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뜨거운 감자’…원내교섭단체 기준
10.16 재·보궐 선거…조국혁신당 경쟁력은?
[뉴스엔뷰] 정치권에는 국회가 시작될 때마다 ‘뜨거운 감자’가 있다. 바로 원내 교섭단체 기준 완화 문제다.
국회법 33조에 따르면, 교섭단체가 되기 위해선 2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해야 한다.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20명 이상 의원으로 따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
이번 제22대 국회에서는 원내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의 교섭단체 구성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9월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의 원내 교섭단체 기준 요건을 현행 20석에서 10석으로 완화해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총선 당시 ‘지민비조’로 한 배를 탔던 더불어민주당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교섭단체 기준 완화는 그리 힘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보인다.
국회 원내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간 차이는 매우 크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 일정과 주요 협의 안건에 대한 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비교섭단체는 상임위원장 할당·국회 의사일정 조정·대정부 긴급 현안 질문 등에서 배제된다.
정당보조금 등 돈 지급 문제도 큰 차이가 있다. 전체 국고보조금의 50%를 교섭단체에 먼저 배분하고, 나머지 50%는 최근 선거에서의 정당득표율 및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보조금 확보에서 큰 차이가 난다.
교섭단체들은 정책입법을 위한 정책연구원과 수십억 원 단위의 입법지원비도 국가로부터 받는 등 엄청난 재정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7월경 20석인 국회 교섭단체 의석수를 10석으로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민심 그대로 정치혁신 4법’을 발의하는 등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위한 입법 고삐를 죄고 있다.
황운하 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완화해 조국혁신당 등 군소정당들이 가치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결선투표제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22대 국회가 이전 국회보다 정치개혁특위를 빨리 가동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지방선거 결선투표제 도입은 영남에서는 국민의힘과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호남에서는 민주당과 대결 구도를 형성해 1위로 당선되는 것을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조국혁신당은 다른 소수 정당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행보를 보이는 등 민주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12석에 개혁신당(3석), 진보당(3석),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 등을 모으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국혁신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제22대 총선 당시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한 이 대표는 지난 8월 21일 “교섭단체 문제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맞다”면서 조국 대표의 요청에 대해 원칙적 긍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8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야 6당과 식사를 하면서) 교섭단체 요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받았는데 16석, 15석, 12석, 5석, 3석 등 다양한 안이 있더라”며 “어느 정도 선이 적절한지 많은 전문가들 뿐 아니라 정당 이해관계자들, 여당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충분한 공론화 및 제도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최근 호남 민심이 조국혁신당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상당부분 양보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총선 당시에는 ‘지민비조’ 영향 등으로 민주당 일부에서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낮춰 조국혁신당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국민의힘을 빼고 협상하는 방식의 ‘여당 포위’ 전략 등이 언급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민주당 자력으로 과반인 170석을 얻으면서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기준 완화 시나리오가 힘이 빠지는 듯한 모습도 읽힌다.
또한 10.16 재보선을 통해 조국혁신당이 호남은 물론 부산 지역구에서도 돌풍을 일으키면서 각 당의 견제의 대상이 되는 상황까지 내달리고 있다.
이렇게 되자 사실상 조국혁신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했지만, 조국혁신당의 매서운 지지율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전남 영광군수 선거에서조차 진보신당, 조국혁신당과 살얼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권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지금처럼 유지될 경우 민주당은 당장 1년 반 정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야권표 분열로 힘든 싸움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며 “10.16 재보선이 민주당에 조국혁신당을 견제해야 하는 강한 동기를 부여한 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국혁신당이 야권 연대에서 빠질 일은 없으나, 만일 그럴 경우 나머지 야당을 다 합쳐도 180석을 넘지 못한다. 이것이 여권에서 바라는 분열의 시나리오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서는 야권 공조를 위해 조국혁신당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교섭단체 기준을 완화할 경우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형국이 될 수도 있으며 향후 현 여권의 세력 결집도 문제로 대두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가능성도 보인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혁신당이 ‘계륵’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주도권 싸움에서 더욱 힘들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회가 교섭단체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야권 교섭단체가 두 개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마다 정당보조금이 약 500억 원 가량 지급되는 가운데 절반을 교섭단체가 우선 배분받기 때문에 교섭단체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날 경우 국민의힘은 해마다 수십억 원 이상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민의미래가 18석을 얻어 사실상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 총선 직후 국민의힘과 통합하면서 교섭단체를 한 개로 통합했다.
따라서 조국혁신당이 교섭단체로 등록할 경우 여당인 국민의힘은 의원 숫자에서도, 교섭단체 숫자에서도 밀리게 되어 더욱 힘든 국회 운영을 하게 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