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은 변명과 자화자찬의 자리 아냐

[뉴스엔뷰] 대통령이 기자회견 한다는 예고가 중요한 뉴스가 되는 현실에서 국민들은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1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2년 취임 100일 회견 이후 631일 만에 2주년 기자회견을 갖고 먼저 집무실에서 국민보고를 22분 한 뒤 약 70분 동안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대통령실은 "질문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혀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의혹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이 주목됐었다.

하지만 기자회견 전 집무실에서 발표한 대국민메시지를 요약하면 '지난 2년 간 국정운영 방향은 틀리지 않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더 노력하겠다'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생을 위해 일을 더 잘하려면 국회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결국 국회가 협력하지 않아서 민생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남 탓만 했다.

반성이나 과오는 없었다며 자화자찬과 변명만 늘어놓으면서 국민들이 잘 몰라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소통하겠다는 이제 까지 했던 말만 반복했다.

특히 외교정책에 대해서도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의 외교 지평도 크게 넓혔다"면서 "150여 회의 정상회담을 포함한 활발한 세일즈 외교를 통해, 5천만 명 시장에서 80억 명 시장으로, 우리 기업의 운동장을 넓히기 위해 노력 했다"고 외교 실패로 대중국 시장을 잃고 수출에 타격을 입어 무역수지적자가 208개 나라 중 200위인 사상최대인 현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의대정원 확대 문제로 현재 진행 중인 의료대란 관련해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며 국민들이 직면한 위급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기본적인 대책도 없는 무의미한 말만 늘어놓았다.

경제 관련에서는 "앞으로도 힘을 모아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성장의 추세를 잘 유지한다면, 국민소득 5만 달러도 꿈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잘하면 된다는 참으로 무책임한 대통령의 인식이다.

결론은 22대 총선을 통해 다시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을 맞게 된 국회의 협조도 당부하며 "정부가 민생을 위해 일을 더 잘하려면, 국회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쟁을 멈추지 않으면 야당의 책임이라는 논리를 폈다.

대통령은 "앞으로 여야 정당과 소통을 늘리고 민생 분야 협업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대통령은 잘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국회와 민간기업과 국민만 잘하면 아무런 문제없이 된다는 자기 합리화만 일관되게 강조했다.

그러면서 "먼저 저와 정부부터, 바꿀 것을 바꾸고 국회와의 소통과 협업을 적극 늘려 나가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바꿀 것인지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전무하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최대의 화두인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제 아내의 그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들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처음으로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사과하고 있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 추진은 정치 공세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역시 기자의 질문에 "국군통수권자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로, 진상규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공수처와 경찰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먼저"공수처 수사를 본 뒤 판단해야 한다"며 재의요구 행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이 패배한 원인과 국정기조 변화에 대한 요구에 대해서는 "더욱 소통하는 정부, 민생에 관해 국민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조 변화는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까지 하던 데로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시장경제와 민간주도 시스템으로 우리의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의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그러한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제까지 조금 아쉽지만 바꾸고 고쳐야 할 것들을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유지 하겠다"고 했지만 무엇을 바꾸고 고쳐야 할 것 인지는 모르겠지만 일관성 있게 국정은 없고 통치만 이어 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은 건조 했고 대통령은 지금까지 대통령실이 내놓았던 입장을 메아리처럼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기를 위기로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제 까지 보였던 무책임하고 불통의 국정운영을 반복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윤석열 정부에 대해 분노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두려운 마음으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국민들은 이제 더 많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모들과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사안을 결정하는 국정기조 변화라는 초소한의 결단이 절실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당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정운영 원칙이 실종된 것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기조를 전환해 새롭게 출발할 것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배상익 대기자 / 칼럼니스트
배상익 대기자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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