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과 갈등 ‘한동훈-유승민’ 출마 관건
현 전대 룰 규정 당원 100% 한동훈 유리
당원 50%+국민 50% 개정 시 유승민 유리
[뉴스엔뷰]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이하 전대) 룰을 놓고 친윤계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전대 룰과 관련해 크게 현행 당원투표 100% 룰 유지 입장과 국민 여론조사(당원투표 50%+국민 여론 50%)를 반영하자는 입장이다.
현행 당원투표 100% 룰 유지 입장은 주로 영남권이나 당권파 측이 선호하고, 비윤계 측은 국민 여론 반영을 주장하고 있다.
당원투표 100% 반영 룰은 ‘친윤계룰’이라고 할 수 있다. 2023년 3.8 전당대회 당시 김기현 지도부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룰이기 때문이다.
기존 전대 룰은 당원 70%,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였다.
친윤계는 당원 100% 투표 룰 개정을 통해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등 국민적 지지율이 높은 비윤계를 밀어내고 당권을 장악했다.
하지만 이번 6말 7초로 예상되는 전대에는 친윤계가 설 자리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22대 총선 참패 원죄론 때문이다.
전대에 앞서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의 경우 대세론에도 불구하고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불출마를 선택한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결국 차기 전대도 친윤계 대신 비윤계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친윤계는 사실상 ‘폐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친윤계인 윤재옥 원내대표가 추천한 황우여 신임 비대위 체제가 전대 룰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원 비율을 줄일 경우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 전 위원장의 최근 행보는 전대 출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비대위원들과 만찬에 이어 지난 3일에는 사무처 당직자 20여 명과 만찬 등 활동의 끈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22대 당선인들의 경우 친윤계라기보다는 대부분 한동훈사단이다. 이번 총선에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권을 주도하면서 한 전 위원장이 사실상 당권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원 100%로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윤심(尹心)이 아닌 한심(韓心)에 따라 당대표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6~7월쯤 열리는 전당대회가 현행 룰대로 치러질 경우 한 전 위원장을 대적할 수 있는 경쟁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한 전 위원장이나 그가 미는 주자가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범보수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지지율이 가장 높게 조사되는 등 미래 권력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뉴스핌 의뢰로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수 진영 차기 대권주자 조사 결과(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한동훈 전 위원장 20.9%, 홍준표 대구시장 11.2%, 원희룡 전 장관 7.0%, 오세훈 서울시장 6.8%, 안철수 의원 3.8%, 나경원 당선인 2.0%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RDD 활용 ARS를 통해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9%다.
총선참패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지지층의 50.6%가 한 전 위원장을 차기 대권주자로 꼽았다.
한 전 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권에서 중도층 지지가 가장 높은 유 전 의원도 당원 100% 전대 룰 변경 시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유 전 의원은 1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정말 이 나라를 위해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다”며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원 100%가 불과 1년 반 전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지시해서 지금 비서실장으로 간 분이 한 건데, 당원 100% 하면서 당이 아주 망가졌다”면서 “당이 얼마나 정신을 차렸냐. 그런 변화의 표시로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유 전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갈 계획을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도 친윤계로서는 부담이다.
유 전 의원은 2년 전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윤심’을 등에 업은 김은혜 전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배했다.
즉, 윤석열 당선인으로부터 뒤통수를 아주 세게 맞은 것이다. 따라서 유 전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윤석열 대통령과는 현재 상극에 가깝다는 점이다. 친윤계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린 셈이다.
따라서 전대 룰 개정 문제는 친윤계 입장에서 ‘한동훈이냐?’, ‘유승민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결정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나경원 국회의원 당선인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쟁하는 결과가 나왔다.
‘뉴스토마토’ 의뢰로 여론조사업체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월 30일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나경원 당선인 17.7%, 원희룡 전 장관 14.1%, 윤상현 의원 6.5%, 김태호 의원 5.8%, 권영세 의원 4.0%, 권성동 의원 3.0% 등의 순이었다. ‘기타 다른 인물’ 18.9%, ‘잘 모름’ 30.0%였다.
이번 조사는 4월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3%였다.
현재 당권 출마가 거론되고 있는 인물로는 김태호·안철수·윤상현 의원, 나경원 의원 당선인,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차기 전당대회에 한동훈 전 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친윤계로서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한동훈·유승민 두 사람이 전대에 불출마할 경우 친윤계는 자신들과 가까운 인사가 당선될 수 있는 최적의 전대 룰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당심과 민심을 양분하며 윤 대통령과 갈등관계로 대척점에 선 두 사람이 함께 거론되는 상황에서 어떤 룰을 선택해도 ‘죽 써서 개 주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