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한’ 꺾기 위한 비책 있나?
“선거는 뚜껑 열어봐야” 주장
‘비한연대’ 한동훈 협공하나?
[뉴스엔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 회자되면서 당권주자들의 행보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세력의 한동훈에 대한 차기 대권 옹립의 모습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한동훈 ‘협공형’이다. 최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이 넘사벽처럼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대표 선호도를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유승민 전 국회의원 29%, 한동훈 전 위원장 27%, 안철수 의원 10%, 나경원 의원 9%, 원희룡 전 장관 6%, 김재섭 의원 2%, 윤상현 의원 1%라고 응답했다. ‘없다’는 응답은 12%, ‘모름·응답 거절’은 4%였다.
다만, 응답자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한 전 위원장이 5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원 전 장관 11%, 나 의원 10%, 안 의원 7%, 유 전 의원 6%, 김 의원 1%, 윤 의원 1%였다. ‘없다’는 응답은 3%, ‘모름·응답거절’은 2%였다.
전체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이고,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한 전 위원장이 다른 주자들을 압도하는 형국인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이 당심 80%, 민심 20%로 치러짐에 따라 당심에서 월등히 앞선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결국 한국갤럽 여론조사 수치상으로는 ‘어대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민의힘 일부에서는 한동훈 대표 유력설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는 게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은 18일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어대한’에 대해 “선거는 뚜껑 열어봐야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도 17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어대한’에 대해 “당원들을 모욕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일부 언론에서 몰아가는 하나의 프레임이라 생각한다.”면서 “선거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동훈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당내 인사들의 협공도 본격화 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한 사이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17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키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실상 궁중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비난했다.
신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어대한이지만 지금 여러 가지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기세가 서서히 빠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이철규 의원이 ‘한동훈 대세론은 당원을 모욕하는 말’이라며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나도 조금 비슷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을 망친 주범들이 당권을 노린다고 삼삼오오 모여 저리 난리 치니 참 뻔뻔하고 어이없는 당이 되어가고 있다”면서 “총선 망치고 지방선거 망치면 차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가시화되자 비판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홍 시장은 “총선 망쳐 국회 난장판 만들어 놓고 윤 정권도 어려운데 자숙해야 할 총선 참패 주범들이 저리 날뛰니 보수정권 앞날이 참으로 암담하다”고 비판했다.
주호영·권영세·김기현 등 국민의힘 다선 중진 의원들은 18일 ‘한동훈 대세론’이 팽배한 전당대회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후보들이 경쟁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일부 인사들이 한 전 위원장을 협공하는 것과 달리 안철수 의원의 경우는 자진 포기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주 철수해 ‘또 철수’라는 세간의 비아냥을 듣는 안 의원이 이번에도 또다시 철수를 한 셈이다.
안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재건을 위한 시대과제에 집중하겠습니다”라며 당권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국민들의 정권심판 쓰나미로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그 결과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민심을 담아낼 당헌당규 개정조차 시늉만 내고 말았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대로’와 ‘졌잘싸’를 외치는 전당대회라면, 더 큰 실패의 지름길로 달려가는 일이 될 것”이라며 “눈앞의 정치 쟁투, 당권투쟁, 권력의 사유화는 저 안철수의 정치적 소명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강한 자들과 나쁜 자들이 이기는 나쁜 세상을 끝내는 게 저의 소명”이라고 전제한 뒤, “저는 옳은 것이 이기는 세상, 선한 사람들이 이기는 대한민국을 만들려고 정치를 시작했습니다.”라며 “저는 전당대회보다는 대한민국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들에 집중하겠습니다.”라며 전대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강력한 당권 주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포기한 가운데 친윤계 일각에 한동훈 대항마로 나경원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위원장 간 불화설 내지 사이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정치권에서 회자되면서 친윤계가 한동훈 대신 나경원을 지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수도권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의원과 ‘비한연대’를 시사하는 등 ‘어대한’ 기류를 잠재우기 위한 합종연횡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