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란죄 부분 형법으로” vs. 여당 “사기 탄핵 자인”
탄핵은 헌법 위반만…내란죄는 수사로 ‘투 트랙 전략’
헌재 “탄핵사유 변경, 명문 규정 없어, 재판부 판단 사항”
[뉴스엔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시작되며 국회가 내란죄를 빼기로 하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를 다루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이 내란죄 부분을 제외한 이유는 탄핵 심판에서 결론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쟁점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빠른 파면만이 헝클어진 국정 운영을 바로 잡아, 백척간두의 국가 경제와 민생, 안보 등의 상태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란 민주당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또 “대통령이 파면되려면 중대한 헌법 위반이나 중대한 법률 위반이 인정되면 된다. 그런데, 내란죄 여부는 형법으로 다퉈야 하는데, 비상계엄의 내란죄 부분을 확인하려면 증인 신문 등 많은 시간이 소요되게 된다”며 “검찰이나 공수처 등에서 수사하고 있는 내란죄 부분은 제외하고, 비상계엄 관련 국무회의에서 서명을 받지 않은 것과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 등 헌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만 헌재의 판단을 받을 경우 재판 결론이 빨리 나올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헌재 탄핵 심판에서는 간단한 헌법 위반 부분만 따지고, 내란죄 등은 검찰, 공수처, 경찰 수사로 처벌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탄핵 시간을 최대한 빨리 당기겠다는 것이다.
현재 정국의 상태를 감안하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탄핵 심판에 내란죄가 사라지게 되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여권은 윤 대통령 탄핵 소추문에 대한 헌법재판소 각하 및 국회 재의결을 촉구하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며 “현직 대통령을 처벌할 수 있는 내란죄로 탄핵안을 통과시켜 놓고, 정작 내란죄 부분은 철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살펴 본 국회의 탄핵 소추안에는, ‘내란’이라는 단어가 총 38번 등장한다. 탄핵 소추 사유 첫 번째는 내란 범죄 행위이고, 탄핵 소추 및 결론의 첫 문장도 “피소추자가 내란죄를 저질렀다”라고 밝히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문제 삼는 내용의 골자는 결국, “탄핵 재판에서 내란죄가 사라지게 되면 몸통이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윤 대통령 탄핵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이고, 윤 대통령은 ‘내란 수괴’라는 전제하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은 오직 ‘내란죄’나 ‘외환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며 “따라서 탄핵 재판에서 내란죄가 빠질 경우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정당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4일 “탄핵의 핵심 사유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졸속 탄핵소추안을 각하하고, 국회는 새로운 탄핵 소추문을 작성하여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 과정에서 내란죄 혐의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소추 사실의 동일성을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라며 “이는 국회에서 가결된 탄핵 소추문의 정당성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민주당은 지난 한 달 동안 온 나라를 내란죄로 선동하고, 탄핵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뺀다는 것은, 양두구육 사기 탄핵 소추였음을 자인하는 격”이라면서 “헌재는 국회의 졸속·사기 탄핵 소추문을 각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탄핵 소추문에 따라 국회가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과거 자당의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 “국회에서 통과될 때는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고, 헌재에서 심판할 때는 내란죄를 뺀다면 탄핵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라며 “만약 탄핵 소추 사유에서 형법 위반 사유를 제외한다면 내란죄 혐의뿐만 아니라 직권남용죄, 특수공무집행방해죄 혐의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헌법 위반 사유만 심리한다고 하면서 내란죄 혐의만 제외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정족수 151석으로 탄핵시킨 핵심 사유도 내란 아닌가”라며 “똑같이 탄핵 소추에서 내란을 뺀다면 한덕수 대행 탄핵 소추야말로 근거 없는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이현령 비현령, 법을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게 왜곡하고 있는 듯이 보여진다”고 혹평했다.
또한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 국회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대국민 내란사기 중”이라며 “야당은 이재명 시계를 위한 내란죄 제외에 대해 더 이상 궁색한 변명 그만하고 지금까지 내란죄 선동한 것을 사과하고 탄핵소추안 재의결해라”라고 적었다.
앞선 4일에도 페이스북에 “엿장수 엿가락 늘렸다 줄이듯 탄핵소추안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앞으로도 이를 악용해 중죄를 덧씌워 탄핵을 남발하고 추후에 수정하면 된다는 식으로 국정마비 사기 탄핵을 반복해 자행하지 않겠나?”라며 “이것을 가능하게 길을 열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권력 배제, 국헌문란 목적의 헌법유린 내란 아닌가?”라고 적기도 했다.
이어 나 의원은 첫째, 내란죄를 뺀 새로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혀 다른 소추안이므로 반드시 새로운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 둘째, 내란 행위의 공모·묵인·방조 등의 이유로 탄핵소추, 직무 정지된 한덕수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인용 여부를 헌재가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의 계엄 발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방통위원장,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탄핵의 인용 여부를 대통령 탄핵 결정에 앞서 반드시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내란 수괴의 죄를 범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을 먼저 처리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 총리의 국회 탄핵이 국회 정족수를 제대로 채우지 못한 것으로 몰아가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한 헌법재판관 2명 임명이 무효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재결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러한 여당인 국민의힘의 비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탄핵 심판에서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탄핵소추 사유를 정리한 것을 이렇게 왜곡하다니 정말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라며 “8년 전 탄핵소추를 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어디서 뻔뻔한 거짓말입니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탄핵 심판에 속도를 더욱 내서 내란수괴 윤석열을 하루빨리 파면하기 위한 결정을 왜곡하는 국민의힘의 파렴치함이 놀랍다”면서 “윤석열의 내란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책임을 묻고 형사재판에서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헌재는 “탄핵사유 변경, 명문 규정 없어, 재판부 판단 사항”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