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기 규모 줄었으나, 1인당 피해 금액은 ‘여전’
방법 교묘해지는 ‘피싱 사기’…디지털 취약 층 보호는?
‘고령층 금융사기 방지’위한 별도 법 제정 ‘시급’

[뉴스엔뷰] “결혼식에 부디 오셔서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 주세요.”

직장인 A씨는 ‘모바일 청첩장이 도착했습니다. 많이 와주세요’라는 초대장 링크가 포함된 문자를 받고 별다른 의심 없이 링크를 클릭했다가 낭패를 봤다고 한다. 바로 악성 앱인 ‘모바일초대장.apk’가 설치돼 휴대전화에 보관돼 있던 개인정보, 금융정보 등이 피싱 사기범에게 전송됐기 때문이다. 이 사기범은 A씨 명의의 은행 앱에 접속해 신규 비대면 대출을 받아 자금을 이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바일 청첩장이 일상이 된 요즘, 사람들의 변화된 생활방식을 노린 보이스피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청첩장뿐 아니라 중고 물품 구매를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범인 사례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작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임시회 5차 본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의 휴대폰으로 피싱문자가 왔다. 이 의원은 ‘이런 일을 하시는 것은 위법입니다’라고 답을 보냈다. 사진/뉴시스
작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임시회 5차 본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의 휴대폰으로 피싱문자가 왔다. 이 의원은 ‘이런 일을 하시는 것은 위법입니다’라고 답을 보냈다. 사진/뉴시스

◇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 1500억원…사기 수법 ‘진화’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은 영향을 줬지만, 피싱 사기범의 사기 활동에도 영향을 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기 활동 위축 등으로 피해 금액은 2019년 이후 감소했다. 감소율을 살펴보면, 2020년 65.0%, 2021년 28.5%, 2022년 13.7%로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방식의 진화된 방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등 수법이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오픈뱅킹과 간편송금 등 금융거래의 간편성을 악용한 신종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유형은 가족이나 지인,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는 사칭형이 78.6%로 가장 많았고, 대출빙자형(21.4%)이 뒤를 이었다. 특히 메신저, SNS 등 비대면 채널 이용의 증가로 ‘메신저 피싱’ 비중이 2020년 15.9%에서 2022년 63.9%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전통적인 사기 수법인 공공기관 사칭형도 주의해야 한다. 예전처럼 검찰청이나 경찰청만을 사칭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유사투자자문업체에서 한국소비자원을 사칭한 위조 공문을 받았다는 상담이 지속해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정부 기관을 사칭한 유사투자자문서비스 피해보상 안내와 관련한 소비자 상담이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일례로 문자메시지에 한국소비자원에서 발송한 공문인 것처럼 조작한 ‘환불 신청서 안내문’이 첨부돼 있고, 위조 공문에는 결제내역, 환불 금액 등 허위 내용이 기재돼 있다. 공문을 수신한 소비자에게는 ‘피해보상’ 절차 진행을 위한 것이라며 개인 금융 정보를 요구하거나 코인, 비상장 주식 등의 신규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유인해 금전을 편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기 수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소비자원의 공문에 따라 과거 주식정보서비스의 피해보상 처리 중이다. 특정 코인을 저가에 매수하면 거래소에 상장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환급된다’라는 안내 후, 500만원을 계좌 인체하라고 한 뒤 연락을 두절하는 식이다. 

혹은 ‘소비자원의 환급 권고를 내세우며 비상장 주식 투자 권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상장 예정인 주식에 100만원을 투자하면 1개월 뒤 유사투자자문서비스 회비를 환급해 주겠다는 식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과 1372소비자상담센터는 유사투자자문서비스 피해보상 관련 환불 신청 안내문을 발송하지 않는다”라며 “관련 문자를 수신하면 즉시 삭제하고 발신자에게 연락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올 초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압수한 보이스피싱 범죄 압수물. 사진/뉴시스
올 초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압수한 보이스피싱 범죄 압수물. 사진/뉴시스

◇ 1인당 피해 금액 ‘여전’…디지털 취약층 보호 ‘시급’  
   
피싱 사기로 인한 피해 금액은 1451억원으로 2019년 6720억원에 비해 급감했지만, 1인당 피해 금액 감소율은 15.1%에 불과했다. 피해금 환급률도 지속해 하락 추세다. 2020년 48.5%였던 환급률이 2년 연속 크게 하락해 2022년에는 26.1%에 불과했다. 

