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라는 말이 있다. 추억팔기나 추억장사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졌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콘텐츠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추억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스엔뷰] ‘추억팔이’라는 말이 있다. 추억팔기나 추억장사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어렸을 때 가졌던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콘텐츠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추억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 3일 포켓몬빵이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15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제공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포켓몬빵을 구매하고 있다. SPC삼립은 지난 3일 포켓몬빵이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15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사진/ 뉴시스 제공

추억팔이가 가져온 열풍은 무수히 많다. tvN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또한 MBC 무한도전은 옛 가요를 부활시킨 ‘토토가 특집’으로 방송계에 변화를 주었다.

지금 우리는 새로운 추억팔이에 매료돼 있다. 바로 포켓몬빵 열풍이다. 포켓몬빵은 단종된지 16년만에 부활해 판매된 것이 무색하게 품절대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중고매매 플랫폼에선 웃돈까지 얹어서라도 구매하려는 사람이 생길 정도다.

이러한 열풍은 어떻게 시작됐나? 사실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었던 당시에 주 고객층은 초등학생이었다. 이들은 당시만 하더라도 포켓몬빵을 구매할 자금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 당연했고, 포켓몬빵 1개 혹은 2개를 샀던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포켓몬빵 주 고객층은 어느새 월급쟁이 어른이 돼버렸다. 이제 포켓몬빵 1~2개로는 성에 차지도 않는 욕심쟁이 어른은 여러개를 구매하며 자신의 자금력을 과시했고, 물량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포켓몬빵에 대한 추억이 없는 소비자까지도 경쟁에 참여했다. 포켓몬빵의 주된 콘텐츠는 빵에 포함된 스티커인데, 스티커에 있는 1세대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어린아이와 지금의 젊은 소비자에게도 친숙하기 때문이다. 포켓몬스터는 만화 이외에도 게임과 각종 패러디 콘텐츠로 다양한 연령층에 친숙한 캐릭터다.

포켓몬빵의 품귀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은 ‘관심’이다. 현대사회에 인터넷 세상 속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요소를 꼽자면 당연 ‘관심’을 선택하겠다. 관심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영향력을 나타내는 요소이며, SNS(소셜미디어)에선 순위를 정하는 지표이다. 누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느냐가 누가 더 돈을 많이 버느냐 만큼 중요하다.

포켓몬빵 대란이 일어나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선 ‘포켓몬빵 인증’이 대세가 됐다. 자신이 포켓몬빵을 사먹은 것을 인증하는 게 일종의 자랑이자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이 된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포켓몬빵을 경쟁적으로 구매하도록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를 유혹한다.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추억에 빠져 서로가 가진 포켓몬빵에 대한 소소한 에피소드를 주고받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공책에 스티커를 모으면서 즐거워했던 어렸을 날을 추억하면서 말이다. 당시 우리는 얼마나 어리고 해맑았던가?

하지만 이제 그런 추억을 말하기엔 포켓몬빵은 논란의 대상이 되는 듯해서 씁쓸하다. 포켓몬빵을 팔기 위해 끼워팔기를 하는 일부 업주를 지적하는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일부 영상에선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이 과격해 보이기도 한다.

포켓몬빵을 재출시한 SPC삼립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포켓몬빵은 과거에도 매달 500만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재출시 이후 한 달 700만개 이상 팔렸다. 그렇지만 인기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과거 포켓몬빵을 즐겼던 필자의 기억엔 초등학생들 사이에 만화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의 대세가 늘 바뀌었다. 포켓몬빵 이전엔 딱지, 따조, 미니카 등이 있었다. 그 이후에도 다마고치, 팽이 등 수없이 많은 상품이 대세의 흐름 속에서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다.

포켓몬빵 역시 단종된 배경에는 인기가 사라진 것이 주요했다. 포켓몬빵 이후 디지몬빵이 그 자리를 꿰찼던 기억도 난다. 지금의 포켓몬빵 대란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이미 초등학생 때 경험한 세대란 것이다.

이제 단순히 관심을 사기 위해 과거의 빵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같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지금 시대가 준비한 가장 최신 콘텐츠를 함께 즐기며 사는 게 어떨까? 그것이 미래에 또다시 추억팔이 상품이 나왔을 때 함께 추억하기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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