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최고위원은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그동안 얼마나 당의 합의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면서 “당의 합의가 이뤄져야 그것을 바탕으로 찬성을 하던지, 반대를 하던지 결정할 게 아닌가”라고 당내 절차적 의사결정 과정을 문제 삼았다.
앞서 지난 14일 친박계 최다선(6선)인 홍사덕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오세훈 시장이 하자는 대로 (단계적 무상급식을 하면) 연간 약 3000억 원이 들고 민주당 시의원들이 하자는 대로 (전면 무상급식을) 하면 4000억 원이 든다”며 “(양자의) 차이는 1000억 원인데 반해, 주민투표에 드는 비용은 200억 원으로, 이렇게 가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고 오 시장을 공격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친박계 의원들이 오 시장에게 대권 출마 여부를 공개적인 자리에서 거론했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서울시당 운영위에서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대권행보와 관련이 있다는 오해가 쌓이고 있으니 그런 부분을 잘 해명해야 한다”고 오 시장을 겨냥했다.
오 시장은 이에 “무상급식과 대권과는 관련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취한 채 차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또 오 시장은 지난 13일 민선 5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뜻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 표명하지 않은 채 친박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자신을 비토하는 이유를 언급한 대목으로, 무상급식과 당내 대권 잠룡들의 권력 역학구도를 꼬집은 발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를 새로운 어젠다로 내세우며 대권행보를 밟고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침묵-친박계 반발’이 한나라당의 차기 대선 구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 대목은 소장파인 남경필 최고위원과 유 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 당 지도부는 오 시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날 “당이 소극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중앙당이 투표율 제고를 위해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재오 특임장관이나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의원 등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놓고 사실상 반(反)박근혜 진영이 모두 나선 모양새로, 오 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한나라당 대권구도와의 역학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 박근혜 진영이 오 시장의 주민투표를 지원해 사실상 복지 이외의 별다른 어젠다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궁지로 몰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친이계 역시 오 시장이 승부수가 성공할 경우 오세훈 vs 박근혜 구도에 김문수, 이재오 등까지 가세하며 잠룡군이 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결국 한나라당은 ‘홍준표號’ 출범 이후 계파해체 내지 완화 등을 쇄신책으로 내걸었으나, 무상급식을 놓고 친박-소장파 vs 반 박근혜계가 대립, 계파 간의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얘기다.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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