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극체제’ 작명에 숨겨진 ‘비수’?
당대표 연임, 대권가도에 어떤 작용할까?
[뉴스엔뷰] 대권가도에 당대표 연임은 플러스일까, 마이너스일까?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다음 달로 성큼 다가온 가운데 4월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처럼 현재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주당 상황에서 사실상 대항마가 없다는 점이 연임론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물론 김두관 전 국회의원의 출마설도 거론되고 있지만 친명체제를 극복하고 당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일극체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미래도 이재명 대통령도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 상황은 이러한 일극체제를 극복할 동력이 없다는 점이 현실이다.
이 대표가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연임에 성공하게 된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기록되게 된다.
그러나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에 대한 여론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6월 28일~30일까지 실시한 정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당대표 재출마에 대해 찬성 44%, 반대 46%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4%로 반대 10%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민주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지역에서도 찬성이 56%로 반대 33%보다 높았다.
앞서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8월 열리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어떻게 보냐’는 질문에 응답자 47%는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좋게 본다’는 응답은 42%, ‘모름 또는 응답거절’은 11%로 집계됐다. 정치 성향별로는 보수층 70%, 진보층 26%, 중도층 45%가 이 대표 연임론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이재명 당대표 연임은 이 전 대표에게 호재일까, 아닐까?
이 전 대표가 단순한 정치인이라면 당대표 연임은 무조건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단순한 대표급 정치인이 아닌 대권주자라고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 전 대표의 연임이 민주당 정권 교체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정치적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총선 대승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엇비슷한 상황인 점도 그렇고, 대표 연임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의 찬반이 오차범위 내에서 비등하다는 점도 결코 좋은 징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여론조사는 보수성향이 강한 곳에서 수행된 것을 감안할 필요는 있다.
이와 함께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폴리뉴스>와 월간 <폴리피플>이 지난달 24일 진행한 ‘6월 정국좌담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에 대해 “사법 리스크 방어와 대권 직행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민주당의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의도 대통령’이나 ‘일극 체제’와 같은 표현이 나오는 것에 위기감을 갖고 위기 대응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조언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하지만 핵심 측근 의원들은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어야 된다는 등 이렇게 나가고 있다”면서 “지난 30여 년간 국민들은 오만과 독선을 반드시 투표로 응징해 왔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일극 체제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2024년 이재명 전 대표와 2002년 이회창 전 총재의 처지는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7년 대선에 실패한 뒤, 2002년 대선 때까지 사실상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다.
신한국당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139석으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차지한 여당이었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133석으로 역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확고히 유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회창 전 총재와 이재명 전 대표의 공통점은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국회의석이 가장 많은 원내 제1당 수장으로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이 전 총재는 대선 재도전에서 또다시 실패했고, 이 전 대표는 대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2012년 대선에 실패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초대 당대표로 당권을 장악한 뒤, 2017년 대선에서 재수 끝에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012년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152석, 민주통합당 127석으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고, 2016년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으로 새누리당보다 겨우 1석 더 많은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여의도 대통령과는 거리가 먼 그냥 야당 대표였던 셈이다.
결국 국민들은 힘 있는 야당 대표보다는 도와주고 싶은 야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정치 평론가들이 이재명의 일극 체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미래도, 이재명 대통령도 없다고 전망하는 이유일 것이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적극적인 지지층을 넘어 스윙 보터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데, 일극 체제는 중도층이나 무당층에게 거부감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당대표 연임론이 당장은 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대선 가도에도 여전히 호재로 작용할까?
또한 연임문제를 떠나서라도 몸을 낮출 필요는 있어 보인다. 정권교체를 원한다면 주변에서도 조심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관련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