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외 위원장, ‘지구당’…‘자리’ 놓고 고민
[뉴스엔뷰] 국민의힘 당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내달 23일 치러지는 가운데 ‘한동훈’ 대 ‘비(非)한동훈 연대’ 경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3일 현재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수도권 중진인 윤상현·나경원 국회의원,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4명이다.
이들 가운데 윤상현·나경원·원희룡 세 사람은 한동훈 전 위원장과 비교할 경우 친윤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친윤계에 가깝다는 것은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현 대통령 이어서다. 현재는 과거처럼 계보정치가 주류를 이루는 계보지형이 아닌 필요지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소원한 한동훈 대 친윤계 정치인 간 대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전 위원장은 최근 전대 출마 선언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 발로 두 사람 간 통화가 10여 초 남짓이었다는 설이 돌면서, 두 사람 갈등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의 핵심 최측근이었던 한 전 위원장이 사석에서 윤 대통령을 ‘그 사람’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까지 회자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은 회복 불능이라는 게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이 말도 정치권의 포석을 꼼꼼히 훑어보지 않은 겉핥기일 수밖엔 없으나 짜여진 프레임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의 상황으로만 보자면,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변수로 ‘윤-한 갈등’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당내 친윤계 세력들이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프레임을 깨기 위해 비한동훈 연대에 공을 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기존 정권 창출세력이 윤 대통령의 실정 등으로 등에 업은 보수세력의 이탈을 경계하는 과정에서 정권을 이어갈 새 주자로 한동훈 전 위원장을 선택했다는 정치권 일각의 말을 상기하자면 더욱 그렇다.
특히, 1차 투표에서 한동훈 전 위원장이 과반 득표에 실패할 경우 자연스럽게 친윤계 연합이 결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이유로 한동훈 과반 득표를 막기 위해 비 한동훈 주자들을 대거 출마시키는 인해전술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가진 출마 기자회견에서 “당이나 정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합니다.”라며 “어느 한쪽이 이끄는 대로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 속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그동안처럼 대통령실에 의해 일방적으로 끌려간 형태가 아닌 수평적이고 실용적인 당정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신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 현장 중심의 풀뿌리 정치를 위해 원외 정치인들의 현장사무실 개설 허용을 제안했다.
현재의 시스템은 현직 국회의원들과 정치신인들을 차별하고 격차를 벌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차별이나 격차 없이 꿈과 열정만 있으면 정치할 수 있어야, 참신하고 좋은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 것이고, 그것이 곧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제22대 공천권 행사로 현역 국회의원들을 장악하다시피 한 한 전 위원장이 총선 낙선자 등 원외 정치인을 위한 현장사무실 개설 허용까지 제안한 것은 당대표 당선을 위한 쌍끌이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역과 원외 정치인의 지지를 끌어들여 ‘어대한’ 프레임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전당대회가 당심 80%, 민심 20%로 실시됨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누가 더 많이 확보하느냐가 당대표 선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한 전 위원장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지구당 부활이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으로서는 4년 남은 총선을 위한 지구당(현장사무실)보다는 당장 장·차관 내지 공공기관 자리가 더 탐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외 위원장들의 표심이 어느 쪽에 쏠리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제21대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 당시에는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 및 낙선자들의 반대표 이탈이 없었다.
이는 낙방거사들이 향후 자신들의 자리를 얻기 위해 스스로 결집할 수밖엔 다른 마땅한 선택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러한 가운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과 맞서는 나경원·원희룡 두 사람도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나경원 의원은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반드시 보수 재집권에 성공해야 합니다.”라며 “국민의힘을 책임지지 않는 정치, 염치없는 정치, 미숙한 정치에 맡길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지난 4월 총선에서 참패한 한 전 위원장에게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총선 패배를 자초한 오판을 다시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감당할 여유는 이제 없습니다.” 등등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는 발언은 이어졌다.
‘보수재집권’을 내세우는 그는 “당 대표는 묵묵히, 대권주자를 빛나게 해야 합니다.”라며 대권주자인 한동훈, 원희룡 두 사람을 겨냥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도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적극 어필했다. “신뢰가 있어야 당정 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습니다.”라며 자신이 친윤계 후보임을 강조한 것이다.
원 전 장관은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습니다.”라며 당심과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생생한 민심을 전달하기 위한 레드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지원 없이 홀로서기에 나선 한동훈 전 위원장과 비 한동훈 세력의 당권 주자들 간 결투가 1차에서 싱겁게 결론 날지, 아니면 결선투표까지 가서 ‘어대한’ 프레임을 꺾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