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드라마, 영화, 웹툰, 소설의 생성방식을 바꾼다!
표절·저작권 문제 대두, 인간 창의성·사고력 저하 등은 넘어야 할 산
[뉴스엔뷰]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짐에 따라 AI 기술의 발달과 함께 K-콘텐츠의 제작 방식과 유통 양식도 변화하고 있다. 소위 ‘K-AI 스타일’이라 명명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되어 가는 추세다.
이러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사흘간 기술 혁신이 콘텐츠산업 생태계에 가져올 새로운 기회와 건전한 창작생태계 육성을 위한 정책지원 및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2024 콘텐츠산업포럼’을 서울 광화문 CKL 스테이지에서 개최했다.
K-드라마, AI의 날개를 달다
최근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AI의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AI는 스토리 구상, 시나리오 작성, 캐스팅,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제작의 다양한 과정에서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제작비용을 절감하고, 창작의 효율성을 높이며,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시청자의 선호도를 반영한 스토리를 구상하는 데 활용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자체 AI 알고리즘을 통해 인기 있는 주제와 스토리 라인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GPT-4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은 작가들이 초안을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작가들이 창작의 부담을 덜고,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AI는 배우의 연기력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캐스팅을 추천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를 통해 제작진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캐스팅을 진행할 수 있다. 촬영 과정에서도 AI는 빛을 발하고 있다. AI 기반의 카메라 시스템은 자동으로 최적의 앵글과 조명을 설정하고, 촬영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된다. 이는 촬영 시간을 단축시키고, 더 나은 품질의 영상을 얻는 데 기여한다.
편집 과정에서도 AI의 역할은 두드러진다. AI는 방대한 양의 촬영 분량을 분석하고, 가장 중요한 장면을 추출하여 초안을 편집한다. 이는 편집자가 세부 조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하여, 최종 결과물의 품질을 높인다.
얼마 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여자 주인공이 눈 내리는 자작나무 숲 장면이 인상적인데, 이 장면은 다름아닌 AI의 작품이다. 국내 유일의 LED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CJ ENM 안희수 팀장은 “윗 상단이 잘린 자작나무의 풍경 사진 1장을 AI 스스로 윗 상단의 가지부분까지 구현해 내며 자작나무 숲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작업 후 소감을 발표했다.
‘AI가 직접 방송국 피디가 되어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 2월에 방영된 MBC ‘PD가 사라졌다’인데, 이 프로그램은 초기 구상을 한 ‘인간 피디’와 출연자 결정 및 출연료 결정, 구성, 촬영, 편집을 맡은 ‘AI 피디’가 존재한다. 최민근 피디는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AI가 출연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권위적인 피디’로 성향이 변해가는 모습은 매우 놀라운 사건이었다”며 방영회수가 더 많았다면 시청자들과의 상호작용으로도 어떻게 더 발전해 나가는지 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도 남겼다.
AI는 방송 유통 플랫폼의 방식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웨이브아메리카스는 대한민국 지상파 방송 3사가 합작 투자하여 2016년 미국 LA에 설립된 회사인데 검색어를 통해 다운 받을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소비 방식임을 감안해 AI를 이용, 더욱 효과적인 매출 증대를 보이고 있다. 박근희 대표는 “AI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검색어를 찾아내어 배치함으로써 한국 방송콘텐츠를 더욱 쉽게 시청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제 시놉시스를 영상으로 만난다
영화 산업도 방송 산업과 마찬가지로 AI의 도움을 톡톡히 받고 있다. 특히 SF 작품 등 섬세한 시각적 효과가 필요한 부분에서 AI 기반의 소프트웨어는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하여 고품질의 시각 효과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보완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큰 두각을 나타낸다.
얼마 전 제1회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 2관왕을 차지한 작품, ‘one more pumpkin’을 제작한 스튜디오프리윌젼의 권한슬 감독은 “수많은 스텝과 장비, 제작비용이 필요한 영화 제작에서 AI의 활용은 이 많은 부분을 절감시켜준다”며 “아직은 화면 구현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AI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AI를 이용한 영화 제작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권 감독은 “특히 시놉시스를 텍스트가 아닌 영상으로 그 느낌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투자 유치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더불어 현재의 AI 기술로는 긴 제작시간보다는 짧은 시간이 유리하기 때문에 광고에 매우 적합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백장의 컷 그림도 단 몇 분만에 OK
웹툰 산업의 미래는 더욱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독자의 취향과 선호도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웹툰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독자가 더욱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독자가 좋아하는 장르나 캐릭터 유형을 바탕으로 맞춤형 웹툰 추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AI와 실시간 렌더링 기술의 결합으로 독자가 이야기의 전개를 선택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인터랙티브 웹툰이 코앞에 다가왔다. 이는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고,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AI 기반의 번역 기술은 웹툰을 다양한 언어로 신속하게 번역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웹툰이 세계 각국에서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글로벌 콘텐츠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웹툰 제작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노동량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짧은 웹툰 1화를 완성하려면 적어도 200시간의 작화시간이 필요하며, 로맨스 판타지물 같은 경우에는 팀을 이룬 6명의 작가가 5일 동안 매달려야 연재물을 겨우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AI는 초반의 캐릭터과 구도를 잡아주면 이후 작업을 맡아주기 때문에 작업량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웹툰 제작지원 AI 솔루션 ‘젠버스’를 운영하고 있는 라이온로켓의 정승환 대표는 “앞으로 웹툰 제작 비용의 허들이 사라지고 수많은 대작 IP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
AI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믿겠는가. 최근 일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올해 수상작으로 생성형 AI가 쓴 문장이 일부 수록된 소설이 선정되고, 호시 신이치 문학상에서 AI가 작성한 소설이 1차 심사를 통과한 소식들이 큰 화제를 모았다. AI가 인간 작가와 협업하여 작성한 소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창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AI 기술이 문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앞으로 AI와 인간이 협력하여 더 많은 문학 작품을 창작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AI는 현재 문학 창작 분야에서 보조 역할을 하며 작가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AI가 문학상을 직접 수상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앞으로 AI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러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작년에 챗GPT를 이용해 ’초단편 SF 소설, ‘매니패스토’를 출간한 전윤호 작가는 “AI는 글쓰기 전단계에서의 정보 리서치, 브레인스토밍, 설계 등에서 보조 작가로서의 역할과 번역 등에 큰 도움을 받는 반면, 아직은 제한적 사고로 인해 복선과 반전을 가진 스토리를 구성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진다”며 “오히려 독자 참여 스토리 생성하고 작품 속 인물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등 소비 단계에서의 활용성 가능성이 더 기대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챗GPT가 2022년 11월 30일에 출시된 이후 채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생성형AI가 콘텐츠 산업에 던진 변화와 가능성은 실로 엄청나다. 창작의 문턱과 비용이 낮아지고 소비자와의 소통하는 콘텐츠의 결과물들이 다시 창작물로 만들어지게 되는 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물론 순기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질 낮은 AI 창작물의 범람과 새로운 저작권 문제가 대두될 것이며 인간의 AI 의존성이 커짐으로 인한 ‘창의성과 사고력의 저하’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AI를 제외한 콘텐츠 제작은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다. 부정하기보다는 어떻게 활용해야 하며 부작용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한 대비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촘촘하게 준비해 나가느냐가 관건임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