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폭로 전대’… 당대표 누구라도 ‘상처뿐인 영광’
댓글-패트 공소 취소 부탁, 한동훈 축출 건수(?)
야권 전대, 긴박 생동감 없는 ‘죽은 전대’로 진행(?)
[뉴스엔뷰]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폭로전 후유증으로 인해 ‘상처뿐인 전당대회’로 남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문자 읽씹(읽고 무시)’ 논란을 시작으로 비례대표 사천 논란, 댓글부대 논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 각종 폭로전으로 인해 향후 특검 내지 수사기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폭로전으로 인해 국민의힘 전대는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3일 차 투표율이 45.9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선거인단 84만 1,614명 중 38만 6,980명만 투표해 앞선 전당대회보다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보수층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후보들의 출현과 함량 미달이라는 각각의 평판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전대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보수의 ‘배신자’로 전락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8일 페이스북에 “나경원 후보가 본인의 법무부장관시절 패스트트랙사건 공소취소를 부탁했다는 폭로에 경망스러움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당신이 문재인 정권하에서 화양연화(花樣年華)의 검사시절을 보낼 때 우리는 좌파와 국회에서 처절하게 싸운 사건”이라고 직격했다.
특히 김 지사는 “이 사건은 좌파의 독재의회폭거였고 부당하게 이루어진 기소에 대해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라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부당한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수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보수 가치에 대한 공감에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신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분노를 표현했다.
당시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장을 맡았었던 김 지사는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삭발까지 하며 국회에서 싸운 바 있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고생하는 분들을 폄훼하려는 생각이 아니었다”면서 “당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 추진하겠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기가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였다는 한 후보의 발언까지 소환하며 당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처럼 한동훈 후보가 곧바로 사과를 했지만, 성난 당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페이스북에 “철없는 정치검사의 난동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종식 되었으면 한다”라며 “일부 언론의 공작과 댓글부대의 여론조작으로 왜곡된 여론도 당원들이 바로 잡았으면 한다”라고 적었다.
한동훈 후보의 지지율을 일부 언론의 공작과 댓글부대의 여론조작으로 치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동훈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댓글부대 논란이나 패트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문재인 정부 초기 화양연화 발언 등은 향후 대선 길목에서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야당이 발의하려는 ‘한동훈 특검’에 새로운 소재를 무한공급한 점도 한 후보에게는 악재인 셈이다.
당장 당대표로 당선되더라도 이 문제들이 한동훈 대표 축출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때 한동훈 공격을 위한 연판장 움직임이 진행되기도 하는 등 한동훈은 언제든 ‘제2의 이준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당헌 96조는 선출직 최고위원 5인 중 4인 이상이 사퇴하면 지도부는 자동 해산하고 비대위 체제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2022년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했던 이준석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개정된 조항이다.
이준석은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후보 등을 누르고 당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친윤계의 집요한 공격으로 당원권이 정지된 당대표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제거됐다. 결국 국민의힘을 탈당할 수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따라서 한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쫒겨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쫒겨난 경험이 있는 이준석의 예언이 있는 것에 대해서 정치권에선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3일 천하로 끝난 갑신정변에 빗대 한동훈 대표를 조속히 끌어내리는 ‘김옥균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한동훈 끌어내리기는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명 ‘문자 읽씹’ 논란인 문자 파동이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평론가들도 이 사건을 ‘이준석 이후 제2의 정치적 숙청’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9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이준석 정치적 숙청 이후에 제2의 정치적 숙청을 위한 작업”이라면서 “윤리위 이야기가 나오고 막 이런 얘기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 단계를 거쳐서 또 정치적 숙청을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라는 이런 의구심을 강하게 들게 하는 나쁜 의도”라고 언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전대가 ‘상처뿐인 전대’로 치러진 가운데 야당의 전대는 생동감이 전혀 없는 ‘죽은 전대’로 치러지고 있는 모양새란 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첫 지역 순회 연설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90%를 상회하며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을 확인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란 이유다.
긴장과 새로운 비전제시가 없다는 이유도 든다. 흥행은 팽팽한 긴장에서 최대한의 성과가 나타나는 게 일반적인 흥행론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말이다.
또한 전대 과정에서 일부 극성 당원들이 일부 당대표 출마자를 비난하고 나서는 등 민주당에서 ‘민주’가 사라졌다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와 더불어 여권의 일각을 담당하는 조국혁신당은 대표로 재출마한 조국 대표를 찬반 투표에서 99.9%의 찬성률로 재선출했다.
흥행의 박진감이 없었다는 평가다.
이래저래 여야 각 당은 국민적 관심사를 최대한 끌어 올려야 하는 전당대회에서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등 전당대회 흥행은 물 건너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