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식품업계 전통 라이벌 ‘선의의 경쟁’
[뉴스엔뷰] 식품업계 전통 라이벌인 CJ제일제당과 대상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당’, 즉 설탕을 만드는 회사였다. 삼성그룹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이 지난 1953년 8월에 만든 이 회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제당 회사이면서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 회사다. CJ제일제당은 밀가루와 대두유(콩식용유)에서 국내 1위다.
반면 대상은 대상그룹 창업주인 임대홍 회장이 1956년 1월에 만든 동아화성공업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로 조미료를 만든 회사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원’이 대표적. 대상은 조미료 외에 전분당(녹말) 시장 국내 1위다.
특히 두 기업의 라이신(가축의 성장과 발육을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필수 아미노산) 시장 경쟁은 뜨겁다. 현재 이 사업 분야에서 1위는 CJ제일제당이나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을 개발했던 노하우와 오랜 기간 축적한 발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88년 인도네시아에 라이신 공장을 짓고 이 시장에 진출한다. 당시 라이신은 유럽을 중심으로 선진국에서 사료첨가제로 사용됐고, 전 세계의 라이신 공급량은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 증설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 공장을 열었다. 중국 선양(2012년), 미국 아이오와(2014년)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총 5개의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보했다. 30년이 흐른 현재 CJ제일제당은 전 세계 라이신 시장 규모(약 5조 원) 중 약 30%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다.
60년 식품업계 전통 라이벌 ‘선의의 경쟁’
이에 비해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CJ제일제당이 인도네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로 증설했던 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속에 눈물을 머금고 라이신 사업을 매각해야 했다.
그렇다고 라이신 사업에 대한 열정까지 매각한 것은 아니었다. 대상은 지난 2015년 11월 중견 화학제조업체 백광산업으로부터 1207억 원에 라이신 사업 부문을 인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상은 현재 라이신 생산공장 가동율은 100%이다. 특히 라이신 사업부문 수익률을 좌우하는 발효수율(원료 투입 대비 최종 제품 생산 비율)을 70%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세계 시장에서 발효수율이 70% 이상인 곳은 CJ제일제당과 일본 아지노모토 등 일부 업체뿐이다. 발효수율은 생산설비 고도화뿐 아니라 전분당을 발효해 라이신으로 바꾸는 균주 개량기술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대상은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을 개발했던 노하우와 오랜 기간 축적한 발효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발효수율 향상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대상은 라이신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반으로 쓰레오닌, 트립토판, 메치오닌 등 고부가가치 필수 아마노산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