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피겨여왕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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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코치와 대관식 준비 만전
그러나 지난 10월 미국 출신의 새로운 코치 피터 오피가드를 맞아, 세계 선수권 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김연아에 대관식은 바로 오랜만에 여왕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3월 선수권대회라는 말이다.
그렇다고 김연아가 그간의 피겨여왕다운 모습을 보일지는 당장으로선 미지수다. 김연아의 안무를 담당하고 있는 데이비드 윌슨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랜 휴식의 후유증으로 준비가 쉽지 않다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주요 스포츠 매체는 물론 그녀의 새해 움직임엔 어김없이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중, 김연아가 오는 세계선수권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일부가 이미 공개된 바 있어 기대감은 커진 상황.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가 지난달 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김연아의 새 프로그램은 지난 4년 여간 함께 해온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작품으로, 쇼트 프로그램은 발레곡 '지젤'이라는 것. 또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으로 아리랑을 비롯해 한국의 전통음악을 편곡한 'Homage to Korea'라는 사실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김연아도 기대와 함께 다소의 긴장을 곁들인 소감을 전했다. 김연아는 "발레곡을 프로그램 곡으로 선정한 것은 처음이라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다"고 긴장감을 드러내면서도 "지젤 자체가 지닌 스토리가 마음에 든다. 음악에 담긴 다양한 스토리를 잘 표현해 내고 싶다"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김연아의 다소 겸손한 반응에 그녀의 새 프로그램을 안무한 데이비드 윌슨의 생각은 좀 다라 보인다. 윌슨은 "쇼트프로그램은 매우 강렬하고 음악 자체에 풍부한 감정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 이러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스케이터는 오직 김연아 뿐이다"라고 자신감과 아울러 기대감을 드러내며 "음악에 담긴 다채로운 스토리로 인해 사람들로 하여금 쇼트프로그램이지만 프리 프로그램을 감상한 것과 같은 느낌을 줄 것"라고 밝혔다.
지젤과 아리랑으로 귀환
새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김연아의 새로운 코치도 입을 열었는데 피터 오피가드는 "쇼트프로그램은 새로운 차원의 김연아 연기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연아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예술적인 부분을 향상시키고 싶다고 말했고, 이 프로그램은 그런 그녀의 바람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더 없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연아가 밝힌대로 그녀는 오는 세계선수권을 맞아 지금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통해, 진정한 여왕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라는 게 주변 관계자의 말이다. 이에 대해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프리 프로그램은 김연아가 한국에 보내는 러브레터다"며 "그녀가 올림픽 챔피언이 되기까지 아낌없는 성원과 지지를 보내준 팬들과 한국에 보내는 그녀의 보답이다"고 의미를 더했다.
또 윌슨은 김연아를 "전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영웅이자 한국의 아이콘"이라고 평가하며 "올림픽 챔피언이 된 지금이야말로 세계에 그녀가 누구이며, 어떠한 문화 속에서 커왔는지를 보여줄 완벽한 시기다. 세계가 그녀를 주목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김연아의 나라 한국,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말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새 프로그램 중 프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김연아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녀는 "데이비드 윌슨이 프로그램 음악으로 아리랑을 추천했었다"면서도 "하지만 그 때마다 아직은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지만,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지금이야말로 그 동안 국민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에 보답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 생각한다"고 말해, 프로그램이 단순한 김연아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주관의 스포츠 시상식에서 올해의 스포츠인으로 선정된 김연아는 이와 함께 새해 가장 기대되는 스포츠인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기에도 한다. 이는 올림픽 이전 이미 세계 정상을 호령한 그의 전력과 올림픽 금메달로 화룡점정을 이룬 그의 놀라운 성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90년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난 김연아는 7살인 96년에 스케이트를 처음 시작했고, 14살인 2003년에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당시 김연아의 코치로는 지현정, 김세열 등이 담당했었으나 2007년부터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가 맡아 왔다. 또 김연아의 대부분 프로그램 안무는 2006년부터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만들었는데 최근 세계 정상을 차지한 프로그램 모두가 그의 작품이다.
은반이 어울리는 그녀
하지만 이러한 그의 능력은 이미 어린 시절 각종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내타내며 꽃을 피운 바 있다. 그녀는 주니어 데뷔 후 역대 참여한 경기에서 3위 밖에 밀려난 적이 없다는 것.
2006-2007시즌 본격적인 시니어 무대에 데뷔하면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데 이어 그마저도 자신이 계속 경신 중이라는 사실만 봐도 그녀의 놀라운 재능과 능력은 드러난다.
무엇보다, 올림픽을 전후한 김연아의 활약상은 눈부시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대단하다. 실제 김연아는 2009년 스케이트 아메리카 시즌의 첫 대회인 그랑프리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 출전, 쇼트 프로그램 007 메들리를 발표하면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자신이 2007년 컵 오브 러시아에서 세웠던 프리 스케이팅 세계 최고 기록 133.70점을 다시 갈아치우며 또 한번의 프리스케이팅 최고기록인 133.95점을 기록했고, 총점 역시 210.03점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경신, 결국 우승한다.
같은 해 두 번째로 출전한 대회인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6.28점을 기록하며 자신이 지난 2009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세운 세계 최고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고, 프리 스케이팅에서는 2위를 기록했지만 종합 1위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로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 7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같은 해 12월, 일본에서 개최된 그랑프리 피겨 스케이팅 파이널은 숙적 아사다 마오와 물러설 수 없는 명승부를 펼친 대회다. 여기서 김연아는 쇼트 플립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하게 되면서 쇼트를 2위로 마쳤지만, 프리에서 1위를 기록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벌어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김연아가 사실상 여왕의 지위를 각인한 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 기술 점수 44.70점, 예술 점수 33.80점, 합계 78.50점으로 다시 한 번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1위를 기록했고 프리 스케이팅에서도 실수 없이 완벽한 연기를 펼쳐 합계 150.06점을 기록하며 총점 228.56점으로 세계 최고 기록을 수립하며 우승했다.
연이은 기록행진에 올림픽 금메달은 더 이상 김연아가 천재가 아닌 피겨의 여왕이며 특히, 카타리나 비트, 미셀 콴과 함께 피겨계의 전설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족적이라는 평가다. 2010년 초, 세계를 흥분시켰던 김연아는 오랜 휴식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제 막 잠을 깬 여왕의 기지개가 다시 한번, 국내는 물론 지구촌의 피겨 팬들을 흥분시킬 태세다.
이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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