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빙상 실크로드'를 통한 협력 강화
미국-덴마크, 그린란드 두고 외교 갈등 촉발
미국-캐나다-핀란드, 'ICE Pact'를 통한 북극 전략 도모
[뉴스엔뷰]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며 현실화되고 있는 북극항로 개척은 전 세계 주요국들의 전략적 관심이 집중되는 차세대 해상 물류 루트다.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라는 이름으로 북극을 향한 영향력 확대에 나섰고, 러시아·미국·유럽 역시 북극항로를 둘러싼 외교·경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최근 ‘북극항로 개척’을 핵심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국내에서도 북극 전략이 새로운 국정 어젠다로 부상하고 있다.
빙상 실크로드, 북극항로를 통한 글로벌 해상 네트워크 확장
지난 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극항로(Northern Sea Route, NSR) 개발에 있어 양국 간 협력협력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러한 협력을 통해 빙상 실크로드(Ice Silk Road) 구상을 실현하고자 하며, 러시아는 이를 통해 북극항로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무역로로 발전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양국의 이러한 협력은 북극 지역에서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빙상 실크로드는 단순한 해상 물류 경로를 넘어, 극지 과학 연구, 기후 변화 대응, 국제 협력까지 포괄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통해 ‘책임 있는 북극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고, 북극 이사회 옵서버 자격 유지를 포함한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8년 1월 27일, 중국 외교부의 쿵쉬안유 부부장은 북극 정책 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극 지역에서 보다 많은 과학연구와 환경보호를 주창하고, 북극의 자원 개발과 항로 개척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빙상 실크로드는 기후 변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가능해진 북극항로를 활용하여, 중국과 유럽을 잇는 새로운 해상 운송로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는 기존의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항로보다 약 30% 이상 단축된 운송 시간을 제공할 수 있어, 물류 효율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가진다.
빙상 실크로드의 개발은 단순한 해상 운송로 개척을 넘어, 중국의 글로벌 해상 네트워크 확장과 에너지 안보 강화,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 등 다양한 전략적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는 북극 지역에서의 국제적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 그린란드를 통한 북극 진출 강화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통해 북극 지역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덴마크 정부는 북극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지역에서의 방위 및 외교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군사력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8일 N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는 국제 안보를 위해 매우 필요하다"며,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린란드를 얻을 것이다. 100% 확신한다"며, 외교적 수단뿐만 아니라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린란드와 덴마크 정부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린란드의 무테 에게데 총리는 미국의 압박을 비판하며 자치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와 풍부한 자원을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위한 핵심 요소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국제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북서항로와 북극해 항로 등 주요 북극 항로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수에즈 운하나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해상 교통로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그린란드는 희귀 광물 자원이 풍부하여, 미국은 이를 확보함으로써 중국의 공급망 지배를 견제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미국의 그린란드 통제 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그린란드의 자치권과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란드 자치정부 또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자국의 미래는 그린란드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그린란드 관심은 북극 항로 선점을 위한 국제 경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북극 항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국제 해상 교통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극 지역의 지리적,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그린란드는 이러한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미국과 덴마크 간의 그린란드를 둘러싼 외교 갈등은 단순한 영토 분쟁을 넘어, 북극 항로 선점을 위한 국제적 경쟁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향후 북극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부각됨에 따라, 그린란드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긴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ICE Pact 전략
지난해 7월, 미국, 캐나다, 핀란드는 'ICE Pact(Icebreaker Collaboration Effort)'를 체결하여 북극 지역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 이 협정은 쇄빙선 공동 생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 산업 협력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진출에 대응하고, 동맹국 간의 해양 안보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ICE Pact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정보 교류 강화(세 나라 간의 해양 및 안보 관련 정보 공유 확대) △인력 개발 협력(쇄빙선 건조에 필요한 숙련된 인력을 공동 양성)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확대) △연구 및 개발(쇄빙선 기술 및 관련 분야의 공동 연구 추진). 이러한 협력을 통해, 세 국가는 향후 10년간 70~90척의 북극용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다.
미국은 쇄빙선 건조를 가속화하여 해안경비대의 역량을 강화하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며, 캐나다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Seaspan ULC와 퀘벡주의 Davie Shipbuilding을 통해 쇄빙선 건조를 추진하며, 자국의 해양 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핀란드는 세계적인 쇄빙선 건조 기술을 보유한 헬싱키 조선소를 중심으로 협력에 참여하며, 기술 이전 및 공동 연구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 13일 빌레 뤼드만 핀란드 경제부 장관은 “ICE Pact를 통해 핀란드의 쇄빙선 건조 기술과 생산 능력을 미국과 캐나다에 제공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는 현재 쇄빙선 건조 능력이 부족하여, 핀란드의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의 쇄빙선 함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도 북극 항로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 캐나다, 핀란드는 ICE Pact를 통해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동맹국 간의 협력을 통해 안보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ICE Pact는 단순한 조선 협력을 넘어, 북극 지역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동맹국 간의 결속을 다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북극항로 개척' 공약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맞물려 한국의 해운 및 물류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북극항로 개발은 기후 변화, 환경 보호, 국제 협력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이다.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발은 단순한 해상 운송로 개척을 넘어, 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국제 협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책임 있는 방식으로 북극항로 개발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