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종료된 영일만 앞 바다와 석유, 그리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 등장

[뉴스엔뷰] 정부가 추진하는 석유·가스 시추 탐사 프로젝트 일명 '대왕고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첫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올해 말 첫 시추공 작업에 들어가면 내년 상반기엔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차분하게 시추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하는데, 1개당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1990년대 후반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라며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 최대 29, 석유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으로 삼성전자의 시총 3배 규모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석유·가스 매장량이 최대 140억 배럴일 가능성이 크다며 오는 연말부터 시추를 시작해 최종 매장이 확인되면 2035년부터 본격적으로 석유·가스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140억 배럴을 현재 가치로 따지면 삼성전자 시가총액(450조원)5배 정도(2270조원)가 된다"고 말했다.

5일 정부와 관계 부처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의 영일만 유전 석유와 가스 그것도 2200조 의 매장 가능성이 있는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구, '대왕고래'라는 프로젝트 명칭이다. 확률은 정부가 밝혔듯 20% 내외라는 것이다.

석유탐사는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고위험 사업이며, 최근 최신 기술발달로 성공률이 그나마 조금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석유탐사 단계에서의 성공률은 3% 내외에 불과하고 과거에 10개 시추공 중 9개가 건공일 정도로 한국의 성공률은 10% 수중에 불과하다. 그것도 경제성은 별도의 문제이다.

한국석유공사 최근 3년간 해외 탐사시추 성공률은 0% 였다. 2018년 이후 신규 탐사사업이 없었고, 진행 중이던 탐사 사업도 철수하거나 현지 사정으로 중단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석유 가스전 개발은 물리탐사, 탐사시추, 상업개발 이렇게 3단계로 진행된다""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시추 단계로 넘어갈 차례"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2월 미국의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의 심해 기술 평가전문기업 '액트지오사'에 물리 탐사 분석을 맡겼고, 최근에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이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미국 액트지오 (Act-Geo)사를 두고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며 기대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액트지오의 본사 주소가 미국의 한 단독주택으로 알려지며 '1인 기업' '페이퍼 컴퍼니'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액트지오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규모가 1인 기업 수준이고 이 회사의 아브레우 고문은 그간 진행했다고 밝힌 사업도 구체적인 기여가 알려진 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상한 점은 전형적인 1인 기업으로 연방 정부에 보고된 연평균 매출은 27700달러(한화로 약 3800만원)였다.

그런데 미국 기업정보사이트(zoominfo)에서 확인한 지난해 연간 매출 530만 달러(한화로 약 72억원)로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다. 홈페이지 등에 다른 사업을 진행한 흔적이 없는 점을 미뤄볼 때 지난해 매출은 한국 '대왕고래' 영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1인 기업의 분석 결과에 불과한 보고서를 가지고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사업을 설명하고 진행하기에는 객관적으로 턱 없이 부족한 조건이라는 지적이 오히려 설득력 있다.

지난 15년간 영일만 일대를 탐사한 90년 된 세계적 석유탐사 기업인 우드싸이드는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하고 철수 했다. 기업규모나 실적으로 보면 수백배 아니 수천배이상 차이가 나는 비교 할 수 없는 업체이다.

외신도 국제적신용평가 기관인 S&P사가 보고서를 통해 정유업계전문가에 의견에 따르면 생산을 실현하기 매우 어려울 것, 흥분하지 말라. "실제로 실현될 것 이라는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단계에서는 희망과 꿈일 뿐이다. 한국과 같은 미개발 국가에서는 성공률이 매우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석유와 가스가 매장된 것이 확인된다면 자원 빈국으로 여겨졌던 한국은 단숨에 세계 11위권 (매장량 기준) 산유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민 모두는 기대와 여망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국제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업과 협업하고 계약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러한 면에서 보면 턱없이 부족한 자격미달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것도 대통령 취임 2년이 지나는 동한 한 번도 안하던 국정브리핑을 통해 '석유가 나온다는 가능성' 발표는 1976115일 청와대 연두 기자회견장.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영일만 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밝힌 중앙정보부주도 사기극의 재탕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갑자기 봉이 김선달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한 비약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봉이란 별명은 시장의 닭장수에게 닭을 봉이라고 속여 넘긴 뒤 사또에게 넘겨 사기 친 데서 온 말이다.

대표적으로 대동강 물 사기 사건으로. 대동강 물이 자기 거라고 주장하면서 바람잡이인 물장수들에게 돈을 주고, 물을 퍼 갈 때마다 돈을 돌려받으면서 상인들에게 보여준 뒤 상인들에게 대금 수천 냥을 받고 팔아넘겼다.

이후 상인들은 대동강 물세를 거두려다가 물을 퍼 가던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았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현대에 와서도 사기꾼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는 황당한 단어다.

봉이 선달의 경우는 상대를 농락하면서 그 이득이 거의 전적으로 자신에게만 돌아오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가지 않는다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잘못 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은 흔히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리탐사, 시추, 평가에는 빠르면 대략 10년 이상이 소요 된다. 만약 매장이 확인되고 채국이 가능하다고 해도 깊은 수심 등으로 추가되는 비용 등으로 원가가 판매가 보다 더 높아지면 경제성을 평가해서 시추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지금은 그저 탄성파 탐사 결과를 분석한 것에 불과하고 아주 낙관적인 경우 저 정도가 매장돼 있을 수 잇다는 것이면 저 중 얼마나 경제적으로 시추가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지질구조는 3차원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해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채굴가능성과 석유와 가스의 매장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회사와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공식력이 인정된 세계적 유수의 업체들과 크로스 체크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고 최종 판단을 하게 된다.

동해 가스전에서 가스를 생산한 사례가 있어 유전이 없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 1조원 이상의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우리는 얼마 전 부산 엑스포 유치관련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119, 아무것도 안한 이탈리라 로마 17, 성공을 장담하면서 5000억 이상을 쓰고도 부산 29표라는 처참한 성적표로 국민적 실망을 넘어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적어도 봉이 김선달은 국민모두에게는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금에 유전사태는 국민모두를 기망하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기록 될 수 도 있다.

가능성 10% 미만인 설익은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하는 촌극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아마추어 국정운영이다.

더 문제는 대통령이 국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국면전환용 이벤트로 국가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정부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이 관료들의 작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국민들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자신의 호가호위를 위해 아님 말고 식의 정책 추진은 국가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반역행위이다.

대법원은,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은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이다(대법원 1997. 4. 17 선고 963377 판결)" 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통령은 지금 당장 아니 임기 내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지율 상승을 염두에 둔 무책임한 정책을 마구 남발하는 한없이 가벼운 국정운영을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의 3중고에 각자도생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국민들을 더 이상 외면치 말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길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 한다.

                칼럼니스트 배상익 대기자
                칼럼니스트 배상익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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