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다원화, 여성-청년 정치인 약진 두드러져
21대 거부권으로 폐기된 법안 재등장
쏟아지는 특검법... 검찰 수사 신뢰도 바닥
[뉴스엔뷰] 여야가 지난 5일 22대 국회 개원부터 정면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 국민의 힘은 원 구성 합의 없이 개최됐다며 반발했다. 국회는 사상 처음으로 야당만 참여한 채로 우원식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는 어쩌면 예정되었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21대부터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다수의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통과시키면 바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발동하고 다시 국회로 넘어오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동안 여야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기 때문이다.
21대와 마찬가지로 여소야대의 형국,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 대통령 임기가 중반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 등은 22대 국회에서도 더 격렬한 여야 대치의 모양새가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도 22대 국회만이 가지고 있는 정치사적 의의와 특징들도 있는데, 정치적 다원화와 여성의 정치 입문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수사의 칼날이 대통령실을 향해 있는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그리고 차기 강력한 대권후보인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결부되어 있는 ‘대북송금 특검법’ 등은 22회 국회에서 야당이 강력한 재추진의사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21대 국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공세를 펼쳐 나갈 확률이 크다. 22대 국회의 주요 특징을 분석해 봤다.
① 정치적 다원화 : ‘비례대표 당’, ‘남성지지 세력이 강한 당’ 등
제22대 국회는 다당제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이번 총선에서 여러 소수 정당들이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국회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와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중 가장 주목 받는 당은 조국혁신당이다. 선거를 불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창당해 비례대표로만 12석을 얻으며 제3당으로 우뚝섰으며 이는 역대 선거 역사상 유례가 없는 돌풍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혁신당은 선거 내내 윤석열 정권 심판, 검찰독재 타파 등 하나의 이슈에만 집중한 점도 특징으로 꼽히며 총선의 성격 자체가 정권심판론에 있었고, 이에 충실한 선거전략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역구 기반이 없고, 당의 얼굴인 조국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크며, 민주당과의 연합과 차별성을 어떤 기준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지 등은 여전히 혁신당이 풀어야 할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개혁신당은 창당 초기에는 10% 내외의 지지율을 얻었지만 유승민 전 의원이 국민의힘에 잔류를 결정하고, 당의 색과 맞지 않는 무리한 빅텐트 합당 과정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게 되었다. 결국 지역구 1석, 비례대표 2석에 그쳤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출신, 무연고, 국민의힘 후보와의 3파전 등이라는 녹녹치 않은 조건에서 40%가 넘는 득표를 얻었다는 점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할 정도의 의석수가 아니고 확고한 지역 지지기반을 갖추지 못했으며 국민의힘과는 결을 달리하지만 보수층을 끌어 안아야 한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타 당에 비해 2~30대 남성들의 지지도가 높다는 특징을 전제로 친남성 정책을 개발하고 발의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된다.
이밖에 정의당의 몰락과 기본소득당과 사회민주당 등에 소속된 의원들이 21대 국정감사 등에서 국민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남김으로써 소수 정당들도 나름의 세대교체, 체질개선이 되어 22대 국회에서의 입지를 더욱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② 여성 정치인들의 약진... 청년 정치인 진출은 갈길 멀어
이번 국회에서는 청년 정치인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30대 이하의 국회의원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더욱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는 청년 실업, 주거 문제 등 젊은 층의 현안들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을 높인다.
22대 국회의 여성의원은 총 60명(20%)으로 직전 총선인 제21대 총선의 57명(19%)보다 많지만 여전히 세계 평균 25.6%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역구 여성 당선자는 총 36명인 것으로 집계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확보한 지역구 의석 161석 중 여성 의원은 24명으로 14.9%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90석 의석 중 여성 의원이 12석(13.3%)에 그쳤다. 비례대표 당선자 46명 중 여성 당선자는 24명으로, 총 300명 국회의원 중 20%가 여성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성 후보들이 다수 당선되면서 국회의 성별 균형이 한층 개선되었다. 이는 여성의 권리 증진, 성평등 정책 추진 등 여성 관련 의제들이 더욱 활발히 논의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청년 정치 입문의 벽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 지역구 254명 당선인 중 32명(12.59%)이 40대 이하이고, 이 중 30대 이하는 10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당선인 중 40대 이하 청년은 13.6%이고, 국민의힘은 10%이다. 그리고 비례대표 당선자 46명 가운데 40대 이하인 이들은 총 11명(23.9%)이며,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40대 이하는 14.6%에 불과하다.
