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통팔달] 한나라당 구상찬 국회의원

▲ 한나라당 구상찬 국회의원     © 운영자
그 목소리가 틀림없었다. 외교부 국정감사전 감사방향을 못 잡고 고민하고 있을 때, 전 현직 장·차관들 자녀 특채 때문에 왜 우리가 욕 먹어야하냐며 외교부의 인사 난맥상에 대해 낱낱이 얘기해주던 그 목소리였다.
 
소속이 어딘지 누군지는 묻지 말아달라던 그는 그때와 목소리 톤부터 달랐다. “당신네들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이냐”며 노기 띤 목소리로 일타를 날렸다. “연평도에서 전사한 군인들만 애국자고 외교전쟁 일선에서 국가를 위해 일하다 숨진 우리는 순직처리도 안되는 매국노냐”며 울부짖었다.
 
공무원들의 죽음에 제발 관심 좀 가져달라며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
 
원종문 외교부 인사제도팀장, 올해 45세의 능력있는 외교관이다. 외교부 특채 파동 때 행안부 감사, 국정감사, 인사쇄신안 보고 등으로 국회 복도를 뛰어다니는 그를 나는 기억한다.
 
그 한통의 전화로 나는 밤늦게 그의 빈소를 찾았다. 노기 띤 목소리로 전화한 그 젊은 외교관의 울부짖음이 이해가 되었다.
 
그 병원에서 제일 작은 빈소. 동료 외교부 직원 10여명이 돕고 있을 뿐, 조문객도 없는 쓸쓸한 빈소였다.
 
그래도 국회에서 나온 사람이라 맞이해준 사람은 장인어른이었다. 그도 역시 외교관생활을 오래 하고 은퇴한 외교부 출신의 전직대사였다.
 
그의 사위는 몸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휴가를 냈는데 특채인사 파동이 터져 취소하고 두 달을 뛰어다니다 쓰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했는데, 종합검사 결과 폐암말기 판정을 받았다.
 
한 달 후 그는 세상을 떴다.
 
운명하기 일주일전 후배외교관들의 문병을 받았을 때, 그가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마지막 한 말은 “외교부 파이팅!”이었다는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고통을 잊기 위해 강한 진통제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도 뇌에서는 외교부 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전문 왔어? 이영사 이거 어떻게 한거야! 빨리 보내.” 그가 세상을 뜨기 전, 혼수상태에서 뱉은 말을 전하는 장인어른은 눈물을 보이며 “바보같은 사람”이라며 일벌레 사위를 꾸짖고 있었다.
 
그의 상사는 그가 만약 공무원이 아니었고 사업이나 대기업에서 일했더라면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
 
아무것도 마련해놓지도 못하고 떠난 그를 미워하기는커녕, 아쉬움에 한숨만 쉬어대는 그의 동료들과 장인어른은 죄 없는 소주잔만 계속 들이켰다.
 
똘망똘망한 초등학교 6학년 13살의 아들은 오히려 의젓하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엄마 곁에서 칠순의 할머니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 아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날 것 같아 얼른 얼굴을 돌렸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젊은 외교관들의 고충도 모르면서 외교부에 큰소리쳤던 내가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 들고 몰래 돌아 나왔다.
 
원종문과장! 부디 하늘나라에서 모처럼의 휴가를 만끽하며 편안히 쉬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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