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탄핵’ 가능한데 국회의원은 ‘탄핵’도 ‘국민소환도’ 불가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잔기술’…‘변호사의 대답’(lawyer‘s answer)
국회의원도 ‘리콜’해야…국회의원 대상 ‘국민소환제’ 도입 ‘절실’

[뉴스엔뷰] 국회의원의 잔기술은 통용되어야 할까? 기만으로 비판받아야 할까?

지난 24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 심사위원회 위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24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회 의정대상 심사위원회 위촉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이재명 대표가 기소되자 당무위원회를 소집해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하기로 해 이 대표의 대표직 유지를 결정했다. 검찰의 기소가 오전 11시에 이뤄졌는데 이날 오후 5시에 당무위가 소집됐으니, 속전속결로 회의가 이뤄지며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2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와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와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문제는 김의겸 대변인이 당무위 직후 브리핑을 통해 당헌 80조 예외 조항을 반대 없이 적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다음 날 전해철 의원이 회의 당시 당무위 소집 절차 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기권했던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회의 직후 기자들 앞에서면서 잠시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전해철 의원 발언을 굳이 알려서 좋을 게 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선택한 대답이 의결 안건이 올라와서 반대 없이 통과 됐습니다.”였다는 것이다. 전해철 의원의 이견은 소집 절차에 관한 것이지 본안인 정치 탄압 여부는 아니었고, 기권하고 퇴장했으니 반대 없이 통과됐다라는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나는 당의 대변인이다. 당의 PR을 맡고 있다.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 게 피알(PR) 이라고 하지 않나?”라며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겠지만 곤란한 질문은 피해가라고 대변인을 맡긴 것이다. 그 정도의 잔기술은 이쪽 업계에서는 통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2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23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와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에 대해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25일 논평을 통해 잔 기술자 말고, ‘타짜이재명 대표가 물러나라고 직격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진짜 주범은 방탄갑옷의 역할을 하며 잔기술이나 부렸던 김의겸 대변인이 아닌, ‘몸통이자 이판의 설계자, ‘타짜이재명 대표이기 때문이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일부 언론에 김의겸 대변인 교체설이 나오자 당직 개편이라는 정치권의 기술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말라는 것이다.

김의겸 대변인이 언급한 잔기술은 직접적인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정확한 사실을 말하되 오도하는 대답, 일명 변호사의 대답’(lawyer‘s answer)이라고 할 수 있다. 철학자 나이절 워버턴의 저서 논리적 생각의 핵심 개념들(출판사 동녘)에는 변호사의 대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오도는 대개 고의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답을 주는 행동은 거짓말처럼 노골적이지는 않더라도, 사실 축소가 그렇듯이 도덕적으로는 거짓말과 동등할 수 있다. 그 의도나 실제 효과에서 거짓말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에 변호사의 대답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실제로 변호사들이 예민한 문제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런 식으로 답하곤 하기 때문이다.”

정보를 선별해 제공하는 사실 축소도 마찬가지다. 나이절 워버턴은 책에서 사람들은 종종 부정적인 문제를 고의적으로 숨기는 일에 대해, 겉으로 표현되는 거짓말보다 잘못이 덜하다고 본다. 이런 사람들은 그 믿음에 따라 거짓말을 하지 않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동시에, 사실을 축소해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오도한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그저 소망적 사고일 여지가 있다. 거짓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사실이 아닌 것을 믿게 할 뿐 아니라, 의식적인 기만도 포함되어 있으며, 대체로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사실 축소 또한 의식적인 기만을 포함하며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점에서 거짓말에 준한다. 이 두 종류의 기만을 도덕적으로 구분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주요한 차이점이 있다면, 거짓말에 비해서 사실 축소는 고의성을 밝혀내기가 대체로 어렵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늦은 밤에 경찰이 차를 세우고 운전자에게 저녁에 술을 마셨느냐고 물었고, 운전자는 전혀 마시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저녁이 되기 전까지 오후 내내 많은 술을 마셨다. 그렇다면 거짓말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찰이 차를 세워 그런 질문을 던진 이유를 알고 사실상 기만한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김 대변인의 실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주한 EU대사의 비공개 면담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브리핑했다가 항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사건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행법에는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경우에만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에 의해 소환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대통령도 탄핵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리콜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

20233월 현재 국회에는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7건이나 발의되어 있다. 국민의 고유 권한인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국회의원 대상 국민소환제는 시급히 도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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