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국가보안법 장착한 중국, 홍콩 진보 언론 사냥에 나서
중국 발전의 최대 장애물은 언론에 대한 억압과 통제

[뉴스엔뷰]

[특별기획] 6.4 천안문 시위 33주년,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① 홍콩 진보 언론의 몰락, 중국 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이 마비되다

② 검은 중국의 경제-군사 패권주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③ 서해안 방사능 오염의 위협, 중국의 원전 벨트 
④ 바이든 아시아 국가 방한, 대중국 견제를 위한 포석을 깔다
 

6.4 천안문 시위 33주년을 앞두고 있다. 중국 당국은 6.4 천안문 시위 기념 열기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국내외 반체제 인사들과 외국의 미디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 중국 민주화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홍콩의 진보 언론은 중국 당국의 강력한 통제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중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에선 경제적 발전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한반도의 서해 지역과 맞닿은 중국의 동부 연안 지역에 150기가 넘는 원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통해 중국과 맞서고 있다. <뉴스엔뷰>는 6.4 천안문 시위 33주년을 앞두고 , '[특별기획] 6.4 천안문 시위 33주년, 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를 통해 제2의 신냉전체제 패권국인 중국의 모습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른쪽 존 리  홍콩 행정장관 / 사진 = 뉴시스
왼쪽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른쪽 존 리 홍콩 행정장관 / 사진 = 뉴시스

지난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존 리 홍콩 행정장관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며 홍콩의 새 행정부가 홍콩 발전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존 리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신임하면서 일국양제(1국가 2체제)를 변함없이 이행할 것이며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이런 장밋빛 전망과 달리 과거 홍콩의 민주주의 발전의 감시자 역할을 해왔던 홍콩 언론의 현재는 참담한 수준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립된 이래로 중국 공산당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견제하는 역할을 했던 언론은 영국령이었던 홍콩에 존재하는 언론 매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홍콩이 1997년 7월 1일에 중국 특별행정구로 편입되면서 진보 언론들은 조금씩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급기야 2020년 5월 28일 중화인민공화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홍콩국가보안법이 통과되면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갔던 언론사들이 강제 폐간되고, 언론인들이 투옥되는 등 중국 당국의 노골적인 언론 탄압에 홍콩 언론은 겨우 내쉬던 숨통마저 끊어지고 말았다.  

홍콩국가보안법의 정식 명칭은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안전을 수호하는 법률제도와 집행기제 수립 및 완비에 관한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결정(全国人民代表大会关于建立健全香港特别行政区维护国家安全的法律制度和执行机制的决定)’이다. 법안의 명칭이 이렇게 긴 이유는 원래 존재했던 홍콩 기본법 23조에 홍콩국가보안법에 해당하는 내용이 존재하지만 위반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인대는 홍콩의 법률을 입법할 권한이 없지만 ‘홍콩 기본법 23조 위반 사건에 대한 처리는 중화인민공화국 전인대의 결정에 의한다’는 부칙을 삽입함으로써 전인대가 홍콩 기본법 해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3년에 홍콩 입법회에서 직접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좌절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이와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홍콩 사회를 통제하고자 했던 것이다. 

2019년에 일어난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가 이 법률 제정의 결정적인 동기가 되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반정부 활동의 전면적인 금지다. 또한 국가 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 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하고, 이를 시행하는 구체적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외국이나 홍콩 외 세력이 홍콩 내정에 개입하거나 홍콩을 이용해 분열·전복·침투·파괴하는 활동도 제한한다. 홍콩의 행정 및 입법, 사법기관은 이를 이행해야 하며,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은 정기적으로 관련 상황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홍콩국가보안법을 장착한 중국은 작년부터 본격적인 진보 언론 사냥에 나섰다.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를 보도하면서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홍콩의 유일한 공영방송사인 《RTHK》의 방송국장을 교체하는 등 경영진 퇴진 압박을 가했다. 2020년 7월 1일 홍콩의 많은 매체들이 홍콩국가보안법 지지를 표명하는 전면광고를 실었을 때, 《핑궈르빠오》(苹果日报)만 ‘恶法生效,两制盖棺(악법을 발효시켜 일국양제를 관 속에 가두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1면을 장식했다. 그 이후부터 중국의 탄압은 더욱 거세졌다. 2020년 8월 10일 경찰이 사옥을 급습하여 사주인 지미 라이를 비롯한 임원들을 홍콩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하였다. 결국 지미 라이는 징역 14개월과 자산 동결을 선고 받기에 이르렀고 2021년 6월 24일 마지막 발간을 끝으로 강제 폐간되었다. 

