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 비례 손해 안 보려는 거대 정당들 위성정당 창당
‘지민비조’·‘지국비자’·‘지국비조’ 등 신종 사자성어(?) 등장

[뉴스엔뷰]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5석을, 국민의힘은 108석을 확보했다. 또한 비례대표 정당인 조국혁신당은 12석을 확보했다.

선거결과에 따라 각 당은 각각의 당이 공약하고 생각한 바대로 실행하면 될 일이다. 국민들이 투표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 다만 선거제도와 관련 이번22대 총선은 준연동형 선거제도로 치러졌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역구 254개 선거구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로 치러지고, 비례대표 46석은 정당 득표율에 따라 지역구 의석과 연동해 배분하는 방식이다. 다만 비례대표 득표율의 경우 50%만 연동된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와의 차이점은 비례의석 배분에 대한 캡(CAP) 존재 여부이다. , 4년 전에는 비례대표 47석 가운데 준연동형 적용 의석을 30석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했다.

이번 4.10 총선에서는 이러한 30석 캡 조항이 사라졌다.

다만, 캡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에서도 준연동형은 유명무실한 선거제도가 됐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국민의미래와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이라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제도로 치러졌다.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에서 혜택을 보고 있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진행되면 사실상 비례의석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출범시켜 비례의석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꼼수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위성정당이 출현하면서 정당들의 기호 마케팅도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까지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 기호가 동일했지만, 준연동형 선거제도가 첫 시행된 제21대 선거부터는 지역구 후보 정당과 비례대표 후보 기호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21대 총선 당시에는 거대 양당의 경우 투표지의 첫 번째 칸을 찍어달라’, ‘두번째 칸을 찍어달라는 식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지민비조’, ‘지국비자’, ‘지국비조사자성어같은 신종 구호가 출현했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어달라는 뜻이다. 민주당과 비슷한 성향인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지지층을 파고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시민단체, 진보신당 등과 연합해 더불어민주연합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해 더불어민주연합을 지지할 경우 비례대표 당선자의 10명이 민주당 소속이 아닌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남의 논에 물은 대는 격인 것이다.

반면, 조국혁신당을 찍을 경우 민주당 성향의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기 때문에 지민비조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선거 막판 민주당에서는 더불어몰빵론, 조국혁신당에서는 뷔페론을 주장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이 지민비조로 곤욕을 치렀다면 국민의힘은 지국비자로 속을 썩었다. ‘지국비자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자유통일당을 찍어달라는 뜻이다. ‘지국비자유행 때문인지 자유통일당의 지지율이 일부 여론조사의 경우 6%에 이르기도 했다.

국민의힘 자매정당인 국민의미래로서는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28청춘’(지역구는 2번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8번 자유통일당) 구호까지 등장하면서 선거 막판 국민의미래가 자유통일당을 중앙선관위에 고발하는 해프닝까지 발생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거대책위원장은 8BBS 라디오에서 자유통일당의 ‘28청춘구호를 어떻게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국민의미래가 4번인데 혼선을 주는 전략인 것 같다면서 선관위에 고발 조치해놨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에 따르면, 선관위가 국민의미래 측에 ‘24’(2번 국민의힘, 비례는 4번 국민의미래) 구호를 쓰지 말라고 통보했다. 따라서 28청춘도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미래와 자유통일당은 서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첨예하게 맞서기도 했다.

국민의미래 선대위 공보단 이소희 대변인은 8일 논평을 통해 국민의미래에 투표하면 사표가 된다거나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이 군소 보수정당 소속인 것처럼 호도하는 내용을 담은 허위사실들이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자유통일당을 겨냥했다.

반면, 황보승희 자유통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7일 페이스북에 군소정당이 1% 넘은 적이 없다며 자유통일당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고 국민의힘 출신 모 의원이 문자를 돌린다고 맞받아쳤다. 자유통일당이 이미 6% 이상의 비례정당 지지율이 나오기 때문에 허위사실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미래 J모 국회의원 이름으로 국민의힘에 실망하신 분들이 8번 찍겠다고 하시는데 지금 그럴 때가 못 됩니다. 모두 사표가 됩니다. 저들이 국회 1석이라도 많으면 제1당이 되어 국회의장직을 가져갑니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단 1석 차이로 국회의장을 차지해서 입법부 장악하고 여세를 몰아 박근혜 대통령 탄핵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저들이 단 1석이라도 많으면 바로 윤 대통령 탄핵하려듭니다. 비례1석 얻으려면 전국에서 3% 득표해야 하는데, 역대 군소정당이 1%도 못 얻어 모두 사표처리 됐습니다. 하지만 그 표가 국민의미래에 가게 되면 비례대표 1명을 더 얻게 됩니다라고 퍼진 SNS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황보 위원장은 자유통일당은 지역구 후보들이 7번이고, 비례대표가 8번이어서 ‘28청춘이 아닌 ‘78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국비조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자는 뜻이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후보는 9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제는 모두 실용적 판단을 하지 않겠냐맘 카페에서 지국비조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어제 누가 그러더라라고 언급하면서 기사화됐다.

이처럼 준연동형 선거제도로 인해 위성정당을 출현시키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기호가 달라지고, 정치성향이 비슷한 정당들이 틈을 파고들면서 지민비조’, ‘지국비자’, ‘지국비조라는 신종 구호를 만들어 내는 등 새로운 사자성어를 만들고 있다. 이젠 선거제도를 봐야 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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