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미디어가 젠더갈등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향 짙어
경력단절 여성·군복무·성범죄 이슈 등 2030 남녀 공감대 확보 중요

[뉴스엔뷰] 윤석열 정권의 12·3 친위쿠데타는 단순한 국가 비상조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사회적 신뢰, 경제, 국제적 위상 등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끼친 심각한 사건이었다. 정치적으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체제의 후퇴를 가져왔으며 사회적으로는 헌법과 사법권을 무시하는 극우세력이 표면 위로 떠올랐으며 시민들의 정치적 냉소는 확산되었다. 

이번 윤석열 탄핵 과정에서도 지난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대다수의 시민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하며 탄핵 찬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주장했다. 특히 이번 탄핵 시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부분은 2030 여성들의 적극적인 시위 참여와 의견 표명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가결된 작년 12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탄핵' 범국민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표결이 가결된 작년 12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탄핵' 범국민 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IMF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청년층의 일자리와 사회적 자원 경쟁이 심화되었는데, 이번 12·3 친위쿠데타로 인해 기존에도 심각했던 2030 세대의 젠더 갈등이 취업, 군복무, 공정성 논란 등의 문제와 결합하면서 더욱 극단적으로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 블라인드, 트위터, 에브리타임 등)에서 성별 간 혐오적 표현과 갈등을 부추기는 담론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엄령 이후 군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병역 이슈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남성들은 군 복무의 의무성이 강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을 표출하며 여성들에게 ‘군 가산점’이나 ‘여성 징병제’ 도입 논의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반면, 여성들은 젠더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빈번해 지면서 상대급부적으로 이에 반발하고, 성평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성 할당제, 공공기관 여성 우대 정책 등에 대한 남성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반대로 여성들은 “계엄령과 사회 혼란 속에서 여성 인권이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성평등 담론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한다. 성별 간 상반된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정치적으로도 이용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2030 세대 내에서도 계엄령에 대한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나뉘었다. 일부 보수 성향 청년층은 계엄령을 질서 유지 및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인식한 반면 진보 성향 청년층은 계엄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계엄령이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이념 갈등이 정치적 분열로 이어졌다. 

SNS와 미디어를 통한 극단화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 데이터로 보는 청년 갈등의 실체’를 주제로 한 토론회 가 열렸다.       사진/ 진선미 기자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 데이터로 보는 청년 갈등의 실체’를 주제로 한 토론회 가 열렸다.       사진/ 진선미 기자

온라인 공간에서 보수·진보 진영이 각자의 입장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 현상이 심화되었는데, 
특정 유튜브·언론 채널을 중심으로 가짜 뉴스, 과장된 정보가 확산되며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 및 불신을 부추겼다. 청년층 내부에서도 ‘진보 vs 보수’, ‘기성세대 vs 청년세대’ 등의 구도가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 데이터로 보는 청년 갈등의 실체’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한국사람연구원 정한울 원장은 “젠더 혹은 남녀 갈등 프레임으로 검색된 기사빈도를 보면 2014년부터 조금씩 기사화 되다가 2019년~2022년 대선까지 최고조에 이르게 되고, 대선 이후 정치권에서의 젠더 동원이 현격히 감소하면서 언론보도도 급감한다”는 내용의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이는 “젠더 갈등 체감도 증가와 감소의 주된 원인은 정치권과 언론의 ‘정치적 동원’임을 시사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를 위한 다음과 같은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데, 첫째, 사회적 공론장 활성화 및 세대 내 대화 촉진이다. 젠더·이념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층 간의 열린 토론과 공론장 마련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언론이 갈등을 조장하기보다,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담론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통한 갈등 완화이다. 젠더 및 이념 갈등의 본질은 결국 경제적 불안정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 일자리 창출, 공정한 노동시장 환경 조성을 통해 성별·이념 간 자원 경쟁을 줄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가짜 뉴스 차단이다. SNS 및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갈등이 확산되는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여 청년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가짜 뉴스 및 극단적 이념 선동 콘텐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언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넷째, 정치적 중립성과 사회 통합 노력 강화이다. 젠더와 이념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경계하고, 사회 통합을 위한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공정한 병역제도, 젠더 정책 조정 등과 같은 통합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한울 원장은 “경력단절 여성과 군복무 남성에 대한 상호 존중이 존재하고, 성범죄 이슈 등을 토론하고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2030 남녀의 공감대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정권은 대선 시기부터 ‘여성가족부폐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젠더 갈등을 지지층 결속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를 했으며, 이는 예전부터 쌓여온 젠더 갈등은 12·3 친위쿠데타를 통해 탄핵 찬반을 가르는 이념 갈등으로 비화되고 미디어의 확증편향이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론장 형성, 경제적 안정 지원, 미디어 교육 강화, 정치적 중립성 유지 등의 종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건강한 대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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