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패배 책임이 영전? 낙선·낙천자 모인 대통령실 ‘낙선대’
정무수석실 수석·비서관 전원 ‘낙선·낙천자’
사무총장은 원내수석대변인-한동훈은 당권 출마?
[뉴스엔뷰] 시중에는 '낙성대'와 헷갈릴 수 있는 유머가 등장했다. 바로 ‘낙선대’다. 그렇다고 신선이 내려왔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낙성대’는 봉천동에 있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관악구 낙성대로 77이다. 고려시대 인헌공 강감찬이 탄생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별이 떨어진 곳이라 하여 낙성대(落星垈)이다.
낙성대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에도 있었는데, 개경에 있었던 강감찬의 집을 가리켜 '낙성대'라고 불렀다고 한다.
화제의‘낙선대’는 용산에 있다. 주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이다. 기존 대통령들이 근무하던 서울 종로구 세종로1 청와대에서 제20대 대통령 윤석열 정부부터 이곳에서 대통령이 근무를 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을 등진 형상의 구 대한민국 국방부 청사로 알려져 있다.
현재 대통령실이 ‘낙선대’로 불리는 이유가 있다.
여권이 제22대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인사들이 오히려 영전을 하고 있어서 이며 논란의 중심에 대통령실이 있어서다.
용산 대통령실의 경우 총선에서 실패한 낙선·낙천자들이 속속 대통령실로 복귀하고 있다.
정진석, 홍철호, 전광삼, 이원모, 이용, 김장수, 김명연 등등. 총선 낙선·낙천자들이 대거 대통령실로 몰려들면서 지난 정부들의 대통령 근무지를 ‘청와대’라고 불렀던 것처럼 ‘낙선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게 됐기 때문이다.
낙선대의 명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대표적인 인사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거론된다. 정 비서실장은 지난 4.10 총선에서 보수 성향이 강한 공주·부여·청양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전 후보한테 패배했다.
특히, 선거에서 낙선하자 곧바로 대통령실 비서실장 자리를 꿰차면서 뒷말이 나왔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가 국무총리도 아니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급에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끈 떨어진 방패연보단 가오리연이라도 줄이 붙어있어야 연명할 수 있다는 정치 현실을 대변하는 처신이라는 것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민정수석실을 신설했다. 명분은 민심 청취 기능 취약에 따른 민심 청취 강화였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민심 청취 기능은 주로 시민사회수석실이 담당했다. 민정수석 신설과 함께 기능 중복 이유로 시민사회수석실 폐지가 검토됐던 이유이다.
어떤 이유로 민정수석실을 신설했는지는 신설을 주도한 인물이 가장 잘 알겠지만 한마디로 시민사회수석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민정수석실을 신설할 수밖엔 없었다는 이유인 것이다.
그런데 대구 북구갑에 공천 신청했다가 낙천한 전광삼 전 대통령실 소통비서관이 최근에 시민사회수석으로 영전했다.
현직에 있더라도 민심 청취 실패 사유로 경질시켜야 할 마당에 오히려 수석으로 영전한 것이다.
4월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앞서 지난 7일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대통령실에 복귀했다.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사 문제를 꼽는 인사들이 많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서 꽂아둔 공공기관 인사들의 임기가 끝난 뒤에도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계속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무수석비서관 및 정무비서관 자리는 이번 총선 낙선·낙천자들이 모두 꿰찼다. 우선 정무수석은 경기 김포을 선거구에 출마해 낙선한 홍철호 전 의원이 맡았다. 경
기도 하남갑 선거구에 출마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후보한테 패배해 낙선한 이용 의원은 정무1비서관에, 충남 논산·계룡·금산 공천에서 탈락한 김장수 전 선임행정관이 정무2비서관에, 경기도 안산병에 출마해 낙선한 김명연 전 의원이 정무3비서관에 각각 임명됐다.
이들 외에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가 낙천한 일부 인사들이 다시 대통령실로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 패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인사들이 대통령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4월 총선 당시 국민의힘 사무총장으로 공관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장동혁 국회의원(충남 보령·서천)은 최근 원내수석대변인을 맡았다.
장 의원은 총선 참패 후 책임지겠다고 사무총장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을 맡아 ‘책임정치’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물론 국회 등원한 지 갓 1년 반 정도 된 정치 초년생에게 전국 단위의 총선 공천 업무를 총괄하는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한동훈 책임론이 가장 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몸풀기’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가인증통합 마크(KC) 미인증 제품에 대한 해외직구 금지 조치에 대해 “과도한 규제”라며 정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가 이뤄질 경우 총선 패배에서 가장 책임이 큰 인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총선 당시 ‘셀카 찍기’ 등 단독 선대 위원장 활동으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하다가 패배했기 때문이다.
당시 불리한 수도권 선거 지원을 위한 유승민 등판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당 지도부는 유 전 의원에게 제대로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다.
이처럼 여권 내부에 ‘책임론’ 단어가 실종된 이유는 ‘정신승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역대급 참패에도 불구하고 정영환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1대 총선보다 의석을 더 얻었다고 자화자찬한 것에서 잘 알 수 있듯, 총선 책임자들이 이번 총선에서 선방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외에는 이해불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은 103석을 얻었다. 더구나 당시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등이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당선됐기 때문에 이들을 합치면 보수성향 당선자는 107석으로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 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백서특위 공천 부문 평가회의’에 참석해 언급한 “희망의 그루터기” 운운은 한마디로 ‘뇌피셜’(자기 혼자만의 생각을 공식적으로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하는 주장)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형국이다.
물론 장동혁 사무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 문외한에 가까운 정영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차기 전대에 출마해 당대표로 당선될 경우 대통령실 인사에 이어 국민의힘 당직까지 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 영전하면서 앞으로 ‘책임정치’라는 단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친문계가 소멸하고, 친명계가 독주를 하다시피 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당직도 친명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선 원내대표에는 친명계인 박찬대 국회의원이 당선된 가운데, 이재명 대표의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최근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추미애 후보가 우원식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다소 논란이 일고 있다.
추미애 패배가 친명계 독주에 대한 반감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친명계에 대한 견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재명 대표 연임에도 빨간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 형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