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선거제도 바꿔야 하는 이유
영·호남,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

[뉴스엔뷰] 국회 전원위원회가 19년 만에 열려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놓고 논의에 들어갔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룰이다. 게임의 룰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로 차이가 난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우리나라의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유리한 제도이다. 특히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와 결합되어 인물과 지역 정당이 과대대표 되는 현상을 발생시켜 왔다.

나아가 승자독식으로 인한 경쟁의 격화 및 영·호남 등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패권 정당의 의석 확보 극대화 전략으로 인한 지역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

·호남 등에서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된다’, ‘과메기 공천등의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바람직한 선거제도가 무엇인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전원위원회에 올린 3개안에 대해 살펴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21대 국회의 가장 큰 특징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에 연동하는 준연동형(50%) 비례대표제로 선출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촉구 정치학자, 법학자 50인 선언식’     사진 / 뉴시스
지난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선거제도 개혁 촉구 정치학자, 법학자 50인 선언식’     사진 / 뉴시스

지역구 253, 비례대표 47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30석에만 연동형 캡(상한선)’을 적용해 연동률 50%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제도이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 비례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정당 득표율 50%만 연동하는 현 선거제도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불린다.

특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출현시킴으로 인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형해화시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출발 당시부터 사생아로 치부됐다.

결국 20204월 선거에서 한 번 적용되고 나서 새로운 선거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고, 국회는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새로운 선거제도 도입에 나섰다.

4·5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기표소 .      사진 / 뉴시스
4·5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기표소 .      사진 / 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30일 오후 국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정치개혁을 위한 첫걸음은 선거제도 개편이라며 사표가 50퍼센트에 이르는 왜곡된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소선거구 중심의 현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밝혔다.

김 의장은 승자독식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내자면서 산적한 국가과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정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의장은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본격 진입하느냐 마느냐가 이번 정치개혁, 선거개혁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확신한다면서 숙의·집중·신속을 운영원칙으로 삼아 집중해서 깊이 토론하고, 4월 안에는 결론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김영주 국회 전원위원회 위원장(국회 부의장)도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을 통해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마련된 선거제도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으나,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지 못했고, 이 논의에 매몰되어 지역구 제도에는 거의 손을 대지 못해 지방소멸과 지역 불균형의 골을 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표 비율로 인해 국민의 의사 절반이 무시되는 왜곡된 정치구조가 반복되어 왔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전문성과 역량을 제고하고 국민의 대표성과 대의를 선명하게 반영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1일, 4·5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31일, 4·5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나 김영주 전원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이번 선거제도 개선이 승자독식에 따른 사표 방지에 방점이 찍혔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소선거구제 중심의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거제도가 50%에 가까운 사표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현 선거제도 대신 도농복합선거구제나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에 방점이 찍혔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밀집된 지지를 바탕으로 승자독식의 정치문화와 관행을 유도하는 현행 구도에서는 정책경쟁 중심의 정당체계를 형성하기 어렵다는데 이해를 같이 하고, 지역주의로 인해 드러나지 않은 지역의 진정한 의사와 환경, 복지, 기후변화, 양성평등 등의 사회적 과제를 국회의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정개특위는 선거결과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고 국민의 수용가능한 선거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주의 정당구도를 완화하며 정치 다양성을 증진하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의 중용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2020년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형해화되며 유명무실한 선거제도로 전락했다.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는 비례성을 높이고, 다당제로의 변화를 위한 것이었으나 거대 정당들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로 거대 양당 중심의 지역분할 구도가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다양한 이념과 가치를 대표하는 정당들이 원내 진입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국회 전원위원회는 10일부터 13일까지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토대로 10일은 비례대표제, 11일은 지역구제, 12일은 기타 쟁점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13일은 종합 토론이 예정돼 있다.

결의안에는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이 담겨있다.

3가지 안 가운데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가장 유사한 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현행 선거제도와 가장 큰 차이점은 비례대표를 전국 단위가 아닌 6개 권역을 단위로 선출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 선거제도는 현행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승자독식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정치,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표 비율을 극복할 수 없어 여야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입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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