운전   

A씨는 직업 상 운전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밤 길이었던 데다 실제로 아무런 사고도 내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것이 A씨의 이론이다. 

그러면서 A씨는 “앞으로 절대 음주운전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며 “면허 취소 처분만은 내려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A씨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면 생계형 이의신청과 행정심판을 통해 정지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며 어떤 일을 해서라도 구제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와 사람들의 비판을 샀다. 한 음주운전자는 자신을 ‘죄인’이라 표현하며, “내가 과거에 저지른 잘못된 행동에 대해 뉘우치는 자세로 살고 있다”며 “운전을 하지 않고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 앞으로 2년 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다른 성격의 글이 올라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음주운전으로 가족을 잃었다는 사연자는 ‘음주 사고가 나는 게…반갑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반년 전 아버지가 음주 음전 차량에 치여 사망했지만, 가해자는 현재까지 불구속 수사중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과실이 있었고, 피해자를 구조하려는 듯한 피해자의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혀 경찰은 처음에 과실 치상으로 기소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변호사가 하는 말이 이 정도는 실형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검찰에 다시 넘어가기 전에 다른 음주사고가 화제가 돼 높은 형량이 구형되길 기다리라고 했다”는 말을 했다고 올렸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 역시 불안함을 감추지 않았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이 씨는 “문제는 스쿨존이 아닌것 같다. 핵심은 음주운전”이라며 “음주운전자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지금도 도로를 달리고 있는 수많은 차들 중에 어느 누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관 모습.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48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난다. 사진/뉴시스
음주운전 단속 중인 경찰관 모습. 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48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난다. 사진/뉴시스

◇ 5명 중 1명은 3회 이상 음주운전한 ‘상습범’…강력한 처벌 규정 ‘필요’ 

얼마 전, 대낮에 도로 한 가운데에서 9살 초등학생 어린이가 음주운전으로 인해 생명을 빼앗긴 사고가 일어나 전 국민의 공분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14일 낮 1시부터 2시간 동안 전국 431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한 결과 헐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에 있는 운전자만 36명, 면허취소 수준의 운전자는 13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술을 마시게 되면 공간지각능력과 반응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만큼 운전 시 추돌사고 위험은 커지기 마련이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전체 차대차 사고에서 21.1%를 차지한 추돌사고율이 음주운전 교통사고에서는 46.6%로 높아졌다.

특히 금요일 밤 22~24시가 가장 위험했다.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총 8만6747건으로 전체 교통사고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8.1%다. 

즉, 전국에서 하루 평균 약 48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 사망한 인원은 1573명, 다친 사람은 14만3993명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금요일 밤 22~24시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특히 주말로 갈수록 평일보다 일 평균 28.0% 더 많았다. 주중에는 주 초반보다 후반으로 갈수록 사고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음주운전일수록 젊은 층의 사고 비율이 높아졌다. 전체 교통사고는 일반적으로 40~50대 운전자가 많이 발생시켰지만,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30대가 가장 많았다. 음주운전으로 사망한 사고는 20대 운전자가 많았다. 

도로교통공단 고영우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전날 밤 과음도 다음날 오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아침에는 운전을 지양해야 한다”라며 “무엇보다도 음주운전은 범죄행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성숙한 교통안전의식을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한번 음주운전 한 사람은 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 동안 2회 이상 상습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만 16만2102명이었다. 이중 74%는 음주운전으로 적발 후 10년 이내에 다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1년 이내에 음주 상태로 다시 운전대를 잡은 경우도 18%에 달했다.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도 7만4913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의 20.5%에 달하는 수치다. 즉, 음주운전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3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상습운전자라는 뜻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2%를 초과하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내려진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 0.2% 미만인 경우에는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0.03% 이상 0.08%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음주측정을 거부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를 다치게 할 경우 최대 10년 6개월형에 처하고, 숨질 경우 최대 15년형이 권고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처벌규정이 약하다는 여론이 강하다. 미국 워싱턴주의 경우 음주운전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면 1급 살인죄를 적용해 50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일본의 경우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는 최고 30년까지 유기징역을 내린다.

일반 시민들은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수준이 미미해 음주운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이 씨는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며 “합의나 선처 없이 강력한 법적인 처벌을 내려야 재범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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