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시행까지 ‘첩첩산중’…대통령 거부권 행사시 재의결 거쳐야

[뉴스엔뷰] 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여권이 대통령 거부권 카드로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면서 내년 총선 승부를 가를 ‘OK목장의 결투가 급부상 할 전망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양곡관리법개정안은 정부의 초과생산 쌀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다. 현행 임의조항인 쌀 시장격리를 의무조항으로 바꾼 것이 핵심이다.

정부여당 측은 이미 대통령 거부권을 공공연히 밝히며 애드벌룬을 띄운 상태다. 이에 따라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다음 달 4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민주당의 법안 통과 행위는 무위에 그치게 된다. 1차전(법안 통과)은 야당의 승리이지만 2차전(대통령 거부권 행사)은 정부여당의 승리로 끝나게 되는 셈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는 30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은 총선용 나몰라라 퍼주기 입법으로 양곡관리법에 연간 1조원,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초래한 소위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혈세 보충 연간 5조원, 기초연금 확대로 연간 10조원을 쏟아 넣자고 한다면서 문재인 정권때 국가의 미래는 내팽개치고 선심성 복지와 퍼주기 현금지원으로 국가채무가 5년간 무려 450조원이나 늘어나서,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2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9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곡관리법 관련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 대표는 재원조달에 대한 고민 없이 선거용 매표행위에 불과한 포퓰리즘을 남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면서 그럴듯한 말로 국민을 속이고 나라의 미래를 팔아서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는 선거꾼 집단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29일 정부여당 측은 우리 농업을 파탄으로 몰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공식 건의했다. 이르면 내달 4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 의결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에서 개정안이 시장 수급조절 기능 마비와 미래농업에 투자해야 할 재원 소진시키면서도 식량안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1년 태국의 가격개입정책 등을 비롯 문재인 정부 당시 정책 실기로 쌀값 대폭락을 초래한 바 있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에 따른 재정부담이 연간 1조원 이상이라고도 했다. 한 총리는 이 돈이면 300개의 첨단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청년 벤처농업인 3천명을 양성하고 농촌의 미래를 이끌 인재 5만명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국회의원 12인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즉각 공포할 것을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늘어나 쌀 과잉구조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 주장이라며 정부가 쌀에 대해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는, 무능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참여정부와 MB정부가 양곡관리법의 한 축인 쌀 생산 조정을 병행했을 때, 쌀 재벼면적은 각각 연 2.4%, 2.1%씩 대폭 감소했고, 문재인 정부가 연간 700억 원으로 논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을 추진했을 때도 연간 25,000ha의 쌀 재배면적이 타작물 재배로 전환되면서 쌀 과잉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한덕수 총리가 태국의 사례를 든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태국은 쌀 생산 조정을 전혀 추진하지 않았고, 쌀도 초과 생산량이 발생하거나 쌀값이 폭락할 경우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1년 생산량의 40%를 매입하도록 해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매년 국가 예산의 5%를 농업 예산으로 사용하는 미국은 주식인 밀, , 옥수수 등 주요 농산물의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2019년에만 무려 45조 원을 투자했고, 유럽연합도 201817조 원, 일본은 작년 3조 원을 투자했다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민들이 밀, 콩 등 타작물을 재배할 경우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여 20%에 불과한 곡물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식량안보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국민 목소리를 끝내 거부한다면, 대통령의 본분을 저버린 무책임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해당 법안을 재가결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적의원 299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 의석이 115명이어서 법안 재가결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양곡관리법개정안의 최종 승자는 정부여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할 경우 제2의 양곡관리법을 예고하고 있어 여야 간 실력행사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여야가 양곡관리법개정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대통령 거부권 이후 재표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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