이는 사기범이 오픈뱅킹을 통해 피해자의 다수 계좌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전체 피해 규모는 감소하는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오히려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메신저를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 증가하면서 가족, 지인을 사칭한 후 개인정보 등을 탈취하는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금융사기 예방 지식과 정보에서 소외된 고령층이 피해에 취약하다. 실제로 30~50대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 비중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20대 이하 청년층 및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이들을 위한 관련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 금융사기의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 법은 고령층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일찍이 고령층 금융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주요국의 고령층 금융사기 피해 방지 노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고령층의 금융착취 및 금융사기 문제에 대해 별도의 법안 제정 및 관련 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만약, 고령자 금융거래에서 금융착취가 의심될 경우 금융기관이 고령 소비자의 동의 없이 해당 거래를 중지시키거나 금융당국에 선제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고령자안전법(Senior Safe Act)’을 2018년 5월 제정했다. 

이어 2022년 3월에는 피싱 등의 신종 금융사기로부터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사기 및 스캠 방지법안(Fraud and Scam Reduction Act)’이 미 하원을 통과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재무장관, 법무부장관, 소비자금융보호국장, 소매업·통신·송금 서비스·디지털금융서비스 업체 및 소비자단체 대표 등으로 고령층 사기 방지 자문그룹 구성 및 고령층 사기 방지 자문 사무소를 설치한다. 자문그룹은 고령층 대상 신종 금융사기 사례, 식별 기술 등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고령층 금융사기 식별 및 예방을 위한 교육자료를 수집 및 개발하고 고령층 보호 정책을 수립한다.

일찍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영국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법 제정 및 연구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고령자 등 학대로부터 취약한 성인을 보호하기 위한 성인 보호(adults safeguarding, safeguarding adults) 정책을 시작했고, 2014년에는 돌봄법(Care Act)을 제정해 관련 법 및 규정을 일원화했다. 법안에 따르면, 학대와 방임 위험에 처한 고령자 등 성인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하는데, 이 학대에는 금전 및 기타 재산의 절취, 편취, 압력, 오용 등의 경제적 학대도 포함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유 불명의 계좌 인출 ▲금융서류에 대한 사유 불명의 상실 ▲유언장 및 금융서류의 갑작스러운 변경 ▲인터넷 사기▲우편 사기 ▲방문 범죄 등 경제적 학대에 대한 지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금융사기 위험을 의심하도록 시스템화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초반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2005년 제1기 소비자기본계획수립에서 고령소비자 관련 정책을 별도로 추진했고, 이후 지속해 고령 소비자 관련 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4년에는 소비자안전법을 일부 개정해 고령자의 소비 상담이 본인 이외로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점에 주목, 고령자와 치매 등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피해를 예방하고 조기 해결할 수 있도록 지방공공단체에서 행정기관, 복지사업자 등 관계기관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고령층의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금융기관, 지자체가 연계해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특수사기 예방 정책을 강화했다. 

물론, 현재 우리 당국도 고령층의 금융착취 대응을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일례로 2022년 2월 금융위, 금감원이 은행권과 만든  ‘고령자 친화적 모바일 금융앱 구성지침’, ‘AI 이상행동탐지 ATM’, ‘영상통화를 통해 본인확인 및 상담 서비스’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으론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빠른 요즘 같은 시대에 ‘금융교육 강화’ 혹은 ‘거래 시 이상행동 감지’와 같은 방법으로는 점점 진화하고 있는 피싱 사기 수법을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와 금융기관이 금융사기의 최대 피해자인 고령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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