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 명동 서 일필...‘무용지물’된 징계
권영세·이양수 당원권 정지 ‘유야무야’
징계가 오점 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
[뉴스엔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최근 대선 후보 교체 시도로 당무감사위가 징계 요청한 권영세·이양수 의원에 대해 징계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자의적·독단적이라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써 두 사람은 징계 없이 정치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어린아이가 봐도 어이가 없는 사태”라고 말한다.
정당 내 최고 중징계라 할 수 있는 ‘당원권 정지 3년’을 당무감사원회가 요청했던 사안이었기에 더욱 그렇다. 결과는 국민을 기만하고 배신하는 결론이었다는 것이다.
권영세 의원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고, 이양수 의원은 사무총장이었다. 이들은 김문수 후보의 미온적인 단일화 태도를 이유로,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는 ‘대선 후보 교체’를 추진했다. 당원 투표까지 강행했으나, 당심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당무감사원회는 “후보 교체는 당헌·당규상 근거가 없는 불법 행위”라며 “전당대회를 모두 거쳐 선출된 후보가 국민의힘의 최종 후보다. 이후 정치적 필요에 의해 다른 당 인물과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선출된 후보 판단과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징계 필요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윤리위는 이를 일축했다.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집단적 토론 결과였고, 비상한 상황에서의 결정이었다”고 옹호했다.
앞서 법원 역시 후보 교체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지도부 손을 들어줬지만, 그 판단은 어디까지나 ‘정당했다’는 평가는 아니었다.
징계는 존재하지만, ‘오점’이 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김현아 전 의원과 송언석 원내대표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2017년 1월 경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바른정당에서 활동해 당원권 정지 3년의 징계를 처분받았다.
당시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김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판단하고 징계를 결정했지만, 의원직을 상실하는 자진 탈당과 달리 ‘제명’·‘탈당 권유’ 처분을 내릴 경우 의원직을 유지한 채 의정활동을 계속할 수 있어 당원권만 정지했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의 당원권 정지가 겨우 1년 만에 풀렸다는 점이다.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이 2018년 2월 경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받은 김현아 의원에 대한 징계를 풀은 것이다.
당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징계 해제 이유에 대해 “제1야당이자 사회개혁 중심정당으로서 지난 아픔을 모두 해소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고려하기로 했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에 맞서 당의 모든 인재가 총가동 돼 의원들의 전문성을 살려 대여투쟁을 강화하자는 취지”라는 이유를 들었다.
김 전 의원은 당원권 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지만, 결국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하는 등 징계의 이력이나 그 의미가 없었다.
국민의힘 내 징계 제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것이다.
또한 송언석 의원 사례도 마찬가지다. 송 의원은 당직자에게 폭언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2021년 자진 탈당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복당했고, 2025년에는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제명을 피해 잠시 탈당한 뒤 조용해지자 다시 복당한 인사가 ‘벌을 받기보단 보상을 받은 셈이 됐다.
결국 국민의힘에서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징계’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정당의 자율성과 윤리성 사이의 경계가 무너진 결과다. 권력 중심의 정당 구조 속에서 윤리위는 독립적인 기구이기보다는 정치적 타협을 위한 안전밸브 역할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윤리위 판단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윤리위 자체도 유명무실해 지는 분위기다. 물론 윤리위의 판단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 신뢰의 문제는 법률적 위법 여부를 넘어선다.
대중의 눈에 이 사건은 ‘끼리끼리 논다’는 정치 냉소주의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이번 권영세, 이양수 의원에 대한 윤리위 징계는 한 발 더 나갔다. 자신들의 영달을 위한 아예 징계가 없는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당 윤리의 권위와 대중의 신뢰는 사라지게 됐다. 결국 국민들의 시각에선 정당의 존재 이유마저 재고해야하는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징계 시스템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가볍게 무력화되는 사례는 비단 국민의힘만의 문제는 아니다.
여야 모두가 ‘제 식구 감싸기’에 가까운 행태를 반복하면서, 정당 내 윤리 시스템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징계의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리심판원은 당내 문제 인사들에 대해 때때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 적용 기준은 모호하고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특히, 법적 논란이 있는 인사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옹호하거나 징계를 유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무죄가 확정된 모 의원의 경우도 징계는 유보되거나 흐지부지됐다. 바로 이 부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정당 윤리 시스템의 근본적 신뢰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치적 책임과 윤리적 자정 기능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해서 정치적 신뢰를 담보할 수는 없다.
정당 내부의 윤리 시스템은 공적 신뢰의 토대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윤리 기준이 뒤바뀌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정당의 윤리 기구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에게 신뢰를 확보하고 당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그 기구가 제 역할을 못할 때, 정치는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냉소와 무관심, 정치혐오만 커지게 된다.
따라서 정당 윤리 시스템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윤리 기구의 독립성과 투명성 보장이 필수적이다.
정치적 논리로 징계를 판단하는 한, ‘윤리’는 명분에 불과할 뿐 실질적 작동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