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다 반복되는 ‘라인정치’…권력 핵심 형성하는 비공식적 ‘네트워크’
직책보다 출신지·사적 인연·캠프 활동 등을 기준으로 형성된 ‘라인’
이명박 정부 ‘고소영’, 박근혜 정부 ‘문고리 3인방’, 윤석열 정부 ‘서오남’, ‘윤핵관’
야권, ‘성남라인’ 김현지 총무비서관→제1부속실장 인사 놓고 ‘공세’
[뉴스엔뷰] 정권마다 ‘○○라인’으로 불리는 측근 정치 논란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권력 구조를 드러내는 상징적 표현이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 윤석열 정부의 ‘서오남’, ‘윤핵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선 ‘성남라인’이 회자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4개월 차. 202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단행된 대통령실 인사가 정치권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심엔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 되기 전 시민운동을 함께하던 정치적 동지로, 최근 총무비서관에서 대통령 바로 옆을 지키는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를 두고 야권은 “국정감사 출석을 피하려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총무비서관은 대통령실 살림살이와 인사 전반을 담당하는 요직이다.
하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 출석해야 하는 자리이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권은 ‘부속실장 인사로 인해 출석 대상이 아니게 됐다’며 국감 출석을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김현지 보호를 위한 인사 밀실 운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김 실장에 대해 여권 내에서는 실세라기보다 ‘제초제’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각종 갈등과 청탁을 정리하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성남라인에 대한 야권의 공격이 이어지며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성남라인 논란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정권마다 권력의 핵심을 형성하는 비공식적 네트워크는 반복되어 왔다.
공식적인 직책보다 ‘출신지’, ‘사적 인연’, ‘캠프 활동’ 등을 기준으로 한 인사 구도가 만들어져 왔다.
그리고, 이들은 정책 결정이나 인사 권한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 초기 내각 인선을 대표하는 단어는 바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이었다. 고려대 동문, 대통령이 다닌 소망교회, 그리고 TK(영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중용되자 ‘편향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탄생한 신조어이다.
또한, 고액 자산가가 장관에 오르며 ‘강부자 내각(강남·부자)’이라는 조롱까지 뒤따랐다.
당시 “서민 경제를 외치면서 정작 부자들만 등용한 위선적 인사”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는 이명박 정부 초반 지지율 하락의 한 원인이 됐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실세로 통했다. 이들은 직급은 비서관이었지만, 수석비서관이나 장관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정의 숨은 실세로 군림했다.
이들의 폐쇄적 권력 행사는 결국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어지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불씨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보좌관·비서관 출신인 문고리 3인방은 사적 인연을 기반으로, 비선 실세와 결탁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초반부터 ‘서오남’(서울대·오십대·남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서울대 편중 인사와 함께 윤 대통령과 오랜 시간 검찰에서 호흡을 맞춘 인사들이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을 차지하면서, 출신과 인맥 중심의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검사 출신이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국가정보원 등 요직에 대거 진출한 게 그 방증이다. 여기에 권성동·이철규·윤한홍, 그리고 이제는 고인이 된 장재원 등 윤핵관 논란까지 이어지며 윤 대통령은 임기 절반조차 채우지 못하고 탄핵을 당했다.
이명박의 ‘고소영’, 박근혜의 ‘문고리’, 윤석열의 ‘서오남’, 그리고 이재명의 ‘성남라인’까지. 이름만 달라졌을 뿐, 한국 정치의 권력 집중 구조는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권력은 늘 가까운 사람에게 몰렸고, 그 끝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국회의원은 1일 최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된 김현지 전 총무비서관의 주요 인적사항을 요구했으나 대통령실이 개인정보를 이유로 전면 비공개 처리했다며 비판했다.
대통령실에 총무비서관·인사비서관·정무비서관 등 비서관급의 학력·주요 경력 등 인적사항을 요청했으나 전면 비공개라는 회신을 받았다는 것이다.
“학력 및 주요경력은 정보공개법의 인사관리 및 개인정보보호법상 비공개 대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실은 비서관 인사 발표 시 학력·경력을 공개해왔다. 윤석열 정부도 2022년 5월 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인선 발표를 하며 이름·사진·출신대학·전공·주요 경력을 공개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초대 인선발표시 인적사항을 공개한 바 있다.
최 의원은 “국가 기밀을 다루는 대통령실에서 ‘누가 대통령을 보좌하는가’는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라며 “이재명 정부가 인사 정보를 일부는 공개하면서도 일부는 비공개하는 것은 김현지 비서관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라인 중심의 인사는 능력보다 충성, 실력보다 인맥이 우선시 되면서 정부 조직이 빠르게 경직되고 관료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반복되는 ‘측근 정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비공식 라인에 의존하는 정치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어느 정권이든 논란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대통령실은 정부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에 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편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사적 인연을 토대로 '보은 인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출신 대학을 언급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김 의원은 'V0' 논란에 대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V0'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치권에서 배우자 김건희씨를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김건희씨가 대통령보다 권력이 더 세다는 뜻의 'V0'라는 호칭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