또한 홍콩 경찰은 선동적인 출판물 출간을 모의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29일 홍콩기자협회장을 포함해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 《리창신원》(立场新闻)의 전현직 간부 6명을 체포했다. 리창신원은 홍콩 민주화 운동 시위 당시 온라인 생중계로 경찰의 시위대 탄압을 국제 사회에 전달하며 인지도가 높아졌던 언론 매체였지만 폐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0월 29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완전히 부적절한 계획이 많고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진보 성향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에 인수됐고, 홍콩국가안보법이 시행된 이후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다. 

2021년 4월 14일 중국 원자력 발전소가 핵 폐수를 바다로 배출하고 있다고 폭로한 《중신원》(众新闻)도 중국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폐간을 결정했다. 또 다른 홍콩의 온라인 뉴스 플랫폼인 《포지션 뉴스》 운영진도 ‘선동적인 출판물 출판 음모’ 혐의로 체포된 후 운영이 중단되었다.  

중국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부터 진보 언론인들은 해외로 도피하거나 중국 정부가 검열하기 힘든 인터넷 망 속으로 숨어들었다. 지난 8일 CNN은 “작년 한 해 10만 명 이상 홍콩 시민들이 영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비자를 신청했고, 2월과 3월에만 18만 명 이상이 도시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현재 대부분의 홍콩 매체는 중국 본토에서는 검열당하며 중국에서는 홍콩 미디어 홈페이지 접속이 차단되어 있다. 6‧4 민주화 시위로 중국에게는 민감한 단어인 텐안먼(天安门)이라는 단어를 검색하게 되면 뉴스 홈페이지 자체가 ‘수리 중’ 화면으로 바뀌기도 한다. 

밍빠오에서 천안문을 검색해 보면 '수리중'이란 글자가 나오면서 검색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밍빠오 인터넷판 캡쳐)
밍빠오에서 천안문을 검색해 보면 '수리중'이란 글자가 나오면서 검색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밍빠오 인터넷판 캡쳐)
밍빠오에서 천안문을 검색해 보면 '수리중'이란 글자가 나오면서 검색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밍빠오 인터넷판 캡쳐)
밍빠오에서 천안문을 검색해 보면 '수리중'이란 글자가 나오면서 검색이 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밍빠오 인터넷판 캡쳐)

이제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에포크타임스》, 캐나다에 지사를 두고 있는 《밍빠오》(明報), 미국 워싱턴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유아시아방송》(RFA, Radio Free Asia) 등에서 중국인, 홍콩 주민, 정치적 난민 등의 목소리를 통해 중국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과 비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홍콩을 떠나 해외로 나가 독립 인터넷 언론 매체들이 하나둘씩 만들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대중의 인지도를 많이 쌓고 있지는 못한 상태다. 

자유, 민주, 진보 언론을 탄압하고 있는 중국은 국제 사회로부터 보편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점점 더 고립되어 가는 형국이다. 가파른 경제 발전을 이룬 중국이지만 자국민들의 눈과 귀를 닫으며 생각할 틈도 없이 소몰이 하듯 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모습은 중국 정부의 성숙하지 못한 정치관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홍콩 진보 언론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이러한 억압과 야만의 통제가 중국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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