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교통교육 철저…도로로 뛰어들지 않기, 녹색 신호 시 보행
이유 있는 저학년의 높은 사고율…사고의 53.7%, 방과 후 시간대 발생
사고의 76% 도로 횡단 중…횡단보도로만 횡단, 스쿨존 내 주·정차금지
사고원인 대부분 ‘운전자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결론…원인 살펴봐야

[뉴스엔뷰]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A씨는 얼마 전 스쿨존에서 있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아이들 하교할 시간이 다가와서 안전속도를 준수하며 지나가고 있는데 뒤에 있던 차량이 계속 빨리 가라고 경적을 울려대며 압박을 줬다”라며 “백미러로 슬쩍 보니 아이를 태운 어머니였다. 신호에 걸려 멈춰 있던 틈을 타 쌩하며 먼저 가버리더라”라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운전자 안전 의무를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운전자들의 안전운전 점수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등하교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앞을 쌩쌩 달려가는 차량 운전자들이 여전히 많아 어린이 교통안전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찰이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특별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어린이 보행 사망자 2~6시에 집중…‘스쿨존’ 여전히 ‘위험’

지난달 경북 영주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는 교통 봉사자인 녹색어머니회 관계자들의 교통 정지선 안내를 무시하고 중앙선을 침범해 횡단보도로 돌진한 SUV 운전자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그는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도 무시한 채 그대로 돌진하더니 횡단보도를 지나 차를 세우고 자기 자녀를 하차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경북 영주경찰서는 해당 운전자에게 범칙금 12만원과 벌점 20점 부과 통고처분을 내렸다. 

작년 연말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을 치고 별다른 조치도 없이 떠난 운전자가 기소됐다.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128%였다.

이처럼 학교 앞 어린이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런 사고는 어린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무색하게도 스쿨존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서울 강서구의 한 스쿨존에서는 여전히 많은 차가 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 아니라 거리를 지나다니는 아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저학년의 경우 드문드문 횡단보고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도 몇몇 차들은 과속 카메라가 있는 구간에서 잠시 속도를 줄이더니 은근슬쩍 가속하며 빠르게 해당 구간을 지나는 모습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는 방과 후 시간대인 오후 2~6시에 집중됐다. 2017~2021년도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발생한 12세 이하 어린이 보행 사상자 수는 1996명으로 이중 사망은 22건에 달했다. 특히 사고의 53.7%가 방과 후 시간대에 발생했다.

학년별로 보면 1학년 사상자가 23.4%로 6학년(7.3%)에 비해 3배 이상 많았고, 사망자의 경우 1~2학년이 초등학생 보행 사망자의 71.4%를 차지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76.3%는 어린이가 도로를 횡단하던 중에 일어났다. 가해 차량은 승용차로 인한 사상자가 73.3%로 가장 많았고, 사망자 기준으로는 승용차 40.9%, 화물차 31.8%, 승합차 27.3% 순으로 집계됐다. 승합차의 경우 사상자 발생 비율은 6.0%였지만, 사망자 발생 비율은 27.3%로 타 차종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오후 시간에는 어린이 야외 활동이 많은 데다 오전 대비 교통안전 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는 30km 이하로 운전하게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못하고 사고가 났을 경우에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 특히 안전을 위해 이 구역에서는 주정차도 절대 해선 안 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의 통행 여부와 관계없이 멈춰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10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사진/뉴시스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의 통행 여부와 관계없이 멈춰야 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원과 10점의 벌점이 부과된다. 사진/뉴시스

◇ 스쿨존 표시 강화에도 사고 끊이지 않는 이유는 ‘운전자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스쿨존은 초등학교,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원 등 어린이의 이동이 잦은 주변에 지정된다. 이곳에서 운전자는 30km로 서행해야 하고, 도심부 이면도로 기준, 도로 폭 8m 미만인 곳에서는 시속 20km 이하로 운전해야 한다. 또한, 신호등이 없는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무조건 차량을 일시 정지해야 한다. 

이런 스쿨존은 운전자들이 재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돼 있다. 멀리서도 운전자의 눈에 잘 띄어 주의 운행을 유도할 수 있도록 신호등은 노란색으로 도색했고, 횡단보도 진입부에는 옐로 카펫과 노란 발자국이 칠해져 있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과 한국교통대의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옐로 카펫을 설치할 경우 운전자 보행자의 인지율은 41.3%에서 66.7%로 올라갔고, 보행자 역시 대기선 안에서 대기하는 비율이 66.7%에서 91.4%로 올랐다. 

하지만, 안전지대를 강화한다 하더라도 스쿨존 사고는 매년 일어난다. 스쿨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전자의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기 때문이다. 

운전자의 안전 운전이 우선돼야 하는 이유는 모든 스쿨존이 완벽한 환경을 지닌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도로의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해 횡단보도 등 신호체계를 동시에 통제하는 곳도 있지만, 일부 스쿨존은 도로와 도보가 한데 뒤얽혀 있는 곳도 있다. 또, 일방통행로로 돼 있어 오토바이와 차량에 어린이의 안전이 위협받는 곳도 여전히 존재한다.

서울연구원이 학교 주 출입구에 연결된 도로의 특성을 파악한 결과, 보도와 차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중앙선이 없는 이면도로에 연결된 학교가 전체의 35.1%로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도 이런 도로 상황이 위험한 이유는 좁은 도로에서 사망사고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교통사고분석시스템 자료를 활용해 2011~2020년의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를 파악한 결과에 따르면, 1391건의 사고 중 1~2차로에서 발생한 사고 건수가 1055건으로 전체의 75.8%를 차지했다. 이중 사망사고는 5차선 이상 도로에서 발생하지 않고 1~2차로의 좁은 도로에서 발생했다.  

이에 스쿨존 내 신호 과속을 철저히 단속하고, 교통안전 지킴이 활동 시간과 경찰 단속 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한 주부는 “거주하는 아파트 앞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학교가 있어 아이가 도보로 통학한다”라며 “등교 시간에는 바래다주지만, 하교 시간에는 매번 그러지 못해 불안하다”며 하교 시간에도 교통안전 지킴이 활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양천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학부모는 “운전자 편의를 위해 스쿨존에서의 제한속도를 시간대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아침 일찍 등교하거나 저녁에 학원에 다니는 아이가 많은 우리나라 특성을 고려해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스쿨존 내 신호위반이나 속도위반 단속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보행자 보호 의무와 안전거리, 일시 정지 유무, 어린이 통학버스 앞지르기하지 않기 등과 같은 운전자 안전운전 의무 사항 역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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