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핵폭탄, 상호관세…전세계적인 反미 감정 키워
‘장미 대선’으로 집권할 새로운 한국 정부의 가장 큰 숙제 될 듯

[뉴스엔뷰]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미국의 통상정책이 다시금 급격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전 세계 무역 환경을 뒤흔들었던 상호관세(Mutual Tariff) 정책을 이번에 다시 꺼내 들었고, 이러한 일방적인 관세 부과 정책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약 90개국의 수입품에 영향을 미치며 다시 한번 세계 경제를 요동치게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 시간) 백악관 경내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는 25% 상호관세를 산정했다.     사진/뉴시스

재선 이후, 보다 강압적인 ‘상호관세 시스템’ 

‘상호관세’는 미국이 특정 국가로부터 부당하게 높은 관세를 부과 받고 있을 경우,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되돌려 부과하겠다는 전략적 관세 대응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무역 질서를 바로잡겠다”며 이 원칙을 무역정책의 중심축으로 다시 설정했다. 이 정책은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 특히 WTO 체제에서 보장하는 최혜국 대우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다자간 협상보다 양자 간 보복에 가까운 접근으로, 통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21년 첫 임기에서 이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가전제품 등 다수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이 정책을 실험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내 제조업 보호는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혼란을 초래하고 미국 소비자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무역 없이는 강한 미국도 없다"고 주장하며 상호관세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또한 그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적으로 10% 관세를 적용하되, 자국산에 부과되는 수준에 따라 유연 조정할 것”이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맞춤형 정산 체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국, 독일, 한국, 일본 등이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미 의회에서도 공화당 중심의 일부 강경파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反트럼프, 反미국’ 기류 확산  

유럽연합(EU)은 즉각 WTO 제소를 포함한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히며 반발했고, 중국은 "모든 형태의 무역 압박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수출 제한 및 보복 관세를 선언했다. 미국 내 경제학자들과 산업계에서도 “미국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오히려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체계는 일시적으로 미국 내 고용을 늘릴 수 있지만, 글로벌 무역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세계 경제 둔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 시위 참가 여성이 폐차 예정이던 테슬라 자동차를 부수고 있다. 이 시위는 일론 머스크 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모두가 일론을 증오해' 단체가 주최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한 시위 참가 여성이 폐차 예정이던 테슬라 자동차를 부수고 있다. 이 시위는 일론 머스크 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반대하는 ‘모두가 일론을 증오해' 단체가 주최했다.    사진/뉴시스

전세계적인 ‘미국에 대한 반감’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한다", "자유무역을 파괴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반트럼프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최근 테슬라 자동차, 맥도날드 매점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제품을 불태우는 사건도 빈번해 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서울 광화문, 일본 도쿄 신주쿠,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부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 중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를 ‘경제적 전쟁 선포’로 규정하며, 즉각적인 보복 관세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콩, LNG, 자동차 부품 산업에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또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 일부 BRICS 회원국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관세 독주를 규탄한다”며 ‘반미 통상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전통적 안보 동맹인 NATO 회원국들 사이에서도 강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독일 외무장관은 “경제적 공격은 군사동맹도 무너뜨릴 수 있다”며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했고,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이 아닌 유럽 중심의 무역질서를 고민할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내에서도 관세 정책에 대한 반발은 심화되고 있다.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는 ‘소비자 물가 폭등’, ‘글로벌 고립 자초’ 등의 피켓을 든 반트럼프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공화당 내 온건파와 민주당 지도부는 "경제 대공황의 전조"라며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에 떨어진 관세 폭탄 

한국은 25%의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수출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철강, 바이오헬스 제품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의료기기와 화장품 업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수출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협상단을 구성하여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을 방문, 관세 유예 및 조정 협상을 추진하며,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대해 특별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중소기업 대상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확대하는 등 금융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기 및 화장품 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상호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을 논의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은 글로벌 관세 대응 정보 공유, 전략 수립, 피해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등을 요청한 상태이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 이후 ‘내란 동조 피의자’로 강력한 의심을 받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불안정한 대통령 대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신속하고 집약적인 중장단기 대응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게다가 파면 당한 대통령을 ‘당 1호 당원’으로 여전히 두고 있는 국민의힘과 다른 정당들과의 협의 또한 한발작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전 대표는 “지금 전 세계가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통상 정책 때문에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고 대한민국 경제도 말할 것이 없다”고 말하며 이어 “정부가 대응을 못 하면 국회라도 대응을 해야 된다”고 말하면서 국회 차원의 통상대응특위라도 만들어서 의원외교라도 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국내외의 거센 반발로 90일이란 유예기간을 선포하고, 이미 발표한 관세율도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상호관세를 시작으로 ‘무조건 자국 우선주의 경제’로 나아가려는 좌표 설정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율 인상은 주한미군 부담 비용과 연동시키면서 압박을 가해올 것은 명약관화한 실정이다. 이번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피폐해진 한국 경제에 큰 악재이며 두 달 뒤에 치러질 ‘장미 대선’을 통해 집권할 새로운 정부의 가장 큰 숙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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