③ 특검은 특검으로, 여야 맞불작전
22대 국회에서 야당 중심으로 각종 특검법을 쏟아지고 있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등의 수사가 아예 진행이 되지 않거나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는 가운데 특검법이 연일 발의되면서, 일각에선 검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원 이후 현재까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 ▲김성태 대북 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특검법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도 개원 첫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관 재직 시 비위 의혹과 자녀의 논문 대필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 종합 특검법을 발의하며 여당이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비용 문제 등을 문제삼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채 상병 특검법 물타기’이자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방탄용’이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을 주장할 때 (국민의힘이) 모든 걸 특검으로 가면 검찰의 존재가 소용이 있느냐고 얘기해 놓고 (김정숙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스스로가 검찰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김정숙 여사 특검법 거론’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개혁신당도 "김건희 여사가 먼저, 김정숙 여사가 나중"이라고 논평했다. 이준석 의원은 "술자리 비용 등 윤석열 정부 순방 자료도 공개한다면 해볼만하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우리도 받을 테니까 김건희 여사 특검도 받아라', '묻고 더블로 가자'라고 하면 국민의힘은 어떻게 할 겁니까?"라며 힐난했다.
국민들은 여야의 ‘맞불 특검법’ 속에서 반드시 필요한 특검법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들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어느 때보다 깊이 있게 고민하고 비평할 필요가 있다.
④ 대통령 거부권을 ‘거부’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5개 법안 가운데 세월호 피해 지원법을 제외한 4개 법안에 모두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14건이고, 이는 집권 2년 만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7인이 행사한 거부권 총횟수(16회)에 근접하면서 ‘최다 거부권 행사’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세웠다.
윤 대통령이 거부한 거부권에는 양곡법, 간호법 제정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검법,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채 상병 특검법 등이 있다. 이러한 법안들은 국민의 여론을 등에 업은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진 의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이번 22대 국회에서 다시 상정되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171석(더불어민주당) 대 108석(국민의힘)의 여소야대 구도는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내내 유지된다. 또한 12석을 가진 제3당 조국혁신당은 ‘선명성’을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만큼이나 치열한 대여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여당의 야당과의 협치로의 태세전환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본회의 통과 → 거부권 → 재상정’의 반복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20% 초반의 국정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에 가속도가 붙고, 채 상병의 죽음과 김건의 여사를 둘러싼 사건들에 대한 수사 결과가 수면으로 떠오를수록 압박감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진을 멈출 수 있다는 점도 예측해 볼 수 있다.
⑤ 개헌과 탄핵의 그 아슬아슬한 경계
개헌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조성되면서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개헌을 완수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하면서 여당 내에서 8명의 이탈자만 확보하면 개헌 마지노선인 200석을 맞출 수 있어 입법 환경도 긍정적인 편이다.
다만 논의의 쟁점은 '어떤 방식을 언제부터 적용하는가'이다. 정치권에서는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변경하자는 내용에 대체로 공감을 하고 있는데, 야당 일각에서는 탄핵을 염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부터 소급 적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개헌에 가장 적극적인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에 개헌특위를 설치해 제7공화국 헌법을 논의하자"면서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개헌에 나선다면, 지금까지 국정운영 실패, 비리, 무능, 무책임에도 헌법을 바꿨다는 점에 기여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개헌은 소급 적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위헌의 가능성이 높아 '선 개헌-후 발효' 대안이 주목 받고 있다.
여당 내에서 나경원 의원도 "지금 선거가 너무 많으니까 선거 임기를 조정해서 선거를 같은 해에 있게 하자"라며 "만약에 22대 국회에서 4년 중임제의 개헌이 된다면, 또는 의원내각제나 이원 집정부제도 약간 그런 형식이 된다면 2032년부터 발효할 수 있는 일종의 발효 시점을 우리가 만들면 된다"고 의견을 보인 바 있다.
제22대 국회는 제3당의 출연 등 다양한 정치적 변화 속에서 21대에 이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전히 강경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인지 협치의 물고를 트게 될 것인지가 주목된다. 특히 22대 국회 임기 중에 대선이 치러지게 되기 때문에 예전같이 윤석열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은 미비해지면서 실질적인 야당이 주도하는 정국으로 변모할 가능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