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승자는? ‘용산의 힘’ vs ‘당원의 힘’
의미있는 기획 갑툭튀 ‘문자 읽씹’, 혹시 ‘섭정’의 그림자?
[뉴스엔뷰]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의 키는 ‘당원의 힘’일까, ‘용산의 힘’일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문자 읽고, 답장 안하고 씹기)’ 논란이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하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계 일부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 속에 ‘문자 읽씹’ 논란이 돌출하면서 보수 지지층 일부에서도 한동훈 비토 분위기가 감지, 파문이 어떻게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자 읽씹’ 논란은 4월 총선을 앞둔 지난 1월 명품 가방 수수 논란과 관련해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달했지만, 한 위원장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한 후보의 경쟁자인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윤 대통령 부부와의 불화설 및 총선 참패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7일에는 친윤 성향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한동훈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까지 검토하며 ‘제2의 연판장’ 사태 발생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역풍 등의 우려로 인해 기자회견이 취소되면서 정면충돌은 일단락됐다. 지난해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 초선 의원들이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요구했던 연판장 사태의 당사자는 나경원 후보였다.
당시 유력한 당권주자였던 나 후보는 ‘연판장 사태’ 등으로 당권 도전을 포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신평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후보는 여권 내 이런 갈등과 투쟁 과정을 통해 ‘정권의 재창출’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과 차별화된 ‘새로운 정권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궁정 쿠데타’로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중국의 오랜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두 ‘궁정 쿠데타’의 주역인 사마의와 임표 중 한 후보가 임표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친윤계 등의 공세에 대해 한동훈 후보 측에선 ‘문자 씹기’ 논란 등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규정하며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6개월 전의 문자 메시지가 전대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시점에서야 공개된 것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즉, 한동훈 대세론을 꺾기 위해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의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전대 개입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실과 친윤계를 사실상 배후로 지목하는 의구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동훈계라고 할 수 있는 박정훈 최고위원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본질은 ‘읽씹’이 아니라 ‘문자 유출’”이라고 주장, 사실상 김 여사 쪽을 겨냥했다.
한 후보의 지지 기반이 ‘당원의 힘’이라면, 이에 맞서는 원 후보의 지지 기반은 ‘용산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의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일파만파 퍼지며 여권 핵심 지지층의 지지가 원 전 장관으로 교통 정리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홍준표 등 대구·경북지역 광역 지자체장들과 김태흠 등 충청지역 지자체장들이 한동훈 후보의 당권 도전에 대해 비토를 놓은 상황에서 6일에는 부울경 광역 지자체장들도 원희룡 후보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 후보는 사과 기회를 날린 한동훈 후보에 대해서는 총선 패배 책임론을, 원희룡 후보에 대해서는 줄 세우기 역풍론으로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한쪽은 피해자 코스프레, 한쪽은 우격다짐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저는 이러한 두 분의 모습이 일종의 ‘덤앤더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여론조사 추이는 8일 현재까지 ‘당원의 힘’이 ‘용산의 힘’을 압도하는 분위기이다.
국민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과 관련해 원희룡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도 한동훈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꽃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의 뜻이 원희룡 후보에 있다면 한동훈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3.9%가 한동훈 후보 승리로 응답했다.
‘원희룡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답한 응답자는 16.7%에 불과했다. ‘양자 가상대결에서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29.9%, ‘잘 모르겠다’는 9.5%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7월 5일~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어대한’이 유지되는 가운데 ‘문자 읽씹’ 논란이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당대표 경선 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원희룡 후보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나선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경남을 다녀왔는데 여론조사와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아직 시작도 안 한 단계다. 여론조사가 뒤집힐 가능성이 90%는 된다”고 말했다.
전대 초반 불거진 김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태풍으로 전대 결과를 바꿀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정치권 깊숙이 자리 잡고 용산 배후 세력으로, 또한 섭정하는 중전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듯한 김 여사의 행보에 국민들의 마음이 불편한 것으로 읽혀지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