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판결 ‘8:0 vs. 4:4’ 떠도는 이유
노무현 대통령 9:0 ‘기각’…박근혜 대통령 8:0 ‘파면’
윤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 제안 ‘황당 승부수’ 던져
[뉴스엔뷰] 이제부터 헌법재판소의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이 25일 끝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최종 변론을 통해 “잔여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자신이 “복귀해서 임기 단축 개헌을 할 것”이라는 변론을 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최종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 여당과 야당은 뜨거운 온도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를 자르는 단 칼 결별보다는 일단 엄호를 하며 지지 세력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전날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종 의견 진술을 “최후 변론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국민께 호소력이 있었을 거라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끝까지 잘못은 인정 않고 남 탓과 거짓 궤변으로 일관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해봤자 결국 내란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파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주가량 재판관 평의를 거쳐 3월 중순 선고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의는 심판의 결론을 내기 위해 재판관들이 사건 쟁점에 관해 토론하는 과정이다. 3개월에 걸친 ‘대장정’ 끝에 이제 대통령직 ‘파면과 복귀’의 선택만 남은 셈이다.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탄핵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은 9:0 만장일치로 기각됐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은 중간에 박한철 헌재 소장의 임기 만료로 8인 체제로 진행됐는데, 8:0 만장일치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경우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선 탄핵 심판 변론 과정에서 헌재의 불공정 재판 진행 문제를 제기하며 윤 대통령 측이 일부 증인 진술과 증거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등 논란이 확산하면서 탄핵소추가 기각·각하될 것이라는 외부 배포용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5일 대통령의 거짓과 궤변으로 가득 찬 최종 변론에 대해 국민들은 더욱 실망한 모습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며 “반성보다는 진영 가르기의 발언으로 오는 3.1절 각 진영의 집회는 처참한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심지어 극우의 일부세력에서는 “3.1절을 기점으로 사실상 헌재는 기각으로 입장 정리할 전망”이라는 ‘긴급 언론분석’이라는 내용으로 정보지(일명 찌라시)를 뿌리기도 했다.
이 정보지에는 “자포자기한 문형배. 윤석열 탄핵포기?”, “일련의 헌재 동향은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일방적인 탄핵 심판 진행 및 편향성에 중도·보수 재판관들의 반발이 격화” 등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여론 조작의 향기가 깊이 배어있는 것으로 읽힌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냉정히 바라보는 헌재의 판결에 대한 시각은 ‘인용’이라는 결론에 대해 극우 세력의 ‘기각·각하’를 바라는 ‘기원’은 눈물겨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탄핵 반대 입장은 밝힌 서울대법대 출신으로 오랜 세월 검사로 재직한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인 유창종 변호사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은 각하함이 옳다”며 탄핵 각하 사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 비상계엄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적법한 권한으로 소위 통치행위에 해당되어 사법 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혹시 실무자들의 위법이 있었다면 그 부분만 처벌하면 되며,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에서도 그렇게 처리한 전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둘째,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 중에서 내란죄를 철회함으로써, 소추사유의 동일성이 상실되었으므로 소추를 각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살인죄로 기소한 뒤에 살인죄를 철회함으로써, 살인 과정에서 있었던 주거침입, 재물 손괴, 폭행과 협박 등만 남아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셋째, 헌재가 심리미진 상태에서 종결하였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서 평결한다면 각하함이 옳다고 했다. 헌재가 헌재법을 위반하여 수사와 재판 중인 사건의 기록을 증거 자료로 채택하고, 2020년 형소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동의 없는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심판의 증거 자료로 채택하는 등 위법하게 심리했다는 점도 탄핵 각하 사유로 포함했다.
또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변론을 보고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또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때 4대 4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린 것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기각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증거라고”도 말한다.
즉, 재판관들의 견해가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정 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탄핵 심판의 경우 6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탄핵은 기각되게 된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탄핵 인용이 정당한 판단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을 투입했으며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압수수색 한 것이 위헌·위법”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비상계엄의 선포·유지·해제까지 모든 과정이 방송으로 중계가 되면서 온 국민들이 비상계엄 발동은 윤 대통령의 지대한 잘못을 눈으로 목격했으며, 군 지휘관들이 계엄 당시 지시 관련 내용을 설명하며 실체적 진실이 상당 부분 온 국민 앞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탄핵소추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8 대 0의 결론이 날걸로 굳게 믿는다”고 탄핵 인용 가능성을 주장했다.
앞서 윤진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13일 페이스북에 “헌법에 정해진 비상계엄의 요건에 맞지 않게 비상계엄을 선포하였고, 대통령이 승인한 계엄포고령에서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만으로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면서 전원일치 탄핵 인용을 예견했다.
지난 2017년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도 전원일치로 탄핵이 인용됐다는 점을 덧붙였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26일 페이스북에 “‘경고성 계엄’이나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한 계엄’은 우리 헌법의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서 그러한 주장은 피청구인(윤석열 대통령)이 하고자 한 계엄은 위헌적이며 초헌법적 계엄이었다고 하는 것을 자인하는 말 외에 다름이 아니다”면서 “최후 변론을 보고서 나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하는 선고를 할 것으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고 적었다.
이처럼 정치권이 각자 유리한 쪽으로 주장을 쏟아내면서 헌재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당분간 갈라진 민심으로 인해 여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27일 헌법재판소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 관련 권한쟁의 심판 결과와 관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 “국회가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선출한 마은혁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청구인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만장일치로 인용한 결정과 관련 마 후보자 임명 여부 및 시기가 헌재 판단의 날